[서울국제도서전]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2023 서울국제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2023 서울국제도서전
  • 김혜원 인턴기자
  • 승인 2023.06.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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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총 13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폐막했다. 코로나 19에서 완전히 벗어나 예년보다 큰 규모로 열린 올해 도서전은 36개국에서 530개의 참가사가 모여 전시, 부대 행사, 강연 및 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170여 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도서전은 해마다 선정된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며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여 왔다. 올해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NONHUMAN’이라는 주제 아래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불평등, 환경, 소외 등의 문제에 주목했고, 독자들과 논의할 수 있도록 특별한 연사들을 초대해 주제 강연을 진행했다.

특히 『파이 이야기』로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인 부커상Man Booker Prize을 수상한 얀 마텔Yann Martel과 퓰리처상 수상작인 『동조자』의 저자 비엣 타인 응우옌Viet Thanh Nguyen 등 저명한 해외 작가의 연이은 내한으로 더욱 풍부한 도서전이 되었다. 도서전 첫날인 14일 얀 마텔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고, 15일에는 소설가 김중혁과의 대담, 17일에는 사인회를 열며 한국 독자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냈다. 비엣 타인 응우옌은 ‘아시안 디아스포라와 미국 문학’을 주제로 강연을 선보였다.

국내 작가들 또한 독자들과의 대화를 가지며 자리를 빛내주었다. 여성 소설가 김애란과 최은영은 소수자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었고, 김초엽과 천선란은 SF의 세계를 통해 비인간이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올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아깝게 고배를 마신 『고래』의 천명관은 북토크를 통해 부커상 참관의 뒷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책과 저자, 그리고 풍성한 문화프로그램까지 만나볼 수 있는 국제관 역시 전년 대비 규모를 키웠다. 특히 올해의 주빈국인 샤르자가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샤르자는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고 있는 7개의 토후국 중 하나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부다비, 두바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토후국인 샤르자는 180만 명이 거주하는 거대 도시국가이며, 아랍에미리트의 문화 수도라고 불린다. 매해 대규모 문화 및 문학 행사를 개최하는 샤르자는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180여 명의 ‘샤르자 문화 사절단’을 파견하며 그 명성을 입증했다.

샤르자관은 아랍에미리트의 현대문학과 작가들의 동인 문화, 그리고 출판시장의 현황이나 샤르자의 저널리즘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 프로그램과 인쇄와 디지털 아트 워크숍, 전통 밴드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은 한국어 이름을 아랍어로 써주는 이벤트와 헤나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샤르자 도서청 관계자는 “아시아와 아랍 간에 수 세기 동안 이어진 우정과 문화교류를 21세기에 되살린다는 의미에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지난 몇 달간 양국에서 진행한 문화교류 활동을 통해 아랍문화, 언어 및 도서의 아름다움을 선보이기 위한 홍보 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의 흥행에 대해 “한국의 따뜻한 환대를 느낄 수 있었고, 다시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주빈국인 샤르자에 못지않게 국내 출판사들 또한 관람객들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했다. 대원미디어관은 지난 1월에 개봉한 이후로 ‘슬램덩크 열풍’을 일으키며 지금까지도 스크린을 지키고 있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원작인 만화 『슬램덩크』를 내세워 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슬램덩크』의 주인공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큰 인기를 끌었으며 덕분에 대원미디어관은 종일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문학동네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당신의 책을 알려주세요’라는 행사를진행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종이에 써서 보관함에 넣는 이 행사는,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책을 ‘리커버판’으로 재출간할 예정이다.

다산북스는 박경리의 『토지』의 일부분을 만화로 제작해 선보였다. 다산북스는 “『토지』가 워낙 방대한 소설이다 보니, 아예 시도조차 못 한 분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토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쉬운 방식으로 『토지』를 소개하기 위해 만화 형태로 별도 제작했다”고 행사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은행나무는 각 계절에 맞는 책들을 선정해 마치 음식을 대접하듯 접시에 올려 소개했다. 각 책의 이름은 메뉴판 형식으로 종이에 적어 한 장씩 가져갈 수 있게 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특히 대형 출판사는 물론, 서점에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재기발랄한 소형 출판사들과 독립출판물들이 빛을 발하며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넘어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난 서울국제도서전은 다시금 국내 최대의 책 축제이자 한국과 세계를 책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 제공 서울국제도서전

 

* 《쿨투라》 2023년 7월호(통권 10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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