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ICON] K-팝 시장을 이끌 차세대 주자이자 ‘대세’ 2023년 음악 아이콘: 걸그룹 뉴진스
[2023 ICON] K-팝 시장을 이끌 차세대 주자이자 ‘대세’ 2023년 음악 아이콘: 걸그룹 뉴진스
  • 안진용(문화일보 기자)
  • 승인 2023.12.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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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오는 시점, K-팝 시장은 고민이 많았다. 업계를 선도하던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멤버들의 군입대와 더불어 그룹 활동이 불가능해졌다. BTS와 쌍두마차라 불리던 걸그룹 블랙핑크는 지난 8월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만료를 앞두고 거취가 불투명한 상태였다. 업계 내부에서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이유다.

하지만 기우였다. 지난해 7월 데뷔한 걸그룹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가 빠르게 자리잡으며 그 공백을 메웠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사이 걸그룹 시장은 풍년을 이뤘다. 블랙핑크를 필두로 아이브, (여자)아이들, 르세라핌 등이 세계 시장을 호령했다. 그 중에서도 뉴진스는 올 한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며 데뷔 1년 만에 내로라하는 선배 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뉴진스는 지난 1월 2일 첫번째 싱글앨범 《OMG》로 한 해를 열었다. 뉴진스의 2023년 돌풍은 2022년 말 이미 예견됐다. 12월에 선공개된 〈디토Ditto〉가 이미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싱글은 여기에 동명 타이틀곡 〈OMG〉가 더해진 단출한 앨범이지만 파급력은 대단했다.

뉴진스의 진가는 미국 빌보드가 먼저 알아봤다. 선공개된 〈디토〉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100’에 96위(1월 18일 자)로 진입했다. 데뷔 반 년 만에 일군 값진 성과다. 이는 당시 기준, 역대 K-팝 그룹을 통틀어 최단 기간 진입 기록이었다. 한 주 뒤에는 〈OMG〉가 뒤따랐다. 91위로 핫100에 진입하면서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런 성과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뉴진스는 지난 7월 발매된 미니 2집 《겟 업Get Up》으로 다시 한번 증명했다. 선공개 싱글 〈뉴진스New Jeans〉, 〈슈퍼 샤이Super Shy〉 외에 〈ETA〉, 〈쿨 위드 유Cool With You〉, 〈겟 업Get Up〉, 〈ASAP〉 등 총 6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뉴진스가 K-팝 시장을 이끌 차세대 주자이자 ‘대세’임을 확인시키는 앨범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뉴진스는 이 앨범으로 8월 초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200’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해당 차트 첫 진입과 동시에 1위라는 진귀한 기록이다. 해당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K-팝 걸그룹 중 블랙핑크에 이은 두 번째 사례다. 이 외에도 이번 앨범의 트리플 타이틀곡인 〈슈퍼 샤이〉, 〈ETA〉, 〈쿨 위드 유〉는 모두 핫100에 랭크됐다. 각각 48위, 81위, 93위였다.

중요한 것은 ‘왜’다. 왜 글로벌 대중이 이토록 뉴진스에 열광할까? 뉴진스는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상적으로 보이그룹이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인기를 구축하는 반면, 걸그룹은 대중성에 집중한다. 그래서 팬덤을 결집시키는 보이그룹의 앨범 판매량이 걸그룹에 비해 월등한 편이고, 이는 순위로 직결된다.

하지만 뉴진스는 다르다. 2023년 상반기 가수별 피지컬 앨범 판매량 점유율을 살펴보면 뉴진스가 걸그룹 가운데 1위다. 데뷔 앨범 《뉴진스New Jeans》 2종과 싱글 앨범 《OMG》 2종이 상반기에만 도합 220만 장 넘게 판매됐다. 여기에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계열 노래가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며 대중성까지 확보했다. 그들의 대중성은 ‘밈meme’(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는 콘텐츠)으로 입증된다. 그들의 히트곡 〈하입보이〉로는 “혹시 홍대입구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는 밈을 형성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구세대다. 이 밈에 어떤 맥락이란 것은 없다. 그저 뉴진스와 〈하입보이〉를 아는 세대들이 사용하는 ‘그들만의 언어’다.

“아저씨들도 뉴진스에 열광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뉴진스의 콘셉트와 연관이 있다. 그들은 뉴트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래서 뉴진스의 의상 뿐만 아니라 음악도 복고 향기를 물씬 풍긴다. 1990년대 유통하던 스트리트 패션을 입으며 이제는 40-50대가 된 X세대 아저씨들을 자극했고, 요즘 MZ세대를 넘어 알파세대에게는 ‘힙hip’한 의상으로 각광받았다.

뉴진스와 그들의 앨범을 진두지휘한 프로듀서 250의 궁합도 잘 맞았다. 250은 지난 3월 개인 앨범 《뽕》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을 휩쓴 실력파다. 그의 세련된 ‘뽕끼’가 뉴진스의 음악에 이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뉴진스는 그 어느 세대보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문화를 향유했던 X세대 뿐만 아니라 개성 강한 MZ세대와 알파세대까지 아우르면서 단단한 팬덤을 구축했다.

앞서 언급했던 이지 리스닝은 뉴진스 음악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팬덤을 중심으로 한 K-팝 그룹의 노래는 다소 어렵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팬들 입장에서는 그들을 한데 결속시키는 효과를 발휘하지만, 범 대중에게는 오히려 배타적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앨범을 내놓을 때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K-팝 가수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대중이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뉴진스는 멜로디를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가사가 들리는 노래를 부른다는 확실한 강점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소속사 어도어 측은 “무엇보다 뉴진스의 ‘좋은 음악’이란 보편적 본질이 이들의 가장 큰 인기 이유”라면서 “‘걸크러시’ 같은 강한 기조보다 부드럽고 무해한, 자연스러운 매력이 뉴진스의 장점이다. 억지스러운 랩이나 과하게 센 사운드, 고음이 습관적으로 들어있지 않은 음악은 노랫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하고, 이는 곧 리스너의 공감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뉴진스는 하나의 모양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인위적인 콘셉트나 세계관은 거부한다. 안무에서도 소위 ‘칼군무’나 ‘칼각’을 강조하지 않는다. 이런 자연스러움은 대중이 다양한 형태로 뉴진스를 즐기는 밑거름이 된다. 단언컨대, 뉴진스는 2023년이 낳은 K-팝 최고 히트 상품이다.

 

 


안진용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저서로 『방송연예산업경영론』(공저) 『가장 사적인 마음의 탐색』(공저)이 있음.

 

 

 

 

* 《쿨투라》 2023년 12월호(통권 11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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