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 시인 등단 작품집 『영원한 빛은 어디서 오는가』
문학사상 시인 등단 작품집 『영원한 빛은 어디서 오는가』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3.08.18 1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열한 작품성을 기준으로 신인을 발굴해온 『문학사상』의 전통!
빛나는 신인들의 등단작은 독자들 가슴에 깊고 굵게 각인되어왔다

 

 

독자들의 가슴에 깊고 굵게 각인되어 있는
문학사상 시인들의 빛나는 등단 작품집
『영원한 빛은 어디서 오는가』

-1975년 제1회 송수권 시인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8인 문학사상 등단작 수록

 

문학사상 시인들의 등단 작품집 『영원한 빛은 어디서 오는가』가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되었다.

문학사상 출신 시인들의 모임인 ‘문사문학회’ 이름으로 출간한 이 사화집에는 1975년 처음으로 문학사상 신인상에 당선한 제1회 신인 송수권 시인부터 홍영철 손종호 원희석 김완하 정끝별 강희안 정해종 장욱 유환숙 이진숙 이태관 강신애 정채원 정이랑 박해람 문혜진 구봉완 이영식 박홍점 손정순 김연숙 한용국 정진영 하상만 김지윤 한종수 임경묵 정온 손미 김학중 안채영 오주리 권박 정기석 최백규 전수오 홍인혜 등 현재에 이르기까지 38명 시인들의 빛나는 등단작과 시작메모가 수록되었다.

 

‘문사문학회’의 문학적 고향이자 모지인 『문학사상』은 1972년 10월에 창간되었다. 발행인 김봉규, 주간 이어령 선생의 놀라운 식견과 감각으로 우리 문단을 긴장시키며 새롭게 출발한 문예지 『문학사상』은, 매 호마다 판을 거듭하며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문학에 뜻을 둔 젊은이들에게 크나큰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기에 족했다. 그리고 1975년에 이르러 첫 시인으로 송수권 선생이 등장한다. 선생은 남도풍의 한이 서린 어조와 굵직한 톤으로 「山門에 기대어」 외 4편을 통해 등단했다. 그 첫걸음의 작품이 한국 문단에 일으킨 반향은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이후 많은 신진들이 뒤를 이어서 『문학사상』을 통해 우리 시단에 발을 들여놓았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문학사상』은 풍성한 시인들로 이어져 빛을 발하고 있으며, 시류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성을 기준으로 시인을 발굴해온 『문학사상』 신인상의 전통은 아직도 독자들 가슴에 깊고도 굵게 각인되어 있다.

그 사이에 세간의 시대상도 많이 바뀌었으며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어지는 4년여의 혼란 속에서,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단절과 서로 간 괴리감을 키우기에 급급한 실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문학이 지향해야 할 인간 사랑과 생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게 되었음을 돌아보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한다.

 

1990년대 초부터 우리는 ‘문사문학회’라는 이름 아래 함께 만나 시를 나누고 지역을 순회하며 서로를 격려해왔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을 넘어서면서 이 모임은 갑자기 소강상태로 들어간 듯하다. 그동안 우리가 간직해왔던 『문학사상』의 동료의식은 색다른 것이 아니라, 함께 하기 위한 출발의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새삼 ‘문사문학회’의 다정한 이름들이 그리움으로 다가온 것은 그동안 우리가 잊고 살아온 시간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이에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시인 중에 송수권 선생과 원희석 시인은 유명을 달리하였고, 아쉽게도 생활에 바쁜 나머지 시를 놓아버린 사람도 있다. 그러나 많은 시인들이 각자 삶의 자리에서 외롭게 시를 지키기 위해 뼈를 깎는 고독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음은 자명하다. 그동안 『문학사상』을 통한 인연과 동질감이 어느 때보다 약화되고 서서히 잊혀져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화집 발간을 동력으로 삼아 『문학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극했던 감격을 되새기고, 그때의 첫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함께 할수 있는 따뜻한 시작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 「서문」(문사문학회 회장 김완하) 중에서

 

김완하 문사문학회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우리는 소중한 두 분을 떠나보냈”으며, “이분들이 『문학사상』을 열고 이끌어 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문학사상』과 ‘문사문학회’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본 사화집을 2022년 2월 26일 하늘문을 열고 오르신 이어령 선생님과, 2023년 1월 2일에 작고하신 임홍빈 회장님께 바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견뎌내고 탄생한 이 책은 우리를 “처음의 순간으로”, 치열했던 문청의 매혹적인 행간 속으로 데려갈 것이다.

