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FF 이장호 조직위원장] 초심회복, 국내 유일 썸머 뮤직필름페스티벌: 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이장호 조직위원장을 만나다
[JIMFF 이장호 조직위원장] 초심회복, 국내 유일 썸머 뮤직필름페스티벌: 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이장호 조직위원장을 만나다
  • 설재원 에디터
  • 승인 2023.07.31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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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설재원 에디터
일시 2023년 7월 15일 11시
장소 코리아나호텔 3층 대상해

내홍을 겪었던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가 새 집행부를 꾸리며 오는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제천시 일대에서 정상 개최한다. 올해 19회를 맞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는 이동준 음악감독이 신임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시장 당연직이던 조직위원장을 원로 영화인인 이장호 감독이 맡았다. 수뇌부의 변화를 주며 ‘초심 회복’을 선언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이장호 조직위원장을 만나 영화제의 이모저모를 들어보았다. 

영화제의 본질을 다시 찾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설재원 감독님 안녕하세요. 올해 19회를 맞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직위원장에 위촉되셨는데요. 영화감독이 아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감독님을 뵙게 되어 기분이 남다릅니다. 요즘 영화제 준비로 무척 바쁘시지요?

이장호 그러게요. 하는 일 없이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는 뒤늦게 합류하게 되었어요. 요즘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걸어온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 문화 리더들의 조언을 들으며 그들과도 토론하고 있어요. 제천영화제가 준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재정비하여 시민들과 영화 팬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영화제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설재원 내년 스무 살을 앞둔 올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다카포Da Capo’라는 슬로건에 맞게 초심으로 돌아가 시민들과 소통하며 작지만 강한 영화제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영화인들과 관객들은 환영하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제천영화제의 주요한 프로그램들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장호 제천영화제는 잘 아시다시피 영화 애호가는 물론 음악 애호가들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한국에서는 유일한 썸머 뮤직필름페스티벌입니다. 그런 만큼 올해는 영화제의 본질을 다시 찾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영화제 정체성을 한층 강화해 장편과 극영화 비중을 높이고,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연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예년 예산의 3분의 2 정도 규모인 만큼 상영작 수는 다소 줄었으나 이동준 집행위원장을 비롯하여 맹수진, 조명진 프로그래머와 영화제 전 스태프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행사 내실을 채우는 데 노력했습니다. 현실적인 판단을 충분히 고려해 프로그램을 구성한 거지요. 그렇게 과도한 비용을 쓰지 않고도 영화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영화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29개국 104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화 음악계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 추모 공연

설재원 올해의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지난 3월 타계한 영화 음악의 거장 고 사카모토 류이치를 추모하는 행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장호 네 맞아요. 지난 3월 타계한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고 사카모토 류이치를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음악 외에도 환경, 평화 운동 등 사회문제에 늘 적극적이던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자 수상자로 선정한 것입니다. 이번 수상을 위해 그와 음반사 코몬스를 함께 설립한 조지 아브라이와 1986년부터 고인의 공연을 제작한 프로맥스 아이엔씨의 유타카 토야마가 영화제를 찾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1987년 음악 연출을 맡았던 영화 〈마지막 황제〉(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로 아시아 음악가 최초 아카데미 음악상과 골든글로브, 그래미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음악가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마지막 사랑〉, 〈철도원〉 등 다수 영화의 음악 작업에 참여했지요. 2014년 암 선고를 받은 뒤에도 음악을 놓지 않았습니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한국영화 〈남한산성〉(황동혁) 등의 음악을 맡았습니다. 제천영화제는 그를 기리기 위해 대표작 〈마지막 황제〉, 〈남한산성〉, 〈철도원〉 등 5편을 상영하는 추모전을 선보입니다. 또한 사카모토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와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헌정 콘서트 또한 마련했습니다. 귀한 상영과 공연을 놓치지 마시고 꼭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개막작 〈뮤직 샤펠〉
개막작 〈뮤직 샤펠〉
개막작 〈뮤직 샤펠〉
개막작 〈뮤직 샤펠〉
폐막작 〈블루 자이언트
폐막작 〈블루 자이언트〉

