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한류] 〈글로벌 한류〉: K-Pop에 대한 새로운 접근
[글로벌 한류] 〈글로벌 한류〉: K-Pop에 대한 새로운 접근
  • 박지민(말라야대학교 동아시아학과 부교수)
  • 승인 2023.11.01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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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K-Pop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까?

1990년대 후반부터 동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인기 몰이를 시작한 K-Pop을 일부에서는 금방 사라질 유행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K-Pop의 인기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뻗어가는 지금에도 이러한 인식은 여전하다. 이와 더불어 K-Pop이 왜 성공했는가에 대해서도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논의 중이다. 성공 요인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K-Pop의 세계적인 인기를 지속시키는 효율적인 전략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은 물론 문화발전을 배우고자 하는 국가들도 생겨날 것이다.

한때 K-Pop에 고전 음악 또는 클래식 음악을 샘플링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예를 들면,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에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블랙핑크의 히트곡 〈Shut Down〉에는 파가니니의 〈라 깜파넬라〉를 샘플링하였다. 비록 요즘 많은 사람이 K-Pop이나 팝음악에 더 많은 관심을 두지만, 대부분 바흐,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그리고 쇼팽과 같은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클래식 음악이 번성할 때, 주요 소비자는 작곡가들에게 강력한 재정후원을 했던 가톨릭교회, 왕족 및 귀족층이었다. 이들의 재력과 신분을 고려해 봤을 때 당시 클래식 음악은 오늘날 K-Pop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졌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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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레드벨벳 공식 페이스북(SM엔터테인먼트)

클래식 음악의 중심지 또는 선도국가는 오스트리아Austria, 프랑스France, 독일Germany 및 이탈리아Italy 등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를 강조하기 위한 ‘K’-pop처럼 A-클래식 음악A-classical music, F-클래식 음악F-classical music, G-클래식 음악G-classical music 또는 I-클래식 음악I-classical music과 같은 명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는 그 시기에 국가 정체성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클래식 음악 작곡자나 후원자의 이름조차 음악의 명칭에 나타나지 않음을 고려해 볼 때 약한 국가 정체성으로 그 탓을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오늘날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팝음악을 K-Pop이라 칭하면서, 국가성을 크게 부여하고 있다. 물론 과거와 달리 국가 또는 민족 정체성과 문화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졌고, 특히 소프트 파워와 같은 개념의 등장으로 국가지명도의 고도화가 중요히 다뤄지고 있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K-Pop’에서 팝음악을 의미하는 ‘pop’보다는 한국을 의미하는 ‘K’에 더 의미를 두고 K-Pop의 국제적인 부상과 인기에 관해 연구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예를 들면, K-Pop의 성공을 우리의 가무歌舞 문화나 아이돌 그룹의 개개인이 각기 다른 재능을 활용하는 것을 전통 사물놀이와 연계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룹 구성원의 수려한 외모, 단체로 박자와 동선을 맞춘 칼군무, 귀에 맴도는 후크송, 신나는 리듬과 호소력 있는 가사,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 열성적인 팬덤과 그들의 다양한 활동 등을 우리나라만의 특징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일부는 K-Pop을 아예 새로운 장르로 다루기도 한다.

소위 ‘국뽕’으로 불리는 이러한 시류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K-Pop의 지속적인 성장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뜨거운 가슴보다는 냉정한 머리로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몇몇 요인을 언급하기보다는 왜 이러한 요인들이 생겨났으면 또한 왜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심도 있게 분석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요인들을 하나씩 살펴보기에 앞서‘K-Pop’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K-Pop은 ‘Korean popular music’ 또는 ‘Korean pop music’의 약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둘이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Rojek(2011)은 ‘popular music’ 또는 ‘대중 음악’은 대중들이 즐기는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포함하는 광의적인 명칭이고, ‘popular’의 축약어를 사용한 ‘pop music’ 또는 ‘대중음악’은 다소 격이 낮은 느낌이나 다수가 대량으로 소비하는 음악이라는 협의적 명칭이라 정의했다. 예를들어, ‘대중 음악’에는 판소리, 사물놀이, 민요, 가요 및 ‘대중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아우르지만, ‘대중음악’은 ‘대중가요’, ‘가요’ 또는 ‘K-Pop’ 등만 의미한다.

Sadie(2001)는 ‘pop music’이 1950년 중반쯤 로큰롤이 번성하는 시기에 미국에서 생겨났으며, 기존 다른 음악과 달리 음악 형식이나 공연에서 철저한 상업성을, 라디오, 텔레비전 및 콘서트 등을 통한 향상된 접근성을,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함께 다루는 광범위한 포괄성을 그 특성으로 가지고 있어 다수의 소비자가 대량으로 소비하는 음악이라 정의했다. 그러나 이를 ‘A-pop‘이나 ‘US-pop’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여기서 언급된 특성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혼합하고, 텔레비전과 콘서트를 통해 보이는 화려한 춤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K-Pop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Pop’ 앞에 지역명을 붙이는 첫 사례는 아시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의 지배 아래 있던 홍콩에서 서양 음악을 통칭으로 ‘English pop’이라고 불렀으며, 1970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광둥어廣東語 가사를 붙인 노래를 ‘English pop’과 구분하기 위해서 광둥어를 의미하는 영단어 ‘Cantonese’와 ‘pop’을 합성하여 ‘Cantopop’이라고 불렀다. 1989년에 국내 한 초콜릿 제품의 광고모델로 등장했던 고故 장국영이 바로 Cantopop의 대표적인 가수 중 한 명이다.

이 후로 J-pop이 등장했다. 1988년 일본 도쿄에 FM 라디오 방송국 J-Wave가 설립되었는데, 초기에는 서양 팝음악을 주로 송출했다. 그러나 곧 광고주들의 압력으로 일본음악을 송출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서양 팝음악처럼 들리는 일본 팝음악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들 노래의 가사에는 일어와 영어가 섞여 있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1966년 영국의 인기그룹 비틀즈의 방문 이후 록음악을 중심으로 영어 가사를 섞어 부르는 것이 이미 유행했으며 다른 음악장르로 이미 퍼져있었다. 즉, Cantopop이나 J-pop은 음악적 차이보다는 발생지와 가사에 쓰인 언어를 구분한 명칭이다.

K-Pop은 미국 《빌보드》지의 한국통신원이었던 조현진씨가 1999년 10월 9일 자 기사에 출간한 「대한민국, 일본 공연 허용. Korea to allow some Japanese live acts」이란 글에서 처음 선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글에서 그는 K-Pop을 댄스 중심이 아닌 ‘멜로디 중심melody-oriented’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2019년 10월 11일의 《빌보드》 인터넷 기사에 의하면 ‘K-Pop’이란 단어는 ‘가요’를 외국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합성한 단어로, 우리나라의 축구 프로리그인 ‘K-리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K-Pop의 정의와 용어의 유래에 대해 비록 짧게 다루었지만, 이를 통해 K-Pop의 성공을 분석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K’보다는 ‘pop’에 더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올바른 분석법과 전략을 앞으로 기대해 본다.

 


박지민 서울대학교와 소르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말레이시아의 말라야대학교 동아시아학과의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양한 국가의 문화산업 및 정책의 진화와 발달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 《쿨투라》 2023년 11월호(통권 11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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