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문지원 외 『2023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드라마』
[신간 안내] 문지원 외 『2023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드라마』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4.01.03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 오늘의 드라마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동시대 드라마의 흐름을 제시하는 전문가의 드라마비평!

평론가·문화예술인이 선정한 오늘의 드라마 10편
- ‘2023 오늘의 드라마’ 수상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 

2022년 방영한 드라마 중에서 추천위원들의 호평을 받은 드라마를 선정, 그 선정 드라마에 평론들을 덧붙여 『2023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드라마』(이하 『2023 오늘의 드라마』)를 내놓는다. 『2023 오늘의 드라마』 기획위원으로는 김민정 드라마평론가(중앙대 교수), 주찬옥 드라마작가, 설재원 쿨투라 편집장(골든글로브시상식 투표단)이 참여했다.

​언제부터인가 새 드라마가 시작하면 출석 체크하는 마음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2021년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미국을 포함한 83개국에서 1등을 차지했고, 2022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일찌감치 해외 판권이 팔려 글로벌 170여 개국의 방영을 확정하였다. 2023년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 1은 누적 시청 1억 시간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이목을 ‘K-드라마’로 집중시켰다. 이쯤 되면 세계의, 세계에 의한, 세계를 위한 K-드라마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드라마』 시리즈가 가지는 의미는 한 권의 책 그 이상이다. 2023년 ‘오늘의 드라마’에 선정된 10편의 드라마는 한국 배우가 출연하고 한국 제작진이 만든 ‘한국 드라마’이다. 또한 전 세계인의 사랑과 관심을 받은 ‘세계 드라마’이다. 한국이 세계이고 세계가 곧 한국이다. 이것이 바로 K-드라마 월드이다.

​최근 한국 드라마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드라마 제작에 많이 참여했다. 세계적인 성공신화를 쓴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 이후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가 참여한 드라마가 부쩍 많아졌다. 영화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 영화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의 정서경 작가…. 2021년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OTT 시리즈를 위한 온스크린 섹션이 운영되고 있다.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 특징은 소재의 다양화이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국내외 OTT가 많이 들어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만큼 구독자를 유인하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띈다.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건 역시나 새로운 소재를 다룬 드라마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들을 열거해보면 우리가 지난 한 해 동안 얼마나 다채로운 드라마를 즐겼었는지 알 수 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환혼〉, 〈슈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나의 해방일지〉, 〈스물다섯 스물하나〉, 〈우리들의 블루스〉, 〈재벌집 막내아들〉, 〈더 글로리〉, 〈카지노〉… 매력적인 드라마가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

『2023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드라마』에는 총 10편의 드라마 비평이 수록되었다. 학계와 산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100분의 추천위원을 통해 다양한 작품세계를 가진 10편의 드라마가 선정되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문지원)를 비롯하여 〈나의 해방일지〉(박해영), 〈술꾼도시여자들〉(위소영), 〈슈룹〉(박바라), 〈시맨틱 에러〉(제이선), 〈안나〉(이주영), 〈우리들의 블루스〉(노희경), 〈재벌집 막내아들〉(김태희), 〈지금 우리 학교는〉(천성일), 〈파친코〉(허수진)이다. 그중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드라마는 문지원 작가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이 드라마가 뽑히지 않았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지난 한 해 큰 화제를 모았다.

​기획위원 김민정 평론가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가 있는 여성이 원톱으로 등장하는 최초의 한국 드라마로, 장애와 소수자에 대한 공론장을 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드라마의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지금 여기의 K-드라마는 그에 합당한 사회적 책임과 소명감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작적인 면에서도 눈여겨볼 점이 있다. 그동안 ‘여성 장애인’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없었던 건 그만큼 대중적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문지원 작가는 에피소드를 전략적으로 배치해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세련된 서사를 구사한다. 극 초반에 우영우라는 캐릭터의 판타지성을 부각시켜서 대중성을 높여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그다음에 다른 유형의 자폐인과 지적 장애인을 등장시켜 극적 사실감을 높여 현실과 판타지의 균형감을 맞춘다. 등장인물의 감정선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감정선까지 고려한 정교한 서사 전략으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슬기롭게 담아낸다. 한 마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보기 드문 웰메이드 드라마이다. 

