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리뷰] 운동치의 헬스 도전기
[독자 리뷰] 운동치의 헬스 도전기
  • 김시연(독자, 숭의여대 미디어문예창작과 재학)
  • 승인 2019.05.01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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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오래달리기(셔틀런) 16, 윗몸 앞으로 굽히기 발끝 기준 3cm, 100m 달리기 1014. 매년 있는 신체검사마다 재검사를 피할 수 없었다. 병치레가 잦아 나가 놀지도 못하던 아이는 자라서 먹을 건 다 먹으면서 움직이기는 싫어하는 게으른 청년이 되어있었다. 고삼의 숙명이라던 비만을 겪고 난 뒤, 사방에서 운동에 대한 압박이 들어왔었다. 어머니, 아버지, 내 골반이 틀어졌다고 진단해 주신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 수능 끝나고 받은 헬스장 전단지까지. 그럼에도 운동은 하지 않았다. 수험생 시절 고생했으니 좀 쉬어야 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과제가 너무 많았고, 그래서 정신적으로 지쳤고, 청소나 설거지 같은 집안일도 나한테는 훌륭한 운동이었으니까.

겁도 많고 게으른 내가 헬스장에 다니기로 한 것은 어려운 결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큰 결정은 사소한 계기에서 시작되는 법. 때는 대학교 2학년 1학기의 개강 첫 주 주말이었다. 열정이 넘치시는 교수님 덕분에 개강 첫 주부터 무거운 책을 넘기며 레포트를 쓰고 있을 때였다. 참을 수 없는 지루함에 문득 분노가 치밀어오른 나는 노트북을 거칠게 덮으며 차라리 운동이 더 재미있겠다라고 외쳤다. 이 한 맺힌 외침은 이전부터 날 운동시키지 못해 안달이던 어머니의 귀에 들어갔고, 다음 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헬스장 라커 키를 손에 들고 있었다. 어머니도 근 20년간 못 하신 일을 단 일주일 만에 해내신 모 교수님께 이 영광의 1/3을 돌린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작은 당혹스러웠다. 필자는 P.T(personal training. 전문 트레이너가 일대일로 운동을 지도하는 것)가 아닌 프리로 등록하였는데, 프리란 말 그대로 자유로이 시설을 이용하는 것으로 하고 싶은 운동을 하고 싶을 때 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기기 사용법도 모르는 초보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고 운동을 잘못해서 위험할 수도 있다. 내가 딱 그런 초보였으나, 나는 같은 헬스장에서 먼저 운동을 하고 계시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P.T를 담당하시는 트레이너 선생님께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초보 헬스어라면 이전부터 운동을 해왔던 지인과 같은 헬스장을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혹여 지인 없이 혼자 다니게 되더라도 너무 걱정하진 말자. 헬스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시는 트레이너분께 여쭤보면 보통 열의에 차서 친절하게 가르쳐주신다. 어찌나 열의가 있으신지, 필자는 멋모르고 척추운동을 여쭤봤다가 졸지에 복근운동까지 하게 되어 그 다음 날 웃거나 재채기를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명치를 맞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초보 헬스어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말은 천천히, 무리하지 않게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정말 기본적인 근육이나 체력이 없다면? 우선 러닝머신 등의 유산소 운동으로 한동안 체력부터 길러야 한다.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운동을 한다면 몸을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헬스장에 처음 등록할 때 체성분 분석(인바디)을 요청하여 결과에 맞는 운동을 트레이너에게 지도받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프리 회원에게 해 주는 곳도 있고 안 해 주는 곳도 있으니 사전에 문의해보자. 셔틀런 16회를 뛴 필자는 뭐냐고? 필자도 그러고 싶었는데 어느 날 플랭크 1분은 버틸 수 있는 근력이 들통나서 웨이트 존으로 끌려왔다. 굳이 헬스장이 아니더라도 최근 인터넷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홈 트레이닝 또한 마찬가지로, 먼저 자신의 신체 역량을 판단하고 그에 맞는 운동부터 시작해 나가길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아마 제일 궁금할 법한 사항이 바로 운동의 효과일 것 같다. 우선 체중의 변화는 없다. 애초부터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었으니 당연하다. 근육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근육이란 건 아주 천천히 자라는 것이니 이 또한 당연하다. 시작한지 한 달이 조금 넘어가는데 눈에 띄는 변화를 바란다면 그건 욕심일 것이다(벌써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면 난 이미 보디빌더의 길을 고려하고 있었겠지). 그래도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우선 식욕이 늘었다. 아마 체중에 변화가 없던 것은 운동한 만큼 먹어대서가 아닐까 싶다. 가장 반길만한 변화는 다리의 통증이 많이 완화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상기했듯 골반이 많이 틀어져 있어서 시시때때로 다리가 아팠는데, 늘어난 근육으로 체중을 버틸 수 있게 되었는지 통증이 크게 완화되었다. 이러한 운동에도 단점이란 게 있다면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는 24시간 내내 근육통을 달고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운동하느라 과제를 못 했다는 변명이 교수님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지만, 선뜻 도전하지는 못하고 있는 분들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체력이 안 된다면 러닝머신이나 사이클만 돌려도 훌륭한 운동이다. 무엇보다도 가기 전에는 죽어도 가기 싫지만 일단 가고 나면 더욱 열심히 하게 되는 그런 운동의 묘미가 있다. 도전은 과감하게, 그 과정은 여유롭게 대신 끈기있게 실천해 보기를 바란다.

 

 

* 《쿨투라》 2019년 5월호(통권 5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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