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프리뷰] 외로운 살갗들의 이야기: 연극 〈토카타〉
[공연 프리뷰] 외로운 살갗들의 이야기: 연극 〈토카타〉
  • 이수민 리포터
  • 승인 2023.07.31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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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컴퍼니 제공
신시컴퍼니 제공

‘토카타’는 접촉하다, 손대다 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토카레toccare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사람 간의 접촉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촉각은 생명이 지닌 최초의 감각이며 피부는 존재의 경계이다. 그리고 그 위에 새겨진 기억들, 〈토카타〉는 외로운 살갗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표현한다.

관계의 단절과 고독을 표현하기 위해 기획된 작품 〈토카타〉는 중심 줄거리 없이 세 인물의 독립된 이야기와 춤으로 극을 이어나가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키우던 개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늙은 여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위독한 상태에 빠진 중년 남자, 혼자 춤을 추는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팬데믹으로 인한 관계의 단절들이 우리에게 남긴 충격과 슬픔, 고독에서 영감을 받은 극본의 배삼식 작가는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들에 집중했다. “인간의 접촉이 대단히 불순하고 위험한 것이었던 2년, 그 시절을 겪으면서 촉각이라는 것, 인간의 피부, 촉감이 중요한 이야기의 축이 될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한다.

작가는 “고립이라는 측면에서 조금 더 일반 사람들보다 몰아붙여진 인간들의 이야기입니다. 외부와의 단절에 즉각적으로 고통을 표출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결국은 자기 내면으로 더 눈을 돌리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을 따라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죠. 예술은 때론 다른 종류의 시공간을 경험하게 해주는데, 이번엔 우리 내면의 공간에 더 집중하는 이야기입니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숙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손숙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토카타〉는 손숙의 연극 인생 60년을 기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익숙한 공연을 반복하는 일반적인 기념 공연의 공식에 따르지 않는다. 기존의 연극 장르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형식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끈다. “관객과 함께 ‘산책’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연출의 손진책 감독은 “내러티브가 없는 연극이기 때문에 그 낯섦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것이 우리 연극의 매력”이라고 말하며 “이 작품은 존재론적 고독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침잠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삶의 찬미로 이어지는 그런 작품이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배우진으로 눈을 돌리면, “손쉽게 올릴 수 있는 잔치 같은 공연을 다시 보여드리는 건 의미가 없다”는 손숙은 “다시 연극을 꿈꿨던 그 어릴 적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새로운 연극으로 관객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음을 밝힌다. 손숙은 대학생 재학 시절 유진 오닐의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아 연극계에 입성하게 되었다. 1963년 연극 〈삼각모자〉의 주인공으로 데뷔를 한 후 〈어머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위기의 여자〉 등 때론 강한 생명력을 지닌 어머니로, 때론 냉철한 지성과 욕망을 갖춘 여성으로 변모해왔다. 이렇게 손숙은 척박한 한국 연극계에서 여성 배우의 1인자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손숙은 다시금 그녀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함께 출연하는 김수현은 전작 〈햄릿〉에서부터 손숙과 호흡을 맞추며, 깊은 내면 연기를 선보인다. 배삼식 작가가 〈토카타〉 집필 당시부터 손숙과 김수현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인 만큼 손숙과 함께 작품의 감동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무가 겸 연출을 맡은 정영두와 음악감독 최우정은 작가와 오랫동안 교류를 해왔으며 친구이자 동지로 다양한 작품을 함께 완성해왔다. 그만큼 작가의 극본을 잘 이해하며 그 본질을 몸으로, 음악으로 표현해냈다.

또한, 손진책 감독은 〈토카타〉에 대해 “함정도 많고, 수수께끼도 많아서 우리 모두 극본 속에서 치열하게 보물찾기를 하게 될 연극”이라며, “기교적·즉흥적인 건반 음악의 형식을 가리키는 말로도 잘 알려진 ‘토카타’라는 제목에 걸맞게 우리들의 삶을 하나의 연주처럼 풀어내는 연극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높였다.

이처럼 전에는 없던 새로운 형식과 최고의 제작진들이 뭉쳐 완성시킨 연극 〈토카타〉는 올여름 관객들에게 가장 깊은 통찰을 선사하는 연극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토카타〉는 오는 8월 19일부터 9월 10일까지 3주간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접촉과 교류, 인간의 존재론적 고독, 삶에 대한 통찰과 같은 심오한 메시지를 던지는 〈토카타〉에서 슬픔 그 이상의 여운을 느껴보자.

 


 

* 《쿨투라》 2023년 8월호(통권 11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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