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역사의 설화성을 한국소설로 형상화하다
[북리뷰] 역사의 설화성을 한국소설로 형상화하다
  • 이수민 객원기자
  • 승인 2023.11.0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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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편, 『소설로 읽는 한국음악사 1, 2』

㈜서연비람이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시리즈의 첫번째 기획물인 『소설로 읽는 한국여성사Ⅰ:고대·중세편』과 『소설로 읽는 한국여성사Ⅱ :근세·현대편』에 이어 두 번째 기획물인 『소설로 읽는 한국음악사1 :고대·중세편』과 『소설로 읽는 한국음악사2 :근세·현대편』을 출간하였다.

영국의 역사학자 트레벨리언George M. Trevelyan은 “역사의 변하지 않는 본질은 이야기에 있다”고 말하면서 역사의 설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설화의 근간은 서사narrative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소설에서 서사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유령처럼 떠돈다. 우리의 서사는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역사서의 기술에도 많이 사용해 왔다. 사마천司⾺遷이 지은 『사기史記』의 상당 부분은 인물의 전기로 채워져 있고, 김부식의 『삼국사기』도 전기를 풍부하게싣고 있다. 일연의 『삼국유사』는 불교 설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서사가 풍부하게 실려 있다.

한국사를 총체적으로 살펴보려면 정치사뿐만 아니라 경제사·사회사·문학사·음악사·미술사·철학사·종교사상사·교육사·과학기술사·상업사·농업사·환경사·민중 운동사·여성사 등 한국문화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소설로 읽는 한국음악사1: 고대·중세편』에는 김종성 소설가가 집필한 중편 소설 1편과 정우련, 김민, 주이진, 하아무, 김세인, 김주성, 은미희 소설가가 집필한 7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사)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회 소속 8명의 소설가들이 한국사 속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갔던 물계자, 우륵, 왕산악, 미마지, 원효, 옥보고, 월명사, 정서를 언어라는 존재의 집으로 초대하여 그들의 삶과 사상을 서사소설로 형상화한 것이다.

수록작 중 김종성의 중편소설 「우륵」은 서기 500년부터 562년까지 경상남북도 일원과 전라남북도 일원에 자리잡고 백제와 신라의 침략에 맞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가야 소국들의 이야기를 우륵이라는 한국음악사의 걸출한 인물을 중심으로 그린 작품이다. 검으로 상징되는 백제의 성왕, 신라의 진흥왕, 가라의 가실왕 얼굴의 맞은편에 현으로 상징되는 우륵의 얼굴이 부조되어 있다

6세기라는 격동기를 살아갔던 우륵은 음악을 통해 가야 소국들을 하나로 통일하려고 했던 가실왕의 “모든 나라의 방언도 각각 서로 다른데, 성음聲音이 어찌 하나일 수 있겠는가”라는 뜻에 따라 12현금絃琴을 만들고, 가야금 연주곡 12곡을 지었던 것이다.

 

정치와 예술의 대립구도 속에 서역의 누란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던 가야 소국에서 음악 활동을 하였던 「우륵」은 가라국과 신라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안개를 헤치고 당항성을 향해 떠난다.

- 김종성, 「우륵」중에서

 

김세인의 「원효」도 소설을 통해 재탄생했다. 자신은 스스로를 소성거사라고 칭하며 표주박을 들고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나무아미타불을 불렀다. 소설 속 원효의 재현이 흥미롭지 않은가.

 

본래의 자성은 청정한데, 수많은 고뇌와 번민에 시달리며 정신이 만 갈래로 흐트러져 있는 중생을 보며 원효는 불경을 전파하고 싶었다. 그러나 불경은 깊고 신묘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쉽사리 대중에게 인식시키기 어려웠다. 쉽게 풀어서 설명할 궁리를 하던 끝에 나무아미타불을 생각했다. 나무아미타불은 서방정토에 살며 인간의 구제에 진력하는 불타이다. 여기서, 나무는 귀의한다는 뜻이고, 아미타불은 서방정토에 계시는 부처님을 말한다.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의 진언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서방정토에 살고 있는 무량수불인 아미타불에 귀의하여 왕생을 이루게 된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승복으로 벗고 저자거리로 나섰다. 대중은 그를 원효대사라고 부르지만 자신은 스스로를 소성거사라고 칭하며 표주박을 들고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나무아미타불을 불렀다.

- 김세인 「원효」 중에서

또한 『소설로 읽는 한국음악사 2:근세·현대편』에는 유시연 소설가가 집필한 중편 소설 1편과 엄광용, 채희문, 정수남, 박선욱, 박숙희, 유시연, 김현주, 김찬기, 마린 소설가가 집필한 8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박연, 김성기, 유우춘, 신재효, 송만갑, 박태준, 김순남, 윤이상, 황병기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회 소속 작가들이 소설로 되살려낸 역사의 설화성은 우리에게 어떤 또다른 흥미를 가져다줄 지 궁금하지 않은가. 『소설로 읽는 한국음악사 1, 2』의 일독을 권한다.

 


 

* 《쿨투라》 2023년 11월호(통권 11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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