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장종권 시인의 「꽃이 된 기억」
[새 시집 속의 詩] 장종권 시인의 「꽃이 된 기억」
  • 장종권(시인)
  • 승인 2023.07.31 1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이 된 기억

장종권

 

너의 얼굴을 묻어놓은 느티나무를 찾는다. 늙은 느티나무 곁에서는 새싹이 돋더라. 여름내 쑥쑥 자라더니 하얀 꽃이 피더라. 가을이 가기 전에 꽃 송이송이 꺾어다가 나의 빛 좋은 창가 붉은 꽃병에 꽂는다.

너의 기억을 심어둔 길에도 꽃이 피었다. 꽃마다 송이송이 꺾어 꽃바구니 만들었지. 너는 아직도 꽃으로 남아 빛나는구나. 꽃만 남기고 떠난 너는 어디에 살면서 꽃보다 더 희게 더 붉게 피고 있느냐.

 

- 장종권 시집 『찰방찰방 똥바다 건너』(리토피아) 중에서

 

 


장종권 시인은 전북 김제에서 출생했다.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1958년 김구용 시인의 추천을 받아 《현대 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누군가 나의 방문을 두드리고 갔습니다』 『가끔가끔 묻고 싶은 말』 『아산 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 『개나리 꽃이 피었습니다』 『호박꽃나라』 『전설은 주문이다』 『함 석지붕집 똥개』, 시선집으로 『오늘이라는 낙원』이 있으며, 창작집으로 『자장암의 금개구리』, 장편소설 『순애』(전2권)가 있다. 그 외 4인시소설집 『3막7장』과 세계명시선 『너를 위해 내 사랑아』(공저)가 있다.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원문학상, 미네르바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1년 계간 《리토피아》를 창간하였다. 2008년 사단법인 문화예술소통연구소를 설립하여 현재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 《쿨투라》 2023년 8월호(통권 110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