 


 

■ 문사문학회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시인들의 모임이다. 1990년대 초부터 ‘문사문학회’라는 이름 아래 함께 만나 시를 나누고 지역을 순회하며 서로를 격려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을 넘어서면서 갑자기 소강상태로 들어간 듯 소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오며, 문학이 지향해야 할 인간 사랑과 생명에 대한 신뢰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번 문학사상 시인 등단 작품집 발간을 동력으로 신인의 첫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함께할 수 있는 따뜻한 시작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참여 시인

송수권 홍영철 손종호 원희석 김완하 정끝별 강희안 정해종 장 욱 유환숙 이진숙 이태관 강신애 정채원 정이랑 박해람 문혜진 구봉완 이영식 박홍점 손정순 김연숙 한용국 정진영 하상만 김지윤 한종수 임경묵 정 온 손 미 김학중 안채영 오주리 권 박 정기석 최백규 전수오 홍인혜 (38명)

 


 

■ 본문 속으로

누이야
가을산(山)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江)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苦腦)의 말씀들
돌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山) 그리매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盞)은 마시고 한 잔(盞)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山) 그리매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 송수권, 「산문(山門)에 기대어」 전문, 본문 10-11쪽

 

바람은 늘 포구(浦口)로부터 불어왔다.
거기서는,
닿을 수 없는 정적(靜寂)이 홀로 젖어 있다.
자정(子正)이면 썰물의 향방에 씻기는
그대 맨발.

어느 지체(肢體)도 떠는 성싶다.
강약조(强弱調)에 몸을 맡긴 뱃전들의 숙취(宿醉)는
안개 저쪽,
어떤 날개를 예비하고 있을까.

온몸을 밝혀 뜬 만월(滿月)의 때에도
우리는 손톱 밑에 숨겨진 죄(罪)의 의미를
밝히지 못한다.
꿈, 사랑도 그렇다.
문득 낡은 소매의 어둠이 부리는 어망(漁網) 안으로
근해(近海)의 눈먼 고기들이 찾아 헤매는 고향.

그것은
최초에 한 가닥 빛이었는가
잠 속의 무한 눈물이었는가.
바람의 통로(通路)를 따라
더 멀고 강한 구름을 쫓는 바닷새들
부러진 돛들, 폭풍의 수많은 바위틈으로
밤새 철썩이는 어둠의 이마들.

새벽이면 하얀 소금으로 남는 이여.
쩍쩍 등 갈라진 간조(干潮)의 몸을 일으키면,
그때마다 수천 마리 게가 되어
뭍으로 기어오르는 그대 맨발,
보라. 단 한번 포구(浦口)로부터
저 빛나는 거품들의 시원(始源).

- 손종호, 「그대의 벽지」 전문, 본문 21-22쪽

 

초희(楚姬)*

붉게 터진 네 아기를 찾으러 갈 시간 너는 맨몸으로 딱딱한 무덤을 나와 우주에 떠 있는 고아원으로 가자 측백나무 가지가 길게 삐져나온 별 하나를 찾자 언젠가 지나오는 길에 노란 손수건을 매어둔 것 같은 나무가 있다

스물일곱 송이 꽃이 폈고 비로소 우리는 가장 아픈 꼭짓점에 섰지 토성의 달들이 우리의 소풍을 반겨줄 것이다

초희, 달아나자 우주를 향해 네 것인지 내 것인지 머리카락 뜯으며 .......... 가는 길 어디쯤 앉아 단 한 번만 춤을 추자 네 시를 비웃던 남자와 내 삶을 비웃던 애인이 모퉁이에서 만나 웃거나 혹은 외면하겠지

