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ICON] 딜리버리 댄서와 골든 니카 2023 미술 아이콘: 현대미술가 김아영
[2023 ICON] 딜리버리 댄서와 골든 니카 2023 미술 아이콘: 현대미술가 김아영
  • 강수미(미학. 미술비평.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 승인 2023.12.01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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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 미술계는 9월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날아든 김아영 작가의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골든 니카 상Golden Nica Award, New Animation, Prix Ars Electronica〉 수상 소식을 가장 신선하면서 무게감 있는 뉴스로 받아들였다. 1979년 ‘예술, 기술, 사회를 위한 페스티벌’을 모토로 시작된 세계 최고 권위의 미디어아트 축제 중 열리는 글로벌 공모전에서 김아영 작가가 2022년 작 〈딜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로 최고상을 받은 것이다. 유서 깊고 영광스러운 그 상을 한국 예술가 최초로 수상했다. 그렇기에 한국 미술계뿐 아니라 문화예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김아영 작가는 사실 2010년대부터 국내외 미술계를 넘나들며 장르 실험적이면서 지적으로 정교하게 연구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참여작가, 2019년 〈올해의 작가상〉 후원작가를 비롯해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 초청 및 국제예술교류 지원 작품들로 이미 한국 현대미술의 핵심을 이루는 미술가다. 그렇기에 김아영의 수상은 일회성 뉴스를 넘어 더욱 무게감 있는 의미를 지니며, 2023년 한국 미술계의 아이콘으로 빛난다.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상Nike of Samothrace〉을 원형으로 한 골든 니카 트로피의 금빛보다 더욱. 작가가 영국에서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부터 많은 대화를 나눠온 강수미 미술비평가는 낙원동에 위치한 김아영의 작업실에서 3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 그 내용 중 딱 하나의 질문과 답변만 이 지면에 옮긴다.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뉴 애니메이션 아트, 골든 니카 상〉을 수상한 김아영 작가의 시상식. 사진: 작가 제공. ⓒvog.photo

강수미(이하 SM)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최근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뉴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골든 니카 상을 수상했지요. 그 사실과 현대미술계에서 활동해온 미술가로서 스펙트럼이 어디서 교차할까요?

김아영(이하 AY) 컨템포러리 아트 신의 동향을 보면 불과 한 6-7년 전만 해도 아트 앤 테크놀로지, 아트 앤 사이언스 작품을 조금 배척하는 경향, 깊이나 콘텍스트가 충분하지 않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런데 기술이 더 이상 막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우리 삶으로 들어오면서 경계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죠.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공모의 경우 제가 자원해서 출품한 것이 아니라, 저와 접점이 없는 김치 앱 칩스의 손미미 작가께서 심사위원으로서 〈딜리버리 댄서의 구〉를 추천했습니다. 저는 제 작업을 아트 앤 테크놀로지 관점에서 인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SM 중요한 포인트군요. 자신의 예술은 컨템포러리 아트지, 아트 앤 사이언스 혹은 아트 앤 테크놀로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왔던 것이죠?!

AY 처음엔 ‘뉴 애니메이션 아트 섹션’의 ‘골든 니카 상’이라고 해서 놀랐어요. 하지만 그때부터 그 영역을 확실히 보기 시작한 거죠. ‘아트 앤 사이언스 쪽에서도 기술의 전면화보다 예술적 시도를 굉장히 많이 보기 시작했구나’ 느꼈습니다. 올해 뉴 애니메이션 섹션을 만들었고, 제가 그 첫 수상자거든요. 제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사실 아트 앤 테크놀로지로 보기에는 실사 촬영 분량이 굉장히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작업을 새로운 미디어 실험에서 되게 중요한 작품으로 주목했다는 게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컨템포러리 아트를 포용하는 사람들이구나. 내 작업의 미래가 이쪽으로도 갈 수 있겠구나. 그러면 앞으로 할 수 있는 게 정말 넓어지겠다는 생각에 수상이 더욱 기뻤습니다.

SM 우리가 언급하는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2022년 갤러리 현대에서 가진 《김아영: 문법과 마법Syntax and Sorcery》 개인전의 대표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 작품이 미디어아트계의 소위 ‘오스카상,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골든 니카 상을 받은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상을 받으면서 김아영 작가 본인은 오히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객관화, 확장된 이해를 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AY 2022년, 그 작품을 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 한 거 같거든요. 테크놀로지가 전면화 되는 작업을 한 2년 동안 안 했는데 ‘몽타주의 전형적인 문법, 영상의 몽타주 맛을 다시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그에 맞게 과거 현재 미래가 복합적으로 인식되는 비선형성의 작품을 만들었어요. 영상 문법의 구문론을 많이 쓰고 싶었기에 전시명에 ‘문법’을 넣었죠. 그리고 ‘마법’은 영상의 스토리가 논리를 계속 벗어나는 이야기, 어떻게 설명이 안 되는 세계의 이야기로 향하기에 그렇습니다. 작품 속 에른스트 모Ernst Mo이자 엔 스톰En Storm으로 불리는 여성 배달 라이더가 AI로부터 배달 콜을 받고 오토바이로 서울 시내를 질주하지만 구sphere처럼 뱅뱅 돌며 도착지에 이르지 못해요. 구문을 탈주하고 이탈하는 존재를 의미할 수 있답니다.

 

 


 

* 《쿨투라》 2023년 12월호(통권 11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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