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나고 보니 다 청춘이더라! - 오늘도 청춘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청춘을 소재로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왔으며, 또 이야기해 왔다. 흔하고도 뻔한 청춘에 대해, 나도 슬쩍 말을 걸어볼 텐데. 잠시 귀를 기울이시기를, 시선을 거두지 마시기를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부디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보시기를!
잠깐 얘기가 딴 길로 새는데, 독자들에게 청춘이란 무엇인가요? 나는 그저 몸과 마음이 젊은 나이가 청춘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더 많이 나이 들면 그리워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때 그리워할 수 있는 과거가 청춘이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하며 한참 더 지난 후에 지금의 나를 그리워할까 문득 궁금해질 뿐이었죠. 그리고 그 궁금증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나는 지금을 살아내기에 너무 바쁘거든요.
이 글을 시작하기까지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정말 ‘시작’을 쓰지 못해서. 그리고 나의 청춘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아직 어린 나는 어른들이 말하는 청춘을 듣고 읽었습니다. “청춘은 활짝 핀 꽃”이라고, “청춘은 가장 열정적인 시기”라고, 또 “청춘은 뭐든 할 수 있는 때”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나의 청춘은 바로 어제였습니다. 청춘은 오래 지나지 않았고, 모든 가능성을 품은 나의 어제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깨달았습니다. 오늘은 내일의 어제라고.
그러니까 나는, 나와 여러분은, 오늘도 청춘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입니다!
2. 청년회담, 청년회장, 그리고 - 난 빠져야지.
충남문화관광재단에서 청년아트페스타를 진행한다는 공지를 냈다. 2023년 올해에 충남문화관광재단에서 시행하는 예술지원사업의 다양한 분야 중 ‘생애최초창작지원’과 ‘신진예술창작지원’ 분야에 선정된 젊은 예술가들이 청년아트페스타 참여 예술가에 해당되었다. 충남문화관광재단은 특별히 청년예술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청년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는데, 이번 청년아트페스타도 그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청년회담〉의 이름으로 해당 청년예술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첫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로 안면도 트고 각자의 작업을 간단히 소개할 수 있는 자리였으며, 2023 충청남도청년아트페스타의 진행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다음 주에 〈청년회장〉이 열렸고, 보다 많은 청년예술가들이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자리를 채웠다.
다양한 분야의 신진예술가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다만, 이번 프로그램에는 2023 청년아트페스타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기에 최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하리라 굳게 마음을 먹고 참석했다. CN갤러리에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심지어 나는 문학 분야에 속한 예술가이다. (나는 4월에 김가을 작가 개인전에 협업하며 CN갤러리 유경험자가 되었다.) 다른 일이 생기기 전에 결심했다.
난 이 프로젝트에서 빠져야지!
3. 감독님 등장 + 청충남많 작명 일기 - 열심히 해버렸다.
소문 무성하던 예술 감독이 〈청년회장〉 자리에 참석했다. 20년 동안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지키고 있는 감독이자 프로듀서이며 국악과 월드뮤직 분야에서 신예 아티스트를 발굴하여 프로듀싱하고 세계에 알리는 작업에 열정을 쏟고 있는 계명국 감독은, 등장부터 〈청년회장〉의 분위기를 뒤집었다.
문학 작가의 눈이 갑자기 반짝이기 시작했다. 정말,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참여 작가들과의 협업은 잠시 제쳐두었다. 문학과 미술을 좋아하는 축제 공연 전문가의 감독직 수락, 콜라보레이션은 이미 감독님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졌다. 저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대략적인 아트페스타의 방향이 잡히고, 기획팀과 디자인팀이 꾸려져 업무와 일정이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2023 충청남도청년아트페스타의 명칭을 정했다. 청년을 대변할 수 있는 ‘청춘’과 ‘낭만’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기로 했다. 충남의 이름을 대놓고 표현한 CN갤러리처럼 우리의 출신을 1차원적으로 드러내고 싶다는 의견도 수용하기로 했다. 우리의 축제에는 청춘과 낭만이 있을 예정이다. 그리고 충남에서 활동하는 청년예술가들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충남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충남 사람들이 뭔가 ‘많’이 하는 것이라 말하겠다.
〈청충남많〉, 지어놓고 보니 희망이 보인다. 아주 사랑스러운 이름이다.
