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송찬호 디카시집 『난 고양이로소이다』
[신간 안내] 송찬호 디카시집 『난 고양이로소이다』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3.12.2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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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반짝이다 사라진 것들이 여기 있었구나”
불온한 시적 아름다움, 송찬호 시인의 영상 언어를 만나다

‘만년필’ 시인이 ‘고양이’의 시선으로 포착한 촌철살인의 영상미학
- 송찬호 디카시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만년필’의 시인 송찬호 시인의 두 번째 신작 디카시집 『난 고양이로소이다』가 도서출판 작가의 한국디카시 대표시선 9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59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했으나 그림에 대한 꿈은 일찍이 버리고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금호강」 「변비」 등을 발표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디카시집 『겨울 나그네』와 동시집 『저녁별』 『초록 토끼를 만났다』 『여우와 포도』 『신발 원정대』와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을 냈다. 김수영문학상, 동서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송찬호 시인이 두 번째로 펴내는 신작 디카시집 『난 고양이로소이다』는 제1부 ‘억새의 춤’, 제2부 ‘엉겅퀴가 피었다’, 제3부 ‘상오리 칠층석탑’, 제4부 ‘익모초 필 무렵’으로 나뉘어 총 56편의 디카시를 수록했다. ‘만년필’의 시인이 ‘고양이’의 시선으로 꿰뚫는 환상적이고도 아름다운 촌철살인의 영상미학이다.

이걸 그으면
초록불이 확 일어날 거야

- 「성냥개비」 전문

송찬호 시인은 “문득 보이는 게 있어서/폰을 꺼내 찍는다”며,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그것 뿐이다”라고 ‘시인의 말’에서 고백한다. 그의 고백은 겸손하지만 “이걸 그으면/초록불이 확 일어날 거야”(「성냥개비」)라는 첫 수록시만 보더라도 『난 고양이로소이다』에 수록된 그의 디카시들은 결코 겸손하지 않다. “성냥개비”의 이미지에서 누구나 상상하게 되는 ‘불’이라는 무섭고도 위험한 상상력을 뛰어넘어서 “초록불”이란 불온하고 아름다운 시적이미저리를 이끌어내는 시인의 시적 상상력은 과히 송찬호 시답다. 그뿐이랴 “거기가 어디든 앉는 자리는/모두 꽃방석”이며, “그게 나비의 운명”(「꽃방석」 )이라고도 속삭이지만 시인은 “호동그란 눈동자도 새초롬한 수염도 없소만은/난 고양이로소이다”(「고양이」 )라고 당당히 고백한다.

거기가 어디든 앉는 자리는
모두 꽃방석
그게 나비의 운명

- 「꽃방석」 전문

호동그란 눈동자도 새초롬한 수염도 없소만은
난 고양이로소이다

- 「고양이」 전문

이장호 영화감독은 “‘거품 부글거리는 이 잉크의 늪에 한 마리 푸른 악어가 산다’(「만년필」)는 시인의 시를 읽고,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적이 있다”며, “이후 ‘사라져버린 사냥 시대’(「고양이」)에 대해 생각하고 ‘언젠가 고래를 만나면 그에게 줄 /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를 키우며, ‘늘 고래의 꿈’을 꾼다는 시인이 궁금했다”고 고백한다. 이어 “그 시인이 흔한 마을의 저녁 풍경을 앵글에 담아 ‘망각과 죽음이여, 어서 지나가다오’(『겨울 나그네』)라며 첫 번째 디카시집을 내더니. 이번에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두 번째 디카시집을 묶었”음에 감탄했다. 그리고 “호동그란 눈동자도 새초롬한 수염도 없소만은 / 난 고양이로소이다”(「고양이」)라고 고백하는 시인은 스스로가 “풍경”이 되어 “돌이 꽃을 던”지는 “슬로비디오”도 바라보고, “피를 지혈시킨 솜뭉치”, “천일홍”도, “거미의 휴일”도 “일몰”도 지켜본다며, “편편이 환상적이면서도 잔혹한 아름다움의 영상미학”이라고 평한다. 이장호 감독은 당신도 ‘만년필’의 시인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고양이처럼 사라져가는 골목을 어슬렁어슬렁 누비며 “영상 언어를 만나는” 촌철살인의 즐거움을 실천해보고 싶다고 추천사에서 밝혔다.