​서곡숙 문화평론가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차별에 저항한 콘텐츠로서 차별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보게” 만들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여성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절망에 저항하고 희망에 도전하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평했다. 

​설문에 참여한 추천위원들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선정 이유에 대해 “장애여성, 동성애자, 탈북민, 동물권 등 우리 사회에서 비주류적인 것으로 취급해왔던 문제들을 전면화” 했으며, “소외된 것을 끌어안는 따뜻한 시선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김세연)고 평했다, 그리고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 가운데 가장 참신하고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을 선사”(김시무)하며 “비장애인이 꿈꾸는 장애인, 비장애인과 무리없이 융화되며 사회에 적응하는 장애인이 등장하는 가장 완전한 판타지 서사”(이지혜)라고 언급했다. 

​책의 뒤에 붙인 문지원 작가 인터뷰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드라마 창작법은 물론 작품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들여다볼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에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어떤 작품이었을까. 문지원 작가는 “다른 사람이 재미있게 봐준다는 것이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기적같은 일인지를 잘 알고 있다”면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신에게 “격려이자 용기를 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시청자 분들도 재미있게 여긴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자체만으로 저에게 큰 격려였어요. 앞으로도 ‘시청자 및 관객이 재미있게 여긴다고 알려진 것’이 아닌, ‘제가 진짜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이러한 용기가 생겼다는 사실이 〈우영우〉의 성공으로 인해 가장 달라진 점입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 인터뷰」(이은주) 중에서, 본문 124쪽

​인터뷰를 진행한 이은주 기자(서울신문 차장)는 “자폐인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이전에도 있었고, 법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그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영우에게 열광했던 이유는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우리 사회에 ‘다름의 가치에 대해 일깨우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지금 여기의 독자들은 새롭게 시작하는 신작뿐 아니라 ‘알신’의 간택을 받아 부활하게 될 드라마를 향한 기대도 무척 크다. 아, 오늘은 무슨 드라마를 보면 좋을까. ‘2023년 오늘의 드라마’로 선정된 10편을 ‘다시보기’해보는 건 어떨까. 그들의 매력을 꼼꼼하게 짚어낸 전문가의 비평을 읽으면서 말이다.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처럼 오늘도 내일도 K-드라마의 무한루프에 풍덩 빠져보시기를 바란다.

 


 

문지원 작가

단편영화 〈바다를 간직하며〉 〈헬멧〉 〈창문 너머 별〉을 연출하였으며, 영화 〈증인(2019)〉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의 각본을 맡았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최우수 신인감독상(2005), 롯데 시나리오 공모대전 대상(2016), 아시아태평앙 어워즈 작가상(2022) 등을 수상했다.

 


 

본문 속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인 여성 우영우를 통해 차별에 저항하며 평등을 실현한다. 이 드라마는 차별금지를 말하지만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 평등을 말하지만 평등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이 드라마에서 보호받는 존재인 ‘장애인’이자 보호하는 존재인 ‘변호사’ 우영우는 사회적 약자/강자의 이중성을 통해 사라진 정의에 대해 조용하지만 힘 있는 외침을 보여준다.

- 서곡숙, 「절대적 차별에 대한 지양과 상대적 평등의 지향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본문 19쪽

​어쩌면 ‘추앙’은 한 번도 완전히 채워져 본 적 없는 당신에게 건네는 사랑의 변증법이 아닐까. 내가 느끼고 있었지만 뭔지 모를 불안감에 표현하지 못했던 견딜 수 없는 촌스러움과 초라함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이 대책 없는 안도감은 시청자들도 해방의 길로 구원했다. 〈나의 해방일지〉는 추앙으로 진정한 해방의 의미를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드라마여서 공감의 체감온도가 더욱 높았던 것이 아닐는지.

