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서울국제작가축제] ‘언어의 다리를 건너’, 문학을 통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한계를 넘다
[2023 서울국제작가축제] ‘언어의 다리를 건너’, 문학을 통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한계를 넘다
  • 박혜연 인턴기자
  • 승인 2023.10.0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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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정지아, 위화 작가.

한국문학번역원이 2006년부터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국제 문학축제인 ‘서울국제작가축제’가 9얼 8일(금)부터 9월 13일(수)까지 서울 노들섬에서 진행되었다. 서울국제작가축제는 독자들의 문학 경험을 확대하고,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이 서울을 무대로 교류하는 토대를 만들고자 시작되었다.

이번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주제인 ‘언어의 다리를 건너Crossing the Bridge of Language’는 문학을 통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한계 너머를 엿보고 새롭게 사유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제의 의미에 맞게 노들섬의 다리를 건너면 문학 곁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는 나를 설명할 수 없으므로_올리비아 랭, 박상영, 백은선.

한국문학번역원은 “이번 작가축제를 통해 전 세계의 작가와 독자들이 서로 다른 언어의 다리를 넘어 새로운 상상력으로 희망찬 미래와 공동체를 꿈꾸는 자리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며 “문학을 통해 독자와 작가가 교류하고 연대하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문학번역원 곽효환 원장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언어와 사유의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들이 다리를 건너 새로운 상상력으로 미래와 공동체를 꿈꾸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서울국제작가축제’는 첫날 소리꾼 김준수의 공연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정지아 작가와 『허삼관 혈기』의 위화 작가가 ‘언어의 다리를 건너’를 주제로 개막 강연 및 대담을 진행했다. 9일부터 13일까지는 두 명의 국내외 작가가 그들의 작품 세계에 맞닿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대담을 나누는 ‘작가, 마주보다’와 다양한 국적을 지닌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쓰기와 문학, 그리고 독자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들의 수다’가 노들섬 다목적 홀에서 진행되었다. 행사 기간동안 노들갤러리 2관에서는 행사 참가 작가 각각을 대표하는 문장의 타서울국제작가축제이포그래피로 가득 찬 공간 안에서 독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독자의 시선’ 전시회가 진행되었다.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_은희경, 앤드루 포터.

돌봄과 연대의 상상

11일에는 김금희 작가와 마르타 바탈랴 작가가 ‘돌봄과 연대의 상상’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누었다. 두 작가는 문학이 그리는 돌봄의 마음은 누군가를 보살피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행위가 만드는 빛과 그림자를 섬세하게 조명했다. 김금희 작가의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은 시대적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털어놓는 감정을 곡진하게 기록하며 새로운 관계성과 보살핌을 상상하며, 마르타 바탈랴 작가의 『보이지 않는 삶』은 가부장제 사회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주체적인 움직임을 역동적인 유머와 생기로 형상화한다.

미래로 가는 미로_황모과, 김희선, 카린 티드베크

김금희 작가는 “돌봄과 연대는 같은 거 같다. 상대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아끼는 마음이 없으면 돌봄과 연대는 모두 없다”며 에카루트 시인의 말을 빗대어 “남을 해하면 나도 해해지고, 남을 돌보면 나도 돌봐진다”고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마르타 바탈랴 작가의 『보이지 않는 삶』을 너무 좋아한다”며 “20년간 마을에서 일어나는 여성들 각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거기서 돌봄이라는 것이 아주 절박하고 가난이라는 것을 엄청 크게 가지고 간다”며 그에 대한 팬심을 드러냈다.

마르타 바탈랴 작가는 “남성 중심주의 사회인 브라질에서 여성들이 항상 모여서 응원하고 지원하는 ‘시스터후드’를 소설의 두 여성(자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 당시 브라질에서 적은 여성의 인권은 올바른 것이 아니고, 그것을 일반인의 삶을 통해 회학과 유머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끝낼 수 없는 질문_임솔아, 자일리 아마두 아말.

분열과 적대를 넘어

13일에는 전성태 작가와 아흐메드 사다위 작가가 ‘분열과 적대를 넘어’라는 주제로 대담이 진행되었다. 전성태 작가의 소설 『국경을 넘는 일』은 차별과 위계가 새겨진 현실 속에서 우리의 마음이 무엇을 넘지 못하는지를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아흐메드 사다위 작가의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은 저널리즘 기법을 결합한 독특한 환상에서 전쟁과 테러의 참상을 리얼하게 드러낸다.

아흐메드 사다위 작가는 현재 저널리즘 분야에 종사하며 다큐멘터리와 TV 시리즈를 집필하고 있으며, 영화 감독으로도 활동하였다. 대표작인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은 25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였다. 작가는 소설에서 탄생한 괴물을 프랑켄슈타인에 빗댄 이유를 여러 문화의 통합과 소통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강연의 주제인 ‘분쟁과 적대를 넘어’에 대해 “(갈등은)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인간들이 함께 살면서 생기는 당연한 산물”이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분열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또한, “분쟁은 작가인 내가 반드시 다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내가 해야할 일은 나와 타인 사이의 다리를 만드는 것이며 동시에 그 다리를 끊는자는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것이고, 끊어진 다리를 다시 연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지 궁리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역할을 규정했다.

행사는 수많은 관객들의 참여로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행사 영상과 대담 영상은 10월 말 ‘한국문학번역원’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영어 자막과 수어 통역과 함께 업로드될 예정이다.

붕괴된 삶의 자리에서_무대+객석.

 


사진제공 서울국제작가축제

 

* 《쿨투라》 2023년 10월호(통권 11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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