입 꾹 다물고 앉아 있다가, “저는 여기까지만.”이라고 말하고 조용히 나와야지, 했던 것 같은데. 맙소사, 또 열심히 해버렸다.
4. 청춘을 여름에 비유하는 이유 – 뜨겁기 때문이겠지.
〈청충남많 – 2023충남청년아트페스타〉에 참여하는 청년예술가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각분야의 공은지는 강하고 투박하며 거대한 여성들의 이미지를 통해 여성스러움의 사회적 의미를 전복시키고 여성의 성질을 확대하고자 했다.
김현정은 압축성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인이 되며 공동체 의식은 점점 더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작가의 영감을 작품에 담았다. 느슨한 연결로 이어진 개인이 모여 배려와 협동으로 사회를 이루어나가는 행위를 놀이의 모습을 차용하여 회화로 표현했다.
단수민은 개인의 기억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민을, 반복적으로 대상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추상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의 조각들을 이어붙이거나 퍼뜨려 설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이미지에서 작품의 설치까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눌러 담았다.
신소은은 Aqua fish art, 물과 열대어를 소재로 작가의 순수했던 시절부터의 꿈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본래 열대어의 환경, 습성, 모양, 색 등의 특징을 고려하였고, 작품에서 물은 꿈을 찾기 위해 길을 열어주는 소재가 되며, 열대어는 꿈을 찾아가는 작가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오예진은 자신의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갖길 바랐다. 작가는 관람자가 잠시나마 현실세계와 거리를 두고, 스스로가 하나의 우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길 수 있길 바라며, 작품을 통해 관람자 각자에게 자신에 대해 생각할 특별한 시간을 제공했다.
김태연은 추상적인 색감의 파동 또는 수없이 많은 색감들이 발현되거나 소멸되는 것처럼 비시각적인 부분을 시각화하는 작가이다. 중저 채도의 색과 보색 계열의 색들이 서로 대비되도록 표현하는 작업들은 때론 이질적이거나 낯설 수도 있지만 작가는 그것이 외부로부터 받는 자극에 대한 감각 주체의 해석이자 상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수는 시간-회화라는 새로운 개념과 화풍을 통해 관습적인 감상법을 벗어나 관람자의 감각을 통해 작품이 직접적으로 닿을 수 있도록 설정했다. 과거-현재-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간성 위에서, 작품 속에서 움직이는 대상들에게 운동, 속도, 리듬을 부여했다. 시간이라는 부피의 차이 속에서 운동-이미지라는 새로운 터치들을 만드는 것이며, 이렇게 만들어진 부피와 형상을 디지털 평면 위에 늘어놓아 회화적인 영역을 탐구했다.
유소영은 부조리한 시스템과 사회의 이면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에 반영하여 창착 활동을 했다. 미디어, 설치, 로보틱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특히, 물성과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매번 발표하는 작품을 통해 관람자에게 건네는 작가의 묵직한 메시지는 곧 사회를 향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예 분야의 박지선은 개인의 가치관을 작품에 녹여내고 형태로 구현하는 작업을 했다. 작가는 작업 배경과 이야기를 담은 디자인 전개를 기반으로 하여, 입체 조형물을 제작했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은 관람자에게 작가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품은 소망을 시각화하여 사람이 갖는 소망의 이미지를 시각적 형태로 도출해 새로운 예술로 실현했다.
장유정은 자연과 식물이 주는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사랑하며, 자연을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잠깐의 쉼을 만끽할 줄 아는 작가이다. 그토록 좋아하는 것들이 변하지 않는 형태로 자신의 삶에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업했다. 자연과 식물을 작가만의 색으로 재해석하여 반려 작품을 완성했다.
맹국호는 선의 형태로 이루어진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이다. 일반적인 선과 달리 비비꼬인 형태나 꼬인 선으로 보이도록 제작하여 작가의 심성의 변화를 드러냈다. 주로 곡선을 활용하여 유기적인 형상을 취해 생명체들을 연상시키는 작업을 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여 변화를 추구했다. 완성된 작품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진취적인 작가를 닮았다.
송인영은 일반적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시선에서 제외되는 보편적인 것들을 깊이 관찰하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일상적인 것들을 일반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형태의 조형물로 창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시선이 반영된 독특한 형태를 가진, 결코 조용하지 않은, 울리는 소리를 담은 구름을 창작했다. 특별히 고우리 시인의 작품을 낭독한 여러 작가들의 음성이 울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구름이 전시장에 떴다. 하나의 작은 구름이 전시장 온 하늘을 차지했다.
