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도쿄국제영화제] 도쿄영화제에서 선보인 특별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와 〈너클걸〉
[제36회 도쿄국제영화제] 도쿄영화제에서 선보인 특별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와 〈너클걸〉
  • 손정순 본지 발행인
  • 승인 2023.12.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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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6회를 맞는 도쿄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그동안 칸, 베를린, 베니스, 런던, 뉴욕, 토론토 등 멀리 떨어진 해외의 많은 영화제를 오가면서도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영화제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영화제와 더불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 중 하나지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부산영화제와 시기가 비슷하고 부산영화제아시아필름마켓에 세계의 유수 작품들이 출품되다보니 굳이 도쿄영화제까지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도쿄영화제에 참석하게 된 것은 본지가 도쿄영화제의 공식 초청을 받아서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칸에서 본 빔 벤더스의 일본 독일 합작영화인 〈퍼펙트 데이즈〉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올해 도쿄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촬영한 〈퍼펙트 데이즈〉를 도쿄에서 스크린으로 마주하는 기분은 어떨지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두 번째는 한일 문화수교 25주년을 맞는 올해, 이를 기념하는 특별상영과 한일합작을 주제로 영화 프로그램과 심포지엄이 열리는데 아마존 프라임에서 공개 예정인 한일 합작영화 〈너클걸〉의 프리미어 상영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합작영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많았기에 도쿄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한국 웹툰 원작영화의 한 번뿐인 스크린 상영을 꼭 보고 싶었다.

개막작,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

10월 23일 오후 3시,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에 도착했을 때, 도쿄영화제의 화려한 레드카펫과 함께 축제 열기는 긴자지구와 유라쿠초 지역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레드카펫 후 도쿄 다카라즈카극장에서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작 〈퍼펙트 데이즈〉의 감독이자 올해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거장 감독 빔 벤더스와 배우 야쿠쇼 코지를 무대 바로 앞에서 만날 수 있었다.

우리에게 〈파리, 텍사스〉와 〈베를린 천사의 시〉, 〈부에나 비스타 쇼셜 클럽〉으로 잘 알려진 독일 감독 빔 벤더스는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1903-1963)의 열렬한 팬이다. 벤더스는 1983년 〈파리, 텍사스〉를 연출할 즈음 도쿄에서 오즈 야스지로에 관한 다큐멘터리 〈도쿄가〉를 만들었다. 그리고 2023년 벤더스는 도쿄에서 일본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극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연출했다. 2017년 〈서브머전스〉 개봉 이후 6년 만의 장편 드라마 복귀작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독일 감독 빔 벤더스의 일본영화로 주연 배우인 야쿠쇼 코지에게 남우주연상을, 빔 벤더스에겐 에큐메니컬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2024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일본 대표 출품작으로 일본에서 70여 년간 오스카 시상식 출품작 중 외국인 감독의 작품을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작은 장소를 옮겨 도호 시네마즈 히비야 12관에서 상영되었다.

〈퍼펙트 데이즈〉©2023 MASTER MIND LTD.

‘아날로그 중년 남자’의 반복되는 일상

도쿄 변두리에 혼자 사는 중년의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 분)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낸다. 영화가 시작되면 카메라는 앉은 키 정도에 맞춰 히라야마가 잠자리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롱 테이크로 잡아낸다. 첫 컷부터 마치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미학인 다다미 쇼트Tatami Shot를 구현한다.

오즈 야스지로 추종자로 유명한 빔 벤더스는 칸 영화제 인터뷰에서 “오즈가 그의 마지막 영화인 〈꽁치의 맛〉을 도쿄에서 만든 지 60년 만에 〈퍼펙트 데이즈〉를 촬영했다”며 “우리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히라야마’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연 야쿠쇼 코지도 “하루하루를 정성스럽고 조용히 거듭하듯 살아가는 이 히라야마라는 남자를 연기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빔 벤더스라는 위대한 감독에게는 픽션의 존재인 이 남자에게 아주 큰 리스펙트가 있었다”며, 그것이 자신을 이끌었고 “히라야마라는 남자를 이 세계에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이야기〉 〈꽁치의 맛〉의 주인공(류 치슈 분)의 이름(성)을 그대로 가져온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가 어쩌면 오즈 야스지로 감독을 흠모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헌정 영화라면 과한 진단일까.

