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미술계 동시대 작가로 주목받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 2023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인디비주얼展
[Gallery] 미술계 동시대 작가로 주목받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 2023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인디비주얼展
  • 박영민 기자
  • 승인 2023.07.3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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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필름앤비디오는 무빙이미지포럼과 함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2023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인디비주얼》을 7월 21일부터 9월 3일까지 MMCA영상관에서 개최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70년 태국 방콕에서 태어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태국 북동부에 위치한 콘켄에서 자라난 그는 콘켄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특히, 시카고예술학교에서 렌 라이, 스탠 브래키지 등의 실험영화를 접하고 1994년부터 영화와 비디오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태국에 돌아가 1999년 방콕에서 ‘킥더머신Kick the Machine’이라는 스튜디오를 세웠으며 15년 전부터는 치앙마이로 옮겨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엉클 분미에게 보내는 편지A Letter to Uncle Boonmee
사크다 (루소), 2012, 컬러, 사운드. 5분 16초(Program 1, 98min)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열대병〉, 2010년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엉클 분미〉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징후와 세기〉 〈메모리아〉 등 여러 장편영화를 발표해왔다. 전주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한국의 영화제에서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요한 감독으로 꾸준히 참여해왔다. 한편 나부아 지역의 역사적 기억과 현재의 인물을 교차시킨 멀티채널비디오설치 〈프리미티브〉 프로젝트를 영국 FACT, 행거 비코카, 뉴뮤지엄 등 여러 기관에서 발표하면서, 미술계에서도 동시대의 주요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도 2018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불가시성〉과 커미션 작품인 5·18 당시 시민군들을 치료했던 역사를 간직한 구국군광주병원의 건축적 구조와 내부 시설을 그대로 살린 설치 작품 〈별자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에메랄드, 2007, 극장 상영용으로 옮긴 설치 영상, 컬러, 사운드, 11분(Program 1, 98min)
에메랄드, 2007, 극장 상영용으로 옮긴 설치 영상, 컬러, 사운드, 11분(Program 1, 98min)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의 20주년을 기념한 이번 상영 프로그램에서는 총 29점의 중단편 작업을 4개의 섹션으로 소개한다.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도, 과정도 다양하다. 〈엉클 분미에게 보내는 편지〉 〈제3세계〉와 같이 장편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기획했거나, 〈세계의 욕망〉처럼 친구 혹은 동료 들과 함께 제작한 작품도 있다. 미술관(〈불꽃〉)이나 기업(〈노키아 단편〉 〈잿가루〉), 태국 문화부(〈니미트〉), 아트페어(〈찬가〉) 등 기관의 커미션으로 제작된 작품도 있고, 영화제 등에서 의뢰한 트레일러도 있다. 특정한 스토리나 내러티브, 인물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그의 작품에서 전통적인 영화의 감상법을 빗겨나가는 요소를 마주하게 된다. 정글이나 동굴, 강, 텅 빈 실내와 같은 로케이션이 중심이 되거나, 영화제작팀의 촬영현장으로 향한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습한 밀림 속에서 영화를 찍는 일과 그러한 환경 속의 사람들, 태국과 라오스의 경계 지역에서 촉발되는 긴장감, 국가와 군인에 의해 불태워진 집들, 많은 그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 젠지라와 그녀의 남편이 살고 있는 메콩강가의 모습, 태국과 미얀마 국경의 새와 사람이 일기처럼 그의 카메라에 담겼다. 그가 살고 일하는 땅과 하늘, 강이 담겨 있고, 그의 친구와 동료, 동물이 기록되고 기억된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대학시절부터 실험영화를 만들어 왔고, 중·단편 실험영화로 미술계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는 영화관과 미술관 사이 경계에 서 있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실험영화를 하며 기존 서사에 반하는 사고를 하게 됐고, 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또한, “저희 세대만 해도 영화의 정의가 협소했는데, 모두가 창작자가 된 지금 영상은 보편적인 새로운 언어가 됐다”며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는지, 영화란 과연 무엇인지 이젠 알 수 없다.”는 생각을 전했다.

시네트랙트(2020)
유령의 집(2001)
세계의 욕망(2005)

작가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태국 큐레이터 그리티야 가위윙은 한 인터뷰에서 작가가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다양한 스태프들과 함께 만드는 장편영화를 만들면서 지쳐 있을 때, 단편영화나 비디오아트를 제작하면서 ‘영화제작으로부터 피신’하고 회복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소개되는 중단편 29점은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장편영화와 조금은 다른 호흡으로 기획하고 만든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자연광이 주로 사용되며,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집중한다. 또한, 주변인물은 중심인물 만큼 의미를 차지하기도 한다. 이야기 전개 방식도, 촬영과 편집 방식도 전형적인 문법을 거부한다. 그는 “공원에 두 친구가 같이 있어도 각자 보는 것이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며 “프레임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영화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할 수 없고 사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지난 7월 25일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작가와 진행하는 〈아티스트 토크〉(모더레이터: 방혜진 미술평론가)에 이어 8월 25일에는 〈기억-잠-꿈-물질-자연: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매체적 무빙이미지와 소리〉라는 주제로 열리는 최수임 영화미디어학자의 강연도 예정되어 있다. 이번 상영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계와 영화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가진 작가의 명성을 잠시 잊고, 실험영화 제작자이자 스튜디오의 운영자인 감독이 힘을 얻었던 시공간 속으로 들어가보는 시간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달리는 남자들, 2008, 컬러, 사운드, 4분(Program 1, 98min)
달리는 남자들, 2008, 컬러, 사운드, 4분(Program 1, 98min)
불꽃(2016)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 《쿨투라》 2023년 8월호(통권 11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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