음악애호가들을 위한 개막작과 페막작
〈올드보이〉 개봉 20주년 기념 필름 콘서트

설재원 네 저희 《쿨투라》 편집진들도 꼭 관람하겠습니다. 올해의 개막작과 폐막작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이장호 개막작은 도미니크 데루데르 감독의 벨기에 영화 〈뮤직 샤펠〉입니다. 스물세 살의 피아노 대가 제니퍼 로지어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죠. 저희는 북유럽 영화인과의 교류를 위해 노르웨이 영화음악가 요룬드 사뮤엘슨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영화제가 한국 영화음악가와 북유럽 영화음악가의 가교 역할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폐막작은 일본 감독 타치카와 유즈루의 재즈 소재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가 선정됐습니다. 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열정과 테너 색소폰만을 가슴에 품고 도쿄로 무작정 상경한 고3 ‘다이’는 같은 꿈을 지닌 천재 피아니스트 ‘사와베’와 초보 드러머 ‘타마다’를 만나 밴드 ‘JASS’를 결성하고, 일본 최대의 재즈 클럽에서의 공연을 목표로 치열하고 격렬한 무대가 펼쳐집니다. 두 작품 모두 기대해도 좋습니다.

설재원 개막작 도미니크 데루데르 감독의 〈뮤직 샤펠〉은 물론 2023년 2월 일본에서 개봉되었던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를 제천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만나볼 수 있다니 무척 기대됩니다. 이시즈카 신이치가 그린 『블루 자이언트』 원작 만화는 소리를 쓰지 않고 재즈를 표현한 최고의 작품이라 불리는데요. 오로지 연출과 그림의 힘만으로 재즈 바 특유의 냄새가 느껴지고, 재즈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재즈 음악이 들리게 만드는 기적적인 표현력은 수많은 독자들을 감동시키며 음악 만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 개봉 20주년을 기념해 여는 필름 콘서트도 눈길을 끕니다. 박 감독님께서도 이번 영화제에 참여하시는지요? 그리고 ‘원 썸머 나잇’ 공연을 비롯한 기타 신설 공연들도 궁금합니다.

이장호 필름 콘서트는 제천영화제가 지난해 〈E.T.〉를 시작으로 선보인 복합문화공연입니다. 이번에는 〈올드보이〉 심현정·이지수 음악감독이 편곡을 맡아 콘서트용 음악을 재창조했습니다. 지휘자 한주헌이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를 이끕니다. 영화제는 박감독이 참석하리라 기대하고 있죠.(웃음) 그리고 영화제 대표 인기 프로그램인 ‘원 썸머 나잇’ 공연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다음 달 11-12일 이틀간 청풍랜드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이 공연에는 인기 뮤지션 10CM, 소란, 치즈, 스텔라장, 샘김, 권진아 등이 출연합니다.

또한 올해 김태원, 김도균, 함춘호, 장하은 등의 뮤지션이 참석하는 ‘레전드 오브 록’이라는 록음악 공연을 신설했습니다. 더불어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도 신설했는데 울리히 자이델, 세르주 보종 등 거장 감독들의 신작 음악영화를 비롯해 국내외 9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 

내 역할은 젊은 스태프들의 활동 돕는 일
9월에는 최인호 10주기 추모행사 진행 계획

설재원 그동안 제천영화제에 오래 참석해온 감독님으로서 영화제에 대한 추억과 에피소드가 많으실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제천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서의 포부와, 감독님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이장호 영화제가 내년이면 벌써 스무 살 성년입니다. 장맛비 속에서 치러졌던 제천영화제의 추억들이 새록새록하네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지금까지 영화제가 걸어온 성과를 겸허히 짚고 미래의 비전을 다시 제시하고자 합니다. 제천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서의 제 역할은 젊은 스태프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활동하는 걸 방해하지 말고, 즉 아이디어를 죽이는 일 없이 프로그램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올 9월, 친구 최인호 작가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그를 기리는 추모행사와 특별 영상회GV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인호는 1970년대 청년 문화의 중심에 선 작가입니다. 소설가이자 시나리오작가였으며, 작사가로 문학, 영화, 드라마 등 한국문화에 끼친 최인호 작가의 영향은 신선하고 거대합니다. 그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평소 그를 사랑하며, 함께했던 벗들과 문화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그의 업적을 기리는 ‘제1회 최인호 청년문화상’을 제정, 시상식(9월 22일)을 합니다. 그리고 이튿날 23일에는 한국청년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한 최인호 작가 특별상영회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하고자 합니다. 문학과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문화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준 그의 추모행사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 독자들이 많이 참여해 준다면 행사가 더욱 의미있고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설재원 긴 시간동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대한 좋은 소개 말씀 감사합니다. 제천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며, 독자들도 제천에서 멋진 썸머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길 바랍니다.

 


 

 

* 《쿨투라》 2023년 8월호(통권 11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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