주인공인 중년의 독신남 히라야마는 디지털 세대의 아날로그 맨이다.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개고, 화초에 물을 주고, 싱크대에서 양치질을 한다. 그리고 현관 앞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뽑아 마신 뒤 운전대를 잡는다. 시부야에 있는 일터 공중화장실로 향하며 1960년-1970년대 팝 음악을 듣는다. 출근길 카세트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첫 노래는 애니멀스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였다. 짙은 호소력의 보컬과 멋진 기타의 인트로가 순간 가슴속으로 훅 파고든다. 잘못된 인생에 대한 회한을 노래한 이 올드 팝송이 아이러니하게도 고단한 삶에 지친 우리를 위로한다.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이 밀린 일을 마무리하느라 꼴딱 밤을 지새우고 도쿄로 날아온 나의 심장을 설레게 했다.

일터에 도착한 히라야마는 정성을 다해 화장실 청소를 한다. 그가 청소하는 공중변소는 최첨단으로 설계된 도시의 자랑이다. 변기통 구석구석까지 손거울을 사용해 싹싹 능수능란하게 닦아내는 히라야마와 대조적으로 그의 동료 청소부인 청년 다카시(에모토 토키오 분)는 늘 핸드폰을 보며, 산만하고, 충동적이며, 모든 것을 확률로 수치화한다.

빔 벤더스 감독은 작품을 연출하게 된 경위를 “일본 건축가들이 시부야의 화장실을 리모델링한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화장실이라는 장소가 몰라보게 변해 있었고 이 장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퍼펙트 데이즈〉©2023 MASTER MIND LTD.

일상에서 누리는 특별한 행복

밤이면 헌책방에서 사온 책을 읽고 팝 음악을 즐기는 ‘아날로그 인간’인 히라야마의 특별할 것 없는 나날에는 잔잔하면서도 감성을 스며드는 울림이 있다. 그의 일상은 똑같이 반복하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그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는 언제나 새롭고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차 있다.

아직도 카세트 테이프로 즐겨듣는 팝 음악과 휴일마다 헌책방에서 들러 구매한 도서의 책장을 넘기는 나날이 그에겐 더없이 행복한 일상이다. 항상 들고 다니는 작은 올림푸스 필름카메라로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 사진을 찍는다. 정오의 햇살이 스며들어 눈부신 나무는 어쩌면 영화속 주인공의 빛과 그림자를 투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날의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그에게 어느 날 여동생(아소 유미 분)의 조카 니코(나카노 아리사 분)가 불쑥 찾아온다. 집에서 가출한 니코는 히라야마와 지내며 그의 일터도 따라나선다. 그녀는 화장실에서 일하는 히라야마를 보며 놀란다. 얼마 뒤 딸 니코를 되찾으러 여동생이 찾아오고, 그동안 소원했던 여동생의 뜻밖의 방문으로 히라야마는 버려두고 온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부유한 삶을 살던 주인공 히라야마가 어떤 사유로 인해 지금 화장실 청소부로 살게 되었을까. 감춰진 시놉시스의 행간을 상상의 나래로 맘껏 유추해 보는 것도 영화를 낯설게 즐기는 한 방법일 것이다.

칸영화제에서 본 영화였지만 도쿄영화제에서 다시 만나는 감동은 더 깊고 새로웠다. 생활의 한 단면을 정확하게 묘사해 낸 야쿠쇼 코지의 연기는 놀라웠다.

빔 벤더스는 “이 영화가 나를 도쿄로 끌어들였다”며, “내 인생에서 매우 특별한 작품”으로 이 작품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하려면 영화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를 통해 빔 벤더스는 디지털 시대 현대인들의 물질주의와 탐욕에 대한 경고의 메타포를 담았는지도 모른다. 그가 카메라에 담는 공원의 나무들과 도쿄 스카이트리(634미터)도 대조를 이룬다. 최첨단 유행에 걸맞게 시부야에는 깊고 창조적인 아트 공간도 있다. 옛날 레코드를 찾거나 라이브 하우스 또는 클럽 바와 레스토랑, 세련된 분위기 속에 엄선 도서들을 갖추고 있는 서점들이 영화 속에도 등장한다. 비유하자면 우리의 옛날 명동시대 가까운 느낌이랄까.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제목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리더였던 루 리드가 데이비드 보위와 함께 쓴 노래 〈페펙트 데이〉에서 따왔다고 한다. 과연 우리의 완벽한 하루는, 아니 가장 멋진 하루는 어떤 날일까? 청소부 히라야마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삶이 내게 질문을 던진다. 그의 일상이 따라하고 싶을 정도로 무척이나 부럽고 특별하게 다가왔다. 나 또한 2시간 3분의 러닝타임 내내 서울의 ‘택시 드라이버’를 꿈꿀 만큼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퍼펙트 했다.

