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연고軟膏
박미자
마그마가 굳어 생긴 검은 바위 해변에서
거북손이 스멀스멀 자라기 시작했다
태왁을 둘러메고서 먼 길 떠난 그 자리에
지난한 날을 깁던 그물코 틈사이로
울음 같은 노랫가락 한 올 한 올 채워지면
아버지 천 근 비늘을 도리깨로 털어냈지
갈고리 손마디를 무명실로 동여매고
‘내가 죽어야만 걱정이 끊어지지’
갯바람 살 터진 말씀, 뼈마디에 스민다
- 박미자 시집 『바닷물 연고』(작가) 중에서
박미자 시인은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조집 『그해 겨울 강구항』, 『도시를 스캔하다』, 수필집 『한남새』 발간. 울산시조작품상, 울산문학작품상, 김상옥백자예술상신인상, 제40회성파시조문학상 수상. 현재 운문시대 동인.
* 《쿨투라》 2023년 9월호(통권 11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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