공연분야로 참여한 청년예술가들도 각기 다양한 모습들이었다.
강충만은 무용예술로 상대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실현하여 자신만의 몸짓을 제2의 언어로 활용하였다. 이번에는 김태연 작가의 작품 〈colour meditation〉에서 전달하는 “끊김 속에 존재하는 무한한 연결성”이라는 메시지를 재해석하여 즉흥 퍼포먼스 무대를 꾸몄다. 강충만은 공연 일정이 있는 금, 토요일 이틀 내내 공연의 문을 여는 크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탭댄서 조성호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만나 느끼는 설렘의 리듬을 탭댄스로 표현했다. 무한도전, 불후의명곡 등의 방송출연과 영화 〈스윙키즈〉 활동으로 유명한 그가 이번엔 충남의 청년예술가로 뭉쳤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탭댄스뿐 아니라 카혼 연주를 통해 퍼커션으로서도 큰 몫을 해냈다.
피아니스트 서솔은 그리그와 슈만의 음악을 연주했다. 특별히 고우리의 시를 이용하여 〈못다 한 이야기〉라는 제목의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여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송인영의 작품에도 활용되었던 시낭독 참여 작가들의 음성이 서솔의 무대 중간중간 울리는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재즈아티스트 이초롱은 베이스기타 연주와 재즈보컬의 역할을 모두 감당하면서도 무대를 즐기는 진정한 프로였다. 특히 이번 청충남많을 반영하여 정한 〈청춘이라는 순간〉이라는 공연 제목에서 우리의 축제 〈청충남많〉을 대하는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감동의 무대였다.
윤지민과 터미네이터의 합성어, 로봇 같은 체력으로 부드러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지미네이터의 무대도 이어졌다. 자작곡을 연주하고 부르고, 다른 아티스트의 백업 연주를 도우며 주어진 무대에 최선을 다하는 지미네이터의 공연이었다.
보컬리스트 한은진은 감성적인 보이스로 관객들과 소통했다. 따뜻하고 깔끔한 음색으로 관객의 감성을 두드리는 보컬이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자신 있는 가요를 불러 무대를 채웠다. 아마도 관객들이 가장 많이 행복하게 웃었던 무대가 아니었을까.
이번 공연에서 유일한 전통예술 분야의 예술가였던 최수지는 가야금병창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추임새를 가르쳐주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어우러졌다. 최수지는 한국의 전통 정서를 이어가면서도 깨어있는 젊은 명인을 꿈꾸는 차세대 가야금병창 연주가이다. 판소리와 가야금을 두루 아우르는 명인이 되기위한 과정의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음악으로 전통을 넘어서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 중이다.
또 하나의 유일한 분야, 문학분야의 고우리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의외로 다양한 방법으로 청충남많에 참여했다.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텍스트에 갇혀 지내는 방식으로’ 청충남많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고우리의 ‘시’를 활용한 송인영과의 협업 작품, 서솔과의 협업 무대는 진정한 컬래버레이션이라 자부할 수 있다.
청춘은 특히 여름에, 여름은 특히 청춘에 자주 연결하고 연결된다. 왜, 청춘을 여름에 비유하는 걸까? 2023년 유난히 뜨거운 이 여름의 한 부분에서, 나는 그 답을 찾았다.
청춘은 참 뜨겁다. 이러다 데이는 거 아닐까 겁이 날 정도로 뜨겁다. 때론 화상을 입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뜨겁고 보는 청춘이다. 때론 잿더미로 남을지라도 활활 타오르고 본다. 작열하는 태양이 추석을 풍성하게 만들 듯이, 우리의 청춘도 저마다의 모양으로 익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한 계절이 지나가는 건 잠깐이었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우리는 모두가 다른 향을 풍기며 다른 색을 발하며 어딘가 저마다의 자리에서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5. 공연 일기
시간은 게으른 적이 없다.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서 강충만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스크린에 송출되는 김태연의 작품에 맞춰 진행되는 강충만의 퍼포먼스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모두가 궁금해하던 이초롱 트리오의 공연이 이어졌다. 베이시스트이면서 보컬리스트인 이초롱의 무대는 신선한 볼거리가 많았다. 무대 중간 시인 고우리의 시낭독과 함께 노래가 연결되기도 했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 무대를 즐기게 만들었다. 그렇게 관객들도 이초롱 트리오와 함께 ‘청춘이라는 순간’을 만끽했다.