〈너클걸〉©2023 AMAZON CONTENT SERVICES LLC or its Affiliates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일본영화
- 창 감독의 〈너클걸〉

영화제 3일째를 맞는 오후에는 국내 제작사 크로스픽쳐스와 아마존 재팬이 손을 잡은 〈너클걸Knuckle Girl〉이 도호 시네마즈 히비야 12관에서 상영되었다.

〈너클걸〉은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전상영, 유상진 작가의 동명 웹툰 원작으로, 촉망받는 복서 ‘란’이 범죄조직에 납치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불법 격투에 참여해 목숨 건 대결을 펼치는 범죄액션 영화이다. 원작 웹툰은 지난 2014년 첫 선을 보인 이래 한국은 물론 일본 등에서도 공개되며,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실감나는 액션 묘사로 두터운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의 제작사 크로스픽쳐스가 작가와 감독을 기용하여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일본 스탭 및 배우들과 함께 아마존 프라임 재팬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하였다.

특히 일본 픽코마를 통해 독점 공개된 웹툰원작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일본의 인기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진 영화 〈너클걸〉에 현지 원작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서사를 이끌어갈 ‘란’ 역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글로벌 스타 미요시 아야카가 열연했다. 이외에도 일본의 톱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촬영에 앞서 미요시 아야카는 유망한 복서인 ‘란’ 역을 소화하기 위해 6개월 정도 한국 액션팀의 집중 트레이닝을 받는 등 배우들은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더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여성 복서 유망주 타치바나 란은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자 삶의 목적인 동생 유즈키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전소된 동생의 시신을 살피던 란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하고, 유즈키가 살아있다고 확신하는데, 경찰은 그녀의 주장을 묵살하고 사건을 자살로 종결 짓는다. 결국 란은 직접 동생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유즈키의 물품 중 한 출입 카드를 발견한 란은 카드에적힌 ‘쥬닌’이라는 곳을 찾아간다. 어딘가 수상한 공간에서 유즈키의 행방을 묻던 란은 공격을 받아 쓰러지고, 자신을 도운 나루세 슈지를 만나게 된다. 나루세는 유즈키가 쥬닌이라는 범죄 조직과 연루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쥬닌은 권력자들의 비호를 받으며, 음성적으로 ‘개러지’라는 불법 격투장을 운영하고, 생체 계좌를 이용한 암호 화폐로 상상 초월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범죄 조직이었다. 그 중심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니카이도 하루키가 있었다.

믿을 거라고는 두 주먹 밖에 없어 막막한 란은 방황하던 시기, 연인이었던 카미야 슌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카미야는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거대 조직에 맞서겠다는 란의 무모함을 만류하지만 끝내 란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그녀를 돕기로 한다.

유즈키의 행방을 쫓는 란은 니카이도의 수하 아즈마 겐타로를 미행하다 한 폐공장에서 쥬닌 세력과 맞붙게 된다. 이를 알게 된 니카이도는 주춤하던 개러지 사업에 란을 이용하기로 한다. 유즈키를 볼모로 한 니카이도의 제안을 받아들인 란은 카미야에게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은 뒤, 개러지 링 위에 선다. 이제 그녀의 두 주먹에는 글러브 대신 ‘너클’이 끼워진다.

개러지 파이터 키토 유다이와의 결전의 날, 압도적인 체급 차이에도 불구하고 키토를 꺾은 란. 그러나 니카이도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란에게 키토를 죽인 누명을 씌워 도망자로 만든다. 한편 나루세는 니카이도가 일명 ‘골든 블러드’라 불리는 희귀 혈액형을 가진 유즈키의 피를 이용해, 생체 계좌를 개설한 후 개러지의 비자금을 빼돌리려는 사실을 밝혀내고, 해킹을 통해 계좌를 막는다. 한편 쥬닌의 부회장 시라이시 또한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니카이도는 자신의 계획이 어긋나자 분노하고, 란은 계좌와 유즈키의 맞교환을 제안한다. 니카이도를 만난 란은 개러지 파이터 출신인 그와 다시 한번 개러지 링 위에 서서 무적의 상대를 꺾고, 동생을 구출해 낸다.

