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평론] 절대적 차별에 대한 지양과 상대적 평등의 지향: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평론] 절대적 차별에 대한 지양과 상대적 평등의 지향: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서곡숙(문화평론가, 청주대 교수)
  • 승인 2023.10.0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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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차별에 대한 저항과 평등의 실현

필자가 2022년에 유일하게 본 드라마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유인식 연출, 문지원 각본)이다. 로스쿨생이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고 한다. 이 드라마는 법조계에서 화제가 되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극화하였으며, 차별에 저항한 콘텐츠로서 차별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보게 만든다. 차별은 ‘개인이나 집단의 특성을 이유로 부당하게 구별하여 대우하는 행위’를 말하며, ‘기본적으로 평등한 지위의 집단을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불평등하게 대우함으로써 특정집단을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통제 행위’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이런 점에서 차별과 평등은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상한변호사 우영우〉는 어떤 식으로 차별에 저항하면서 평등을 실현시키는가?

 

두 개의 신체: 극과 극의 존재를 통한 이중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는 극과 극의 존재이다. 우영우는 164의 높은 IQ, 정확한 기억력,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천재이지만, 불안한 감각, 몸에 대한 서툰 통제, 일상생활의 부적응을 가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다. 우영우는 공감과 소통에 문제가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높은 집중력과 천재성이라는 장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도움만 받는 정형화된 장애인의 틀을 깨고 있다. 다카시 후지타니에 의하면, ‘국왕’의 두 개의 신체는 국민공동체의 세속적이고 가변적인 번영을 나타내는 부분과 그것을 초월하는 영속성을 나타낸다.푸코에 의하면, ‘사형수’의 두 개의 신체는 처벌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표시되는 최소한의 권력을 체계화하는 가장 작은 신체를 보여줌으로써 사형수의 복종하는 신체에 행사되는 과잉권력을 보여준다.

우영우도 두 개의 신체를 통한 이중화를 보여준다.한편으로, 우영우는 금수저이자 법수저이다. 우영우는 법조계 1위 로펌 대표의 딸이고, 서울대학교 법대 출신 부모를 두었으며,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천재이며, 대형로펌에 다니는 변호사로서 월급 1,300만 원을 받는다. 다른 한편으로 우영우는 장애인이자 사생아이다. 우영우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났으며, 자폐아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며, 동그라미를 제외하고는 친구가 없었으며, 김밥 외의 음식을 먹기 힘들며, 회전문을 통과할 수 없으며, 충격적인 사고 현장을 보면 공황상태에 빠진다. 우영우는 장애인·사생아이기 때문에 금수저·법수저의 권리를 전혀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차별의 현실을 체화한 인물이다. 하지만 우영우는 장애인으로서의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차별에 저항하고 평등을 실현시키는 인물이다. 우영우를 높은 IQ와 낮은 EQ의 인물로, 현실과 이상을 동시에 보여주는인물로 설정한 것이 신의 한 수이다 .

