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ICON] 여유와 원숙함이 묻어나는 배우 조인성 2023년 영화 아이콘: 조인성
[2023 ICON] 여유와 원숙함이 묻어나는 배우 조인성 2023년 영화 아이콘: 조인성
  • 양경미(영화평론가)
  • 승인 2023.12.01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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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 논어의 위정편에서 공자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40세가 되었을 때 미혹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굳건히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모를 가꾸는 것이 직업인 배우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대는 자신의 연기관과 삶의 방향을 확고히 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외모에 치중하고 인기에 연연했던 20, 30대와 달리 자신만의 연기론으로 입지를 굳혀야 세월에서 묻어나오는 연륜과 원숙함이 자연스럽게 연기로 승화되어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81년생, 40세를 넘긴 배우 조인성을 보면 여유와 원숙함으로 그의 연기가 관객들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느낌이 든다. 올여름 개봉한 영화 〈밀수〉에서는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로 분해 남다른 아우라를 뽐내며 안정감을 주었고 최근 종영한 OTT 시리즈 〈무빙〉에서도 한효주와 호흡을 맞추어 환상적인 부부의 케미를 선보이며 편안함을 주었다. 예전과 달리 주연배우는 아니지만, 그의 존재는 주연급이었으며 고등학생 자녀를 둔 두식의 역할도 멋지게 소화해냈다.

올해로 연기 경력 25년 차를 맞이하는 배우 조인성. 그의 연기가 처음으로 각인된 작품은 2001년 방영된 MBC 청춘 시트콤 〈뉴 논스톱〉이다. 조각 같은 얼굴, 186cm의 큰 키, 풋풋함으로 무장한 앳된 청년이었던 조인성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개그우먼 박경림과 연상연하 커플로 등장해 순애보 같은 사랑을 보여줘 많은 여대생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꿈과 낭만으로 가득찬 대학 생활을 유쾌하게 그린 드라마에서 조인성은 당시만 해도 아직은 연기가 설익은 감이 있었지만, 신인으로서 코믹과 멜로를 모두 소화해내면서 연기자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의 연기는 2004년 선풍적인 인기로 시청률 40%라는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일취월장했다. 얽히고설킨 네 남녀의 사각 관계를 그린 작품에서 조인성은 뛰어난 외모와 패션 센스를 지닌 재벌 2세 정재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연기 잘하는 잘생긴 배우로 진화했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보여준 표정 연기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 될 정도로 압권이었으며 조인성을 톱스타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고의 연기로 그해 S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비롯해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최우수 연기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더 킹〉 스틸컷 ⓒNEW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안정된 연기를 선보인 그가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선택한 작품은 바로 유하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였다.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점점 비열해지는 삼류 건달 병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 그는 기존에 지니고 있던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더 나아가 2008년에는 〈쌍화점〉에서는 고려시대의 호위무사 홍림 역을 맡아 주진모, 송지효와 함께 농밀한 베드신을 찍어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임에도 불과하고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안시성〉 스틸컷 ⓒNEW

군대를 제대한 이후 조인성은 2013년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2014년 〈괜찮아, 사랑이야〉 등 노희경 작가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드라마에서 비교적 섬세한 감정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2017년 영화 〈더 킹〉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향하는 검사 박태수 역을 맡아 1970년대부터 고교 시절부터 2000년대까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아우르는 폭넓고 선굵은 연기로 호평을 받았고 2018년 〈안시성〉에서는 수천 명의 고구려 대군으로 수만 명의 당나라 대군을 쓰러뜨린 양만춘 역을 맡아 카리스마 있는 리더상을 보여줬다.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동안 조인성이 출연한 작품의 면면을 보면 전형성이 없다는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연기가 정체되어 있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고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안주하지 않는 그의 성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조인성과 첫 영화를 찍었던 〈마들렌〉의 박광춘 감독은 “연기에 대한 고집으로, 스타 의식보다는 작품에 올인하는 배우였다”고 말했다. 조인성 역시 “진정한 배우가 되기 위해 연기를 잘해야 하고 배우의 본질은 연기다”라며 그의 연기관을 밝혔다. 실제로 그는 연령대별로 다양한 연기를 펼쳤다. 20, 30대의 초반 그의 연기는 눈빛에서 살기가 읽힐 정도로 치열했지만, 40대로 접어든 시점의 영화 〈모가디슈〉에서는 연륜과 경험에서 오는 여유가 묻어났다.

〈밀수〉 ⓒNEW

40대 그의 여유와 자유로워진 연기는 2023년 영화〈밀수〉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비록 조연이지만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대체 불가한 매력과 연기는 제2의 전성기의 시작을 예고함과 동시에 영화부문 ‘2023 아이콘’으로 선정될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도 그에 대한 평가로 남우조연상과 인기상을 수여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잔혹하다는 명성과 악역이라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만들어낸 극 중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는 카리스마 넘치고 섹시함이 묻어나는 캐릭터를 통해 흥행 돌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개봉 당시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캐릭터, 호텔 격투신에서는 신스틸러이자 베스트 신으로 인장을 새겼다. 조인성 역시 “출연 분량에 대해 자유로워진 만큼 밀도 높은 연기를 할 수 있었다”라고 말해 베테랑 배우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의 이러한 여유와 자유로움은 최근 대중과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출연했다는 예능프로 〈어쩌다 사장3〉에서 소탈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을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연기 생활 25년 차, 마흔을 넘긴 나이지만 배우 조인성은 여전히 멋지다. 풋풋했던 옛 모습은 이제 성숙함과 원숙함으로 바뀌고 있지만, 작품에서도 예능에서도 연륜이 느껴지는 그의 모습은 넉넉하고 여유롭다. 대중은 그의 연기를 보면서 그의 성장 과정도 함께 지켜본다. 그는 단지 외모뿐만 아니라 필모그래피를 통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날수록 잘 성장하고 단단해지고 있다. 우리는 그가 앞으로도 어떤 미혹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연기관과 방향성으로 대중에게 힘이 되는 연기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학회 회장,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 세계한글작가대회 집행위원, 대종상 심사위원, 키네코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대행,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인정 소위원. 서울디지털문화예술대학 교수 및 학과장.

 

 

* 《쿨투라》 2023년 12월호(통권 11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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