공연 2일차, 총동원된 재단 관계자들의 홍보 열기는 막바지까지 식지 않았다. 누군가는 20여 년 만에 대학 시절 전공했던 중국어를 써먹었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우연히 초대한 외국인 관객이 처음부터 공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켜준 덕분에 처음으로 번역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봤다고도 했다.
강충만의 퍼포먼스로 포문을 연 본격 공연과 시각 전시 작가들의 작품 소개가 이어졌다.
최수지의 가야금병창 무대는 관객이 소통하며 호흡할 수 있는 무대였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시낭독 음성과 어우러진 서솔의 피아노 연주는 믿고 볼 수 있는, 믿고 들을 수 있는 무대였다. 고우리의 시를 재해석하여 연주와 함께 배열한 서솔의 정성이 가득한 무대에 관객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한은진, 윤지민, 조성호, 이초롱이 함께 준비한 무대는 관객들이 즐기기에 충분했다. 익숙한 가요 선곡과 낯선 자작곡 선곡이 적절하게 어울렸으며, 조성호의 탭댄스와 특별 출연한 박지혜의 탭댄스 듀오 공연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기분 좋은 흥분으로 이끌었다. 한 편의 버라이어티 쇼를 보는 듯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무대를 즐긴 관객들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 관객들이 떠난 자리 역시 쉽게 조용해지지 않았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또 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아쉬워하며 인사를 나눴다. 누구보다 많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이 젊은 예술가들을 불러 모은 재단과 갤러리 담당자들과 기획팀으로 수고한 몇몇 예술가들은 감격과 감정을 눈물로 쏟아내기도 했다. 감사한 이름들에게 충분히 감사하며, 응원할 이들에게 열렬히 응원을 보냈다. 서로가 서로에게 충분히 아쉬워했으며, 아쉽지 않을 만큼 인사를 나눴다.
이 짧은 글 내내 언급되었던 많은 이름들을 지금은 다시 쓰지 않기로 한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나는 마지막이라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고마운 많은 얼굴들을 잊지 않기로 한다. 그들의 눈빛과 입술과 손끝이 언제나 나에게 따뜻한 영감을 주리라 기대한다. 충청도 사람들의 이별 인사가 유독 길다던데, 이럴 때 보면 나는 뼛속까지 충청도 사람인가 보다.
6. 다시 쓰는 행운의 편지 – 모두에게 God bless you!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만남이 이루어지고 많은 인연이 맺어졌다. 아끼고 아끼던 많은 말들은 끝내 미루려 한다.
참여 예술가들에게 시 낭독을 부탁하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시와 낭독 작가를 연결했다. 이야기를 나눠본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기억에서 최대한 이끌어내 음성과 발음과 시의 내용과 시어를 맞춰보며 오래 고민한 결과 시 낭독 음성 파일이 완성되었다. 특별히 이 시는 꼭 이 사람에게 부탁해야겠다는 강한 마음으로 연결한 시가 있었다. 이 시에 담긴 메시지는 예술감독님의 음성으로 듣고 싶었다. 오늘은, 지금까지 미뤄둔 많은 인사의 말들을 이 시로 대신한다. 〈마침.〉
새로 쓰는 행운의 편지
고우리 시 / 낭독 계명국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아침이 가까운 새벽에 마음으로 씁니다
오늘도 어둠 속을 헤매느라 고단한 영혼
끝내 빛을 찾지 못해 멈춰선 자리에 주저앉아
짧은 한숨에 꿈을 뱉어버리는 그대가,
체념이란 단어마저 사치인 것 같아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내가,
그래도 내일을 살아야만 하는 우리가,
마침내 야광으로 빛나는 행운을 만나기를
이미 오늘치의 불행을 다 겪었으니
이제 오늘 밤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잠들기를
내일은 내일의 어둠이 있을지라도
매일 하루치만큼만 고통스러워하고
또 하루치의 행운을 누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God bless you!
보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를 접속하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재단 홈페이지 〈청충남많〉 현장 스케치 소개
https://www.cacf.or.kr/_kor/developer/m_board1/m_board.php?tb_nm=tbl_notice&m_mode=view&pds_no=2023090711385733816
재단 유튜브 〈청충남많〉 스케치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TlerhTxSgGQ
사진제공 충남문화관광재단
* 《쿨투라》 2023년 9월호(통권 11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