사진제공 ENA

문제해결식 구성: 탁월한 천재성과 비사회성의 독창성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문제해결식 구성과 반전 에피소드로 드라마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전체 플롯은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이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완결성을 보이기 때문에 바쁜 현대인이 회차별로 관람하기 좋은 구성이다. 모든 에피소드가 반전을 보여주며, 차별을 극복하는 평등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에피소드의 전반부는 승소가 불가능한 사건, 곤경에 처한 의뢰인 등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제시한다. 하지만, 후반부는 우영우가 탁월한 기억력이라는 천재성과 비사회성으로 인한 독창성으로 문제를 해결하여 통쾌한 해피엔딩을 선사한다. 7-8회 ‘소덕동 이야기’, 13-14회 ‘제주도의 푸른 밤’, 15회 ‘묻지 않은 말, 시키지 않은 일’, 16회 ‘이상하고 별나지만’ 등의 에피소드는 지역 주민 소송, 사찰 통행료 소송, 개인정보 유출 사건, 변호사의 암 투병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현실의장애물, 통상적인 관계, 기업의 공익성, 워라밸 등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차별을 차별로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내며 멋지게 문제를 해결하는 쾌감을 선사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정직하고 성실하고 정의롭고 유능한 변호사 우영우가 평등을 실현하는 이상을 그려낸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라는 점에서 약점과 강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우영우는 매순간 장애인으로서 상처받고 좌절하지만, 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열정을 보여준다. 우영우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 영역에서 차별에 저항하고 평등을 실현한다. 우영우는 장애인 여성이라는 점에서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2022.12.8.)’과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2005.3.14.)’의 정의를 실현하는 인물이다. 9회 ‘피리 부는 사나이’는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부모들이 의사·변호사로 키우고 싶은 욕심에 아이들을 억압하고 우영우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불신하지만,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이라는 소리를 듣고 태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직업 차별과 장애인 차별을 보여준다. 12회 ‘양쯔강 돌고래’는 사내부부 우선 퇴직사건을 통해 ‘고용분야에 있어서 채용, 승진, 전보, 해고, 정년 등에 있어서 남녀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차별금지를 위배하는 관행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드라마 전체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여성인 우영우가 자신의 실력과 독창성으로 장애인 차별과 남녀 차별의 현실을 극복하고 평등이라는 이상을 실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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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평등: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인 여성 우영우를 통해 차별에 저항하며 평등을 실현한다. 이 드라마는 차별금지를 말하지만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 평등을 말하지만 평등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이 드라마에서 보호받는 존재인 ‘장애인’이자 보호하는 존재인 ‘변호사’ 우영우는 사회적 약자/강자의 이중성을 통해 사라진 정의에 대해 조용하지만 힘 있는 외침을 보여준다. 윤문희에 의하면, 헌법상의 평등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고,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 또는 불평등은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차별은 같은 것을 같게 대우해 주지 않거나 다른 것을 같게 대우하는 것이다. 헌법에서 평등은 절대적인 평등이 아니라 상대적인 평등이며,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다.

장애인 여성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생임에도 불구하고 로펌에 취직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같은데 다르게 대우받은 차별의 현실을 드러내며, 장애인 차별과 남녀 차별이라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차별에 저항하며 상대적 평등을 실현한다. 우영우의 사회성이 없는 성격은 사회와 타협하지 않으며 기본 원칙을 지켜나가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면을 쓰지 않는 순수한 날 것의 매력을 보여준다. 우영우를 연기한 배우 박은빈이 장애의 희화화를 우려하여 실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레퍼런스로 사용하지 않고 문헌 자료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연기 톤을 잡았다는 점에서 연기 과정에서도 차별에 저항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문지원 작가도 전작인 영화 〈증인〉에서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와 서번트 증후군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소녀 지우(김향기 분)가 자폐 때문에 변호사는 되지 못할 것이라며 절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여성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절망에 저항하고 희망에 도전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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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 세계관: 절망에 대한 저항과 희망에 대한 도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는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힌다.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지만 취직을 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지만 그 가족의 반대에 힘들어하고, 1위 대형로펌 대표인 엄마의 존재를 알았지만 아는 체할 수 없고, 사건들을 훌륭하게 해결하지만 여전히 의뢰인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우영우는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조용하지만 강인하게 이 난관을 헤쳐나간다. 우디 앨런은 인생이 행복한 삶과 불행한 삶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참한 삶과 끔찍한 삶이 있기 때문에, 현재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면 비교적 행복하게 생각하라는 말을 남겼다. 마지막 회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뿌듯함! 오늘 아침에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의 이름은 바로 뿌듯함입니다.”라고 마무리를 한다. 우영우의 ‘뿌듯함’은 절대적 차별의 현실에서 상대적 평등을 구현하고자 하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한다.

 


1 다카시 후지타니, 『화려한 군주: 근대 일본의 권력과 국가의례』, 한석정(역), 이산, 2003, 204쪽.
2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감옥의 역사』, 오생근(역), 나남, 1994/2005, 60쪽 .3 윤문희, 「차별의 법적 개념」, 《노동리뷰》, 한국노동연구원, 2006권 9호, 2006, 71-72쪽.
3 윤문희, 「차별의 법적 개념」, 《노동리뷰》, 한국노동연구원, 2006권 9호, 2006, 71-72쪽.


서곡숙 문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현재 청주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사무총장, 한국영화교육학회 부회장, 영화학회 대외협력상임이사, 계간지 《크리티크 M》 편집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종상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글 출처: 이 글은 다음 발표 자료를 수정·보완한 것이다. 서곡숙, 「[차별에 저항한 콘텐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장애인·남녀 차별에 대한 저항과 상대적 평등의 실현」,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비평포럼 자료집』,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포럼, 2022년 12월 17일, 13-14쪽.

 

* 《쿨투라》 2023년 10월호(통권 11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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