〈너클걸〉의 연출은 영화 〈표적〉으로 칸 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았던 창 감독이 맡았으며, 영화 〈비상선언〉, 〈반드시 잡는다〉의 유갑열 작가가 각본을, 〈악녀〉, 〈내가 살인범이다〉의 정병식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 실종된 동생을 범죄 조직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란’의 고군분투가 한층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감각적 영상미로 펼쳐졌다. 액션, 범죄 장르에 탁월한 제작진들의 의기투합으로, 원작과는 또다른 재미를 더했다. 이 작품은 한국웹툰이 일본에서 영화화되는 첫 영화로 국내 제작사(크로스픽쳐스)가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일본영화를 제작한 첫 사례여서 의미가 크다.

심포지엄. 창 감독, 미요시 아야카 배우, 김현우 대표, 이시자카 타쿠로 촬영감독.
심포지엄. 창 감독, 미요시 아야카 배우, 김현우 대표, 이시자카 타쿠로 촬영감독.

한일합작영화의 첫 사례, 그리고 미래

작품 상영 이후에는 제국호텔에서 ‘한일 영화제작의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너클걸〉의 창 감독과 촬영을 맡은 이시자카 타쿠로, 주연 배우 미요시 아야카와 크로스픽쳐스의 김현우 대표가 참여하여 〈너클걸〉의 제작 과정을 소개하고, 앞으로 한일 합작 영화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심포지엄장에 나타난 미요시 아야카의 ‘환상적 비율’의 미모는 압도적 시선을 끌었다. 그녀에게선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창 감독은 합작영화의 갈등 해결 방법을 묻는 관객의 질문에 미요시 아야카상과의 갈등이 생겼을 때는 “삼겹살을 사주면 끝났다. 삼겹살을 먹으며 대화하면서 해결한다”며 ‘삼겹살 너클걸’ 어떤가요? 하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져 폭소를 자아냈다. 또한 “기본적으로 일본 스태프들은 아주 디테일하고 신중한 편인데, 변수가 생겼을 때 대처하는 부분은 한국 스태프들이 강하다”며 “한국이 가지고 있는 크게 크게 나아가는 추진력과 일본이 가지고 있는 디테일함이 잘 합쳐지면 할리우드를 넘볼 수 있는 좋은 합작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크로스픽쳐스 김현우 대표는 “〈너클걸〉의 원작 웹툰은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작품이고, 스토리를 봤을 때 어느 나라에서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액션영화이고 규모가 큰 작품이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마존 프라임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서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전상영 작가, 남종우 프로듀서, 유상진 작가.
왼쪽부터 전상영 작가, 남종우 프로듀서, 유상진 작가.

글로벌 OTT까지 함께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그림, 음악 등 잘 만든 문화예술콘텐츠는 나라와 인종은 물론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사랑받는다. 콘텐츠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한 K-웹툰·웹소설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웹툰·웹소설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단순히 웹툰과 웹소설로 인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영상콘텐츠로 재가공(영상화)되고 있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웹툰의 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작년 〈사내맞선〉을 제작해 히트시킨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크로스픽쳐스는 〈사내맞선〉, 〈남남〉 등을 통해 스토리-미디어를 잇는 IP밸류체인의 시너지를 입증한데 이어, 또 한 번의 성공 프로젝트를 더했다.

더욱이 한국의 감독과 작가, 일본의 배우와 현지 스탭들이 힘을 합친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앞서 카카오웹툰 원작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일본판으로 리메이크해 선보인 〈롯폰기 클라쓰〉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의 공동 제작 영화 〈너클걸〉을 선보인 것이다. 다수의 글로벌 OTT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해 전세계 동시 공개하며 글로벌 메가히트작을 선보이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도 해외 현지 제작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글로벌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너클걸〉 프로 덕션회의 .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너클걸〉은 원작 웹툰이 국내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큼, 이번에 선보이는 영화 〈너클걸〉에도 글로벌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한국의 감독과 작가, 일본의 배우, 글로벌 OTT까지 함께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에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웹툰과는 또다른 풍성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한국 웹툰·웹소설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며 “믿고 보는 IP로 입지가 굳건해졌다는 평이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숙제는 K-웹툰 시장이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기준에 발을 잘 맞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심포지엄 후 리셉션. 왼쪽부터 설재원 편집장, 미요시 아야카, 손정순 발행인.

 


사진 제공 도쿄국제영화제, 크로스픽쳐스

 

* 《쿨투라》 2023년 12월호(통권 11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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