독자들이여, 디카시의 품격을 한층 드높인 ‘만년필’ 시인처럼 우리도 ‘스마트폰을 들고’ “밤하늘에 반짝이다 사라진 것들”(「도깨비 바늘」)을 만나러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 송찬호(Song Chan-ho) 시인

1959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좋아 했으나 그림에 대한 꿈은 일찍이 버리고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 6호에 「금호강」 「변비」 등을 발표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디카시집 『겨울 나그네』와 동시집 『저녁별』 『초록 토끼를 만났다』 『여우와 포도』 『신발 원정대』와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을 냈다. 김수영문학상, 동서문학상, 미당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추천사

“거품 부글거리는 이 잉크의 늪에 한 마리 푸른 악어가 산다”(「만년필」)는 시인의 시를 읽고,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적이 있다. 이후 “사라져버린 사냥 시대”(「고양이」)에 대해 생각하고 “언젠가 고래를 만나면 그에게 줄 /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를 키우며, “늘 고래의 꿈”을 꾼다는 시인이 궁금했다.

그 시인이 흔한 마을의 저녁 풍경을 앵글에 담아 “망각과 죽음이여, 어서 지나가다오”(『겨울 나그네』)라며 첫 번째 디카시집을 내더니. 이번에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두 번째 디카시집을 묶었다.

“호동그란 눈동자도 새초롬한 수염도 없소만은 / 난 고양이로소이다”(「고양이」)라고 고백하는 시인은 스스로가 “풍경”이 되어 “돌이 꽃을 던”지는 “슬로비디오”도 바라보고, “피를 지혈시킨 솜뭉치”, “천일홍”도, “거미의 휴일”도 “일몰”도 지켜본다. 편편이 환상적이면서도 잔혹한 아름다움의 영상미학이다. 나도 ‘만년필’의 시인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고양이처럼 사라져가는 골목을 어슬렁어슬렁 누비며 “영상 언어를 만나는” 촌철살인의 즐거움을 실천해보고 싶다.

- 이장호 영화감독

 


 

시인의 말

문득 보이는 게 있어서
폰을 꺼내 찍는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그것 뿐이다

2023년 가을, 송찬호

 


 

본문 속으로

산길에서 외계인을 만났다
불시착한 지구별에 대해서 생각이 많은 듯했다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 산 너머 사라졌다

- 「조우」, 본문 24-25쪽

강아지풀들이
일제히 붐 마이크를 들이대었다
가을은 어디쯤 오고 있는 겁니까?

- 「질문」, 본문 54-55쪽

자꾸 돌아보는 습관은 좋지 않아
내가 풍경이야
나를 봐

- 「풍경」, 본문 56-57쪽

밤하늘에 반짝이다 사라진 것들이
여기 있었구나
낮이어서 까만 별

- 「도깨비 바늘」, 본문 124-125쪽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억새의 춤
성냥개비 ● 14
집짓기 ● 16
천일홍 ● 18
으름 ● 20
무용담 ● 22
조우 ● 24
억새의 춤 ● 26
당부 ● 28
해충박멸기 ● 30
마라톤 맨 ● 32
고사목 ● 34
일기 예보 ● 36
도마뱀 ● 38
유일한 사건 ● 40

제2부 엉겅퀴가 피었다
미루나무 ● 44
거미의 휴일 ● 46
다알리아 ● 48
갈대 크레인 ● 50
엉겅퀴가 피었다 ● 52
질문 ● 54
풍경 ● 56
탑승 금지 ● 58
탑 ● 60
분수 ● 62
꽃방석 ● 64
일몰 ● 66
기다림 ● 68
담쟁이의 꿈 ● 70
고양이 ● 72

제3부 상오리 칠층석탑
피사의 사탑 ● 76
환영합니다 ● 78
슬로비디오 ● 80
PX ● 82
뱀딸기 ● 84
들키다 ● 86
상오리 칠층석탑 ● 88
한미동맹 ● 90
나팔꽃 ● 92
물 한 모금 ● 94
까치밥 ● 96
통풍구 ● 98
물어볼 게 있어요 ● 100
칸나 ● 102

제4부 익모초 필 무렵
이별 ● 106
휴식 ● 108
익모초 필 무렵 ● 110
균열 ● 112
고분군 ● 114
조가 익었다 ● 116
모임 공지 ● 118
하늘 바닷가 ● 120
건강 검진 ● 122
도깨비 바늘 ● 124
전시회 ● 126
감자 캔 후에 ● 128
숲속 생활 ●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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