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작가 문학기행] 인천애서愛書 남북작가 문학기행의 가치: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더 좋은 문학을 만들어가기 위한 한 걸음
[남북작가 문학기행] 인천애서愛書 남북작가 문학기행의 가치: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더 좋은 문학을 만들어가기 위한 한 걸음
  • 김미향(콘텐츠 랩 에디튜드 대표·에세이스트·출판평론가)
  • 승인 2023.12.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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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

지난 11월 4일,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와 남북하나재단이 주최한 ‘인천애서愛書 남북작가 문학기행’이 진행됐다. 남북 작가 10명은 이날 오전,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을 돌아보며 분단 전 하나였던 근대 문학사를 되짚었다. 이후 자연스럽게 분단 이후 양쪽의 근대 문학 교육과 작품들은 어떠한지 논하기도 했다.

박덕규 한국문화기술연구소장(단국대 초빙·명예교수), 이승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오창은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화연구학과 교수, 이정 작가(통일문학포럼 상임이사), 도명학 작가(자유통일문화연대 대표), 이지명 작가, 위영금 작가, 허옥희 작가, 이소원 작가가 참여한 ‘인천애서愛書 남북작가 문학기행’에 필자 또한 작가로서 참여했다. 참여자의 입장에서 이날 문학기행의 진정한 가치를 떠올리며 스케치해 본다.

남북작가들 간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주최 측에서 세심하게 고려해 준비한 기행 코스가 한국근대문학관이었다. 우리에게는 근대 작가와 근대문학을 배우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북한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개인보다 국가를 중시하는 북한에서는 근대 작가 개개인보다는 러시아의 사회주의 문학을 더 많이 가르친다는 것.

이후 남북작가들은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을 보며 남북 각각에서 제작한 영화 〈임꺽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남한에서 제작된 1961년작 영화 〈임꺽정〉과 북한에서 1987년-1989년에 걸쳐 제작된 영화 〈림꺽정〉의 주연배우가 비슷한 이미지를 가졌다는 얘기였다. 한편 허옥희 작가는 북한에서 강경애의 소설 『인간 문제』에 대해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작품이 아직까지도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적 기록이자 예술적 구현물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남북작가 문학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을 논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도명학 작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는 남북작가들의 열띤 이야기들로 시간이 부족할 만큼 시종 뜨거웠다.

이날 오고 간 좌담 내용 중 남한과 북한에서 각각 작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점은 특히 흥미로웠다. 북한에서는 평생 작가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작가가 되는 것이 굉장히 힘든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김일성종합대학 작가 양성반을 졸업함과 동시에 군중 문화 출판물(신문, 잡지 등)에 실려야 작가가 될 수 있거나 조선작가동맹이 주관하는 전국군중문화현장응모에서 당선되어 ‘군중 문화 출판물’에 실려야 작가가 된다. 대중이 볼 수 있는 지면에 실린다는 것 자체가 체제 우상화 등 국가가 허용하는 범위에 맞는 작품이라는 것이고, 치밀하며 극적인 짜임새, 독특함 등 예술성을 갖춘 작품이라는 뜻이다.

한편, 작가는 두 부류로 나뉘는데 전업 작가와 직장에 다니면서 집필 활동을 하는 후보 작가다. 조선작가동맹 정회원(정맹원) 작가, 후보 회원(후보맹원) 작가가 있는데, 각 도에 있는 조선작가동맹 각 OOO도위원회(예: 조선작가동맹 함경북도위원회)에 속한 정회원 전업 작가는 분야별로 나눠서 본업에 충실한 선전 선동 글을 쓰게 된다. 후보 회원은 직장에 다니면서 좋아하는 글을 써서 투고하는 방법으로 작품성이 인정되면 ‘출판물’에 실린다.

사상성을 강조하면서 개성의 독특함을 살려 극적인 짜임새와 예술성이 있는 작품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너무 사상성을 강조하면 선동문이 될 수 있고, 그렇다고 예술성에 치우치면 사상성이 훼손된다는 점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또한 삼각연애를 설정하는 것이 금지돼 있으며 불륜 등 부정행위나 캐릭터 간 갈등을 보여줄 수 있는 행동들은 부정 인물들만 하도록 조건이 제한돼 있다. 이 모든 한계를 극복한 작품을 써서 작가가 된다고 해도 이지명 작가에 따르면 “북한에선 개인을 돋보이게 하는 일은 잘 하지 않기 때문에 1970년대 이후 단행본에 작가의 사진이 사라진 적도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남한에서 북한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연구하는 이들은 자료가 없어 애를 먹는다.

이날 문학기행은 그간 잘 알지 못했던 남북작가들이 서로의 작품 세계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우리 문학의 발전은 이처럼 남북작가들이 서로를 잘 이해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기행을 마치고 각자의 길로 걸어가는 남북작가들의 뒷모습에서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더 좋은 문학을 만들어가기 위해 정진할 그들의 미래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김미향 콘텐츠 랩 에디튜드 대표·에세이스트·출판평론가. 저서로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영화란 무엇인가?』(공저) 등이 있다. 인스타그램 @edit_or_h, 브런치 @edit-or-h.

 

* 《쿨투라》 2023년 12월호(통권 11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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