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데뷔 55주년 콘서트] 조용필은 어떠한 형용사도 필요 없는 '가수 조용필'이었다
[조용필 데뷔 55주년 콘서트] 조용필은 어떠한 형용사도 필요 없는 '가수 조용필'이었다
  • 손희 에디터
  • 승인 2023.06.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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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55주년을 맞은 가수 조용필의 ‘2023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가 지난 5월 13일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공연 시작 한 시간 반 전에 도착했지만 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 앞은 인산인해였다.2018년 50주년 공연 이후 5년 만에 주경기장에 돌아온 것이었다.

가왕의 명성에 걸맞게 이날 주경기장 인근은 ‘오빠’, ‘형님’ 팻말을 든 중·장년 관객을 중심으로 노인·젊은 세대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오빠부대’나 국내 팬덤의 원조다운 조용필 팬들의 뜨거운 분위기는 물론 오래 기다려 온 팬들을 위한 ‘가왕’ 조용필의 팬서비스도 남달랐다. 그는 데뷔 55주년을 맞아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중앙 제어가 가능한 응원봉을 모든 관객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공연 1시간 전, 올림픽 주경기장 앞에 모여든 팬들
공연 1시간 전, 올림픽 주경기장 앞에 모여든 팬들

또한 공연장 입구에는 조용필의 커다란 등신대 판넬을 두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을 마련하기도 했다. 팬들은 ‘오빠!’라고 적힌 티셔츠를 맞춰 입고 ‘땡큐! 조용필’이라고 쓰인 피켓을 든 채 주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조용필 팬클럽의 ‘오빠 사랑’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변함없이 열정적이었다. 특히 3대 팬클럽인 ‘이터널리’(1997년 결성)와 ‘미지의 세계’(1999년), ‘위대한 탄생’(2001년)은 티켓 부스 주변에 자리를 마련하고 콘서트 안내 등을 도왔다.

이들은 무대 정면의 객석 2층과 3층 사이에 ‘55 느낌이 달라…. 55 낯설은 세상이달라…. 55 너 혼자 몰라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봐도 조용필!!’(이터널리), ‘불어오는 바람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굳이 묻지 않아도 이름만으로 존재의 의미가 되는 그, 우리 곁에 조용필’(위대한 탄생), ‘대한민국 No.1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 꺼지지 않는 영원한 신화, 조용필!!’(미지의 세계)이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도 내걸었다. 이들은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 오래 알고 지낸 고향 벗처럼 서로를 챙기며, 스스럼없이 편한 친구가 되었다.

조용필 팬클럽의 ‘오빠 사랑’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조용필 팬클럽의 ‘오빠 사랑’은 세월이 무색할 만큼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5년 만의 올림픽 주경기장 콘서트
조용필은 오늘도 ‘현역’이다

저녁 7시 47분쯤, 드디어 초대형 무대 전광판의 화려한 영상과 밴드 위대한 탄생의 강렬한 사운드 속에 ‘가왕歌王’ 조용필이 등장했다. 별무늬 셔츠에 검은 재킷을 입고, 늘 그랬듯 선글라스를 낀 조용필은 〈미지의 세계〉무대로 관객을 만났다. 화려하고 웅장한 불꽃쇼와 레이저쇼가 펼쳐졌고 관객들은 무료로 나눠준 야광봉을 흔들며 떠나갈 듯한 함성과 떼창으로 환호했다.

2018년 50주년 공연 이후 5년 만에 개최하는 스타디움 콘서트는 마치 데뷔 55주년을 맞은 가왕의 주경기장 귀환을 환영하는 의식 같았다. 이어 〈그대여〉와 〈못찾겠다 꾀꼬리〉를 부른 후 조용필은 한 손을 흔들며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평생을 여러분과 함께 해왔습니다. 제 나이가 올해 몇인 줄 아시죠?” 라고 묻고는 ‘오십 다섯’이라며 오른손을 두 번 쥐었다 폈다. 데뷔 55주년을 자기 나이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아직 괜찮다”며 능청도 떨었다.

