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한류] 순간포착의 영상과 촌철살인의 시, 국경을 넘다: 세계로 확산되는 새로운 한류, 디카시
[글로벌 한류] 순간포착의 영상과 촌철살인의 시, 국경을 넘다: 세계로 확산되는 새로운 한류, 디카시
  • 김종회(문학평론가,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
  • 승인 2023.11.0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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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디카시’의 세상이다. 디카시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누구나 할 수만 있다면 그 창작을 시도한다. 시대정신이란 말이 있다. 한 시대에 작용하는 지배적인 지적·정치적·사회적 동향을 이른다. 물론 이는 실질적 결과가 형성되기 이전의 정신적 경향을 지칭한다.다른 표현으로는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되는 인간의 정신적 태도나 양식樣式 또는 이념’이라는 정의定義도 있다. 여기서 굳이 애써서 이 용어를 설명하는 이유는, 디카시가 내년으로 성년成年 20주년에 이르면서 바로 그와 같은 하나의 시대정신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나의 대세大勢다.

디카시는 익히 아는 바와 마찬가지로 순간 포착의 영상, 촌철살인의 시적 언어, 그리고 SNS를 통한 실시간 소통이라는 형식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영상문화 시대에 남녀노소 갑남을녀 누구나 동참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얼굴의 문예 장르다. 그 확산에 있어서도 국내의 울타리를 넘어서 미국·중국 등 해외로 전파되고 있는 문학 한류韓流의 면모를 자랑한다. 이를 이제까지의 문자 시文字 詩에 견주어 폄하하는 일은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단견短見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이해한다’는 말이 있거니와, 그 이해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하여 우리는 ‘디카시는 시가 아니다. 디카시는 디카시다’라는 레토릭을 사용한다.

한국디카시인협회 병설 기구로 ‘국경없는디카시인회’가 있다. 세계디카시인협회라는 명칭이 너무 일반화·상식화되어 보여서 신선한 감각이 덜하다는 인식에 따라 이 명칭을 선택한 바 있다. 유사한 명호로 ‘국경없는의사회’나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또는 ‘국경없는포차’ 같은 것이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와 같은 작명법의 문제가 아니라, 이 기구가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디카시의 세계적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디카시는 한국에서 발원한 새로운 문예 장르이자 새로운 한류韓流 문화의 한 영역이다. 그러므로 협회의 활동 가운데 국내지부도 중요하지만, 해외 각국의 큰 도시에 지부를 설립하고 활동을 후원하는 일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국내 지부는 경남·제주·대전충남·대구경북·부산·울산·재한동포 등 이미 여러 곳에서 출범의 돛을 올렸고, 앞으로 계속해서 다른 곳에서도 결성과 연대와 활동의 범주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규모가 좀 작은 지회가 서울 중랑·강원 춘천·경남 양산에 설립되어 있기도 하다. 해외 지부는 지금까지 미국 뉴욕·LA·시카고·시애틀·댈러스·워싱턴·샌프란시스코·텍사스·애틀란타, 캐나다 캘거리, 독일 베를린, 중국 청도·하북·상해, 인도, 인도네시아 등 16곳에 지부 설립 인준 및 지부장 위촉이 되어 있다.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영국·프랑스·노르웨이·일본·태국 지부를 인준할 예정이며 그 외 다른 나라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기구 및 조직의 확산은, 디카시가 범세계적 보편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인 동시에 그 발전 가능성을 담보하는 사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계간 《디카시》와 반년간 《한국디카시학》에서, 각기 해외 디카시인 3인의 작품과 그에 대한 평설을 게재하는 연속 특집을 편성해 왔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디카시 문예지가 오대양 육대주를 촘촘한 네트워크로 이어주는, 명실상부한 공동의 광장이 되어 왔던 것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전 세계를 일일생활권으로 묶어주고,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 시대에, 디카시는 가장 ‘up to date’한 문학 형식이다. 이는 디카시가 동시대 과학기술의 진보를 담아내고 그 첨단의 문맥을 가장 잘 반영하는 창작유형임을 반증한다. 손안에 있는 작은 우주 스마트폰의 디지 가 아니라 푸른 숲의 형상이기에 그렇다. 털 카메라로, 짧고 순발력 있고 속도감을 가진 시를 불러오기에 그렇다.

올해 7월에는 세계한민족여성재단Kowinner의 문화분과위원회 주최로 제2회 ‘코위너 디카시공모전’ 줌 회의가 있었다. 위원장은 독일 베를린지부장을 맡고있는 정선경 씨였다. 한국시간 밤 11시에 세계 각국에서 3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자신의 디카시를 낭송하고 그 창작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필자는 그 회의에서 강연을 하고, 본심 심사위원을 맡아 예심을 거쳐 올라온 15개 작품에 대한 심사평과 수상자 발표를 했다.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각 1명과 장려상 3명을 선정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좋은 작품도 많았으며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분들의 디카시에 대한 열의였다. 2시간에 걸친 그 회의에서도 확연하게 디카시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디카시의 발원지인 경남 고성에서는 지난 7월 올해로 제16회에 이른 ‘경남 고성 국제디카시페스티벌’과 제9회 ‘디카시작품상’ 시상 그리고 제6회 ‘경남 고성국제디카시공모전’이 있었다. 동시에 ‘4개국 작가 디카시교류전’과 ‘3개국 해외대학생 디카시교류전’도 진행되었다. 이와 같은 행사는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어, 국내에서 디카시 국제 행사가 활발하게 세력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그 결정적인 성과에 해당하는 사업으로, 올해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경남 창원에서 제1회 ‘세계디카시페스티벌’ 행사가 열리게 된다. 창원의 창신대학교가 주최하고 한국디카시인협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에는 미국·캐나다·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의 디카시인이 참여한다.

이 새로운 디카시 축제에서는 ‘디카시, 어제 오늘 내일’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과 ‘K-컬쳐와 문학 한류로서의 디카시’에 관한 발표 및 토론 등이 다채로운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병행하여 ‘세계청소년 디카시공모전’과 ‘디카시낭송회’ 및 ‘디카시전시회’ 등의 여러 프로그램이 창원 국화축제 기간에 펼쳐진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국제적 심포지엄이나 행사가 아니라 그 계기를 통하여 어떻게 디카시 창작의 수월성秀越性을 고취하고 새로운 한류의 얼굴이자 세계적인 문예 장르로 확립해 나가느냐에 있다. 문예 사업에서 ‘사업’이 아니라 ‘문예’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의 성취와 보람은, 디카시인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가는 길에 있다. 디카시가 지향하는 세상은 외나무가 아니라 푸른 숲의 형상이기에 그렇다.

 


김종회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6년간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88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문단에 나온 이래 활발한 비평 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촌장,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환태평론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편운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문학과 예술혼』 『문학의 거울과 저울』 『영혼의 숨겨진 보화』 등의 평론집,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학』 등의 저서와 『삶과 문학의 경계를 걷다』 등의 산문집이 있다

 

* 《쿨투라》 2023년 11월호(통권 11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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