문 밖에서 우주가 울고 있다

문을 열면 고아처럼 버려진 것들이 젖을 찾아 온몸에 파고들어 초희, 우리는 가서 이름 없는 것들의 어미가 되자 우리, 가는 길 어디쯤 앉아 별의 꼭지를 잡고 단 한 번만 웃거나 울자 스물일곱 송이 꽃이 졌고, 사자가 먹은 제 새끼를 생각하는 기린 한 마리가 우리를 배웅해 줄 때 미리 와서 떠돌던 스푸트니크의 개가 마중 나오는 그림자가 보인다

자, 이제

 

*초희(楚姬) : 허난설헌의 이름.

- 손미, 「달콤한 문」 전문, 본문 188-189쪽

 

안부는 도로 입속에 넣어 줘

토마토의 色을 빌려주겠니? 가지나 타조의 色 같은 것도
괜찮아?

나의 발은 완전히 몽롱해졌으니
은신시켜 놨던 자학이나 꺼내야겠다

엉망진창 울고 있는 얼굴과 불쌍한 어깨는 쓰레기통에 처박고

폐빌딩 같은 장화 속으로
장화 같은 까마귀 속으로

나는 나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열쇠와 양말을 챙겼다
밤은 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앞면이 나올 때까지 동전을 던졌다

구르고 구르다 처박힌
동전으로 발견된 나는

모자 쓴 밤의 모자를 벗기겠다
모자의 얼굴과 내 얼굴을 구분 못하겠다

떨어지지 않는 발과 떨어진 발을 고르고 고르다 할 수 없이
괜찮아지겠다

- 권박, 「밤의 모자」 전문, 본문 214-215쪽

 


 

■ 차례

 

서 문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_김완하 004

 

송수권 산문(山門)에 기대어 외 2편_010

홍영철 툰드라를 위하여 외 2편 _016

손종호 그대의 벽지(僻地) 외 2편 _021

원희석 물이 옷벗는 소리에 외 2편 _028

김완하 눈발 외 2편 _032

정끝별 칼레의 바다 외 2편 _038

강희안 목재소에서 외 2편 _047

정해종 그리운 당정섬 외 2편 _056

장 욱 섬진강에 띄운 반달 32 외 2편 _063

유환숙 안개와 장미 외 2편 _067

이진숙 원숭이는 날마다 나무에서 떨어진다 외 2편 _074

이태관 강 외 2편 _078

강신애 오래된 서랍 외 2편 _087

정채원 가면무도회 외 2편 _094

정이랑 꽃씨를 뿌리며 외 2편 _099

박해람 등뒤의 산 외 2편 _103

문혜진 휴앙지에서의 여름 외 2편 _110

구봉완 황사의 봄날 외 2편 _116

이영식 공갈빵이 먹고 싶다 외 2편 _120

박홍점 치자꽃향기 외 2편 _125

손정순 개심사 거울못 외 2편 _131

김연숙 틈새 외 2편 _135

한용국 실종 외 2편 _141

정진영 중환자실의 까뮈 외 2편 _147

하상만 우물 외 2편 _154

김지윤 수인반점 왕선생 외 2편 _161

한종수 몰락하는 가을 외 2편 _167

임경묵 얼음 소녀 외 2편 _175

정 온 가장 뜨거운 씨앗 외 2편 _181

손 미 달콤한 문 외 2편 _188

김학중 천적 외 2편 _194

안채영 언간문(諺簡文) 외 2편 _201

오주리 나의 장미창 외 2편 _208

권 박 밤의 모자 외 2편 _214

정기석 당신의 나날 외 2편 _221

최백규 얼룩의 반대 외 2편 _229

전수오 조향사(調香師) 외 2편 _236

홍인혜 두두 외 2편 _24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