1950년생으로 올해 74세를 맞은 조용필은 변함없는 파워풀한 가창력과 화려한 무대 구성으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총 25곡의 부르면서 두 번의 멘트 시간만 가졌을 뿐, 쉼 없이 무대를 이끌고 가면서 세월도 무색하게 만드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게스트도 두지않고 단독으로 쉬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젊은 가수도 하기 힘든 이런 무대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평소 자기 관리가 얼마나 철저한지를 짐작하게 한다. 모든 가수에게 꿈의 무대로 꼽히는 주경기장에서 조용필만이 유일하게 여덟 차례나 공연하고 전석 매진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불러진 세트리스트는 데뷔 55주년 공연답게 의미 있는 곡들로 채워졌다. 조용필은 1975년 발표한 〈돌아와요 부산항에〉부터 지난달 발표한 최신곡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까지, 다양한 색깔의 장르가 담긴 노래 인생을 압축하고 팬들의 변함없는 애정에 호응하는 곡들로 55주년 무대를 꽉 채웠다. 그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하도 안 하니까 항의가 오더라”며. “〈잊혀진 사랑〉은 사실 여러분들의 곡”이고, ”TV에서 한 번도 그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조용필이 〈창밖의 여자〉에서 애절하게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의 소절을 부른 순간 객석에선 “오빠”를 외치며, 너도나도 악다구니를 쓰며 따라 불렀다. 이어 〈비련〉에서 첫 소절 “기도하는~”이 나오자마자 팬들은 아름다운 비명을 질렀으며, 〈여행을 떠나요〉에선 관객들이 약속이라도 한듯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게 춤을 추며 따라 불렀다.

특히 조용필은 1988년 올림픽전야제에서 처음으로 불렀던 〈서울 서울 서울〉을 열창하면서 올림픽 주경기장에 다시 선 의미를 더했다. 당시 올림픽 개막 영상과 서울의 풍경 등이 나와 중장년 관객의 아련한 기억도 떠올리게 했다.

작년 연말과 올해 나온 신곡도 세트리스트를 채우며, 조용필은 가왕의 신화가 현재진행형임을 더욱 더욱 분명히 알렸다.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에 이어 최근 발매한 정규 20집의 수록곡이 될 곡인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 투Road to 20-Prelude 2〉의 타이틀곡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까지 세 곡의 무대가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곡마다의 노랫말에 어울리는 영상이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감흥을 전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신곡에서는 동시대의 트렌디 함이 물씬 묻어났다.

조용필은 앙코르 곡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바운스Bounce〉를 부른 뒤 관객을 향해 “감사합니다”를 연달아 외치며 2시간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가왕’ 조용필의 신화는 오늘도 현재진행형이었다. 74세의 조용필은 올림픽주경기장에 운집한 3만 5,000명의 관객들을 위해 쉴틈 없는 공연을 펼치면서 말 그대로 '명품' 콘서트를 선사했다. 젊은 세대 팬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응원봉을 활용한 콘서트 기획을 선보여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시너지를 발휘했다. 역시 조용필은 한류의 원조다웠다. 이처럼 아이돌 팬덤을 넘어 중장년 팬층으로 확장된 ‘K-응원봉’을 선보인 것 또한 조용필만이 연출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할 것이다.

5월 27일, 대구 스타디움 2차 콘서트
6월 네티즌 어워즈 대스타상에서도 선두

서울 공연을 마친 조용필은 5월 27일 대구 스타디움 주경기장에서 대구 공연을 이어갔다.

그동안 조용필은 수많은 히트곡으로 국민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특히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요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그후로도 세월이 무색하게 여전히 국민가요로 자리 잡고 있다. 1968년에 데뷔한 가수 조용필은 1집 앨
범 발매 때부터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팬들은 “조용필 대구콘서트! 너무 멋지고 가슴벅찬 무대였다. 무대와 함께 하는 순간은 20대가 부럽지 않았다. 역시 위대한 뮤지션이었고 가왕이었다. 너무 너무 행복한 무대였다. 항상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자랑스러운 조용필 보유국!” 이란 메시지를 남겼다.

네티즌 어워즈 대스타상에서 활약하고 있는 조용필은 5월 우승에 이어 6월에도 가왕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6월 20일 오전 9시 기준 조용필은 7,233표를 득표하며 61.8%의 득표율로 대스타상 선두에 랭크되었다. 그야말로 뜨거운 인기다. 조용필 팬들은 네티즌 어워즈 통합댓글을 통해 “조용필님 음악 꼭! 빌보드로 세계로 나가길 기원합니다!!!!” “조용필 오빠 상반기 콘서트 눈에 담고 마음에 꾹꾹 담았네요.”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영원한 오빠 조용필!” 등의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조용필은 어떤 형용사도 필요없는 ‘가수’ 조용필이다. 그는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류 음악의 뿌리이며 과거를 넘어 인공지능시대를 넘어 미래 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아티스이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꿈처럼 행복하다.

 


사진 쿨투라

 

* 《쿨투라》 2023년 7월호(통권 10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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