- 손정순, 「추앙, 그리고 진정한 해방의 의미 - 〈나의 해방일지〉」, 본문 31쪽

​〈슈룹〉이 ‘우산’을 뜻하는 고어라고 하는데 화령이라는 ‘슈룹’은 자기 자식들만이 아니라 타인의 자식들까지 씌워주는 품이 넉넉한 우산이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우산이라기보다는 거의 비치파라솔 사이즈인데? 그 뿐 아니라 화령은 삶에 있어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선택의 강단도 보여준다.

세자가 어떻게 살해됐는지 파헤치기 위해 태인세자의 사인을 추적하는데 이것은 왕 이호(최원영 분)에게도 위협이 되는 일이었다. 태인세자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대비의 만행을 묵과했던 게 이호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령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밀어붙인다. 놀라울 정도로 대단히 진보적인 선택이다. 드라마에서 이토록 정치적인 감각이 있는 여성상이 있었나?

- 주찬옥, 「임화령, 가장 진보적인 캐릭터 - 〈슈룹〉」, 본문 50-51쪽

​사랑이란 자신을 버리고 타자의 내면에 거주하는 것이다. 그렇게 목적격-나를 비워 냄으로써 환멸스런 거짓의 왕국에서 탈주한다. 이렇게 비워진 유미는 지훈과는 전혀 다른 자아임을 증명한다. 유미는 주격-나, 즉 거짓말 하지 않는 진정 아름다운 자기를 쫓으려 미국에서 캐나다까지 길을 떠난다. 그가 마주한 마지막 장면은 불멍이다. 우리 모두에게 불멍의 질문은 이런 것이다. 〈나의 아저씨〉의 지안이 종국엔 평안(안)에 도달(지)했듯이, 〈안나〉의 유미는 마침내 오롯한(유) 아름다움(미)에 도달했는가?

- 정재형, 「무시에서 인정까지 - 〈안나〉」, 본문 73쪽

​〈우리들의 블루스〉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한다. 우정은 지켜지기를, 위태 로운 우울증 환자는 잘 치유되기를, 오랫동안 비껴가기만 했던 남녀의 인연은 뒤늦게라도 이어져 서로의 아픔을 보듬게 되기를, 나이 마흔이 넘도록 어머니를 원망했던 아들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또 위로받기를, 우리가 마음으로 바라는 그 방향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시청자가 안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 현실로 보면 판타지에 가까운 결말이지만 그래서 편안한 대중성을 확보하게 된다.

대중적이되 뻔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에 스타급 배우들의 힘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역으로 그러한 배우들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이 연출과 작가의 능력의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따뜻하게 시청자를 위로한 대중적인 웰메이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다.

- 구선경,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 〈우리들의 블루스〉」, 본문 82-83쪽

​〈파친코〉는 자신의 정체성을 통해 경계를 와해시키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감정을 담아내 소설의 활자를 입체감 있게 일으켜 세운다. 〈파친코〉에는 여러 얼굴들이 있다. 생존에 맞선 두려움과 열패감, 환희와 갈망, 자부심과 용기를 보았다.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역사를 살아낸 그 표정들을, 오늘의 한국을 나타낸 그 얼굴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 양근애, 「역사를 살아낸 얼굴들 - 〈파친코〉」, 본문 121쪽

​“일반적이지 않은, 낯선, 독특한, 비범한, 엉뚱한, 별난, 상식적이지 않은, 특별한 사람을 가리켜 흔히 ‘이상하다’고 하잖아요. 이상한 사람들은 다수의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두렵게 하고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풍요롭게 하며 더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기도 하죠. 시청자들이 이상한 사람들이 가진 이상한 힘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문지원 작가 인터뷰」(이은주) 중에서, 본문 128쪽

 


 

차례

펴내면서
오늘은 뭘 먹지, 아니 뭘 보지? | 기획위원회

​2023 오늘의 드라마
절대적 차별에 대한 지양과 상대적 평등의 지향-〈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서곡숙
추앙, 그리고 진정한 해방의 의미-〈나의 해방일지〉 | 손정순
인생이 주옥같을 때-〈술꾼도시여자들〉 | 이지혜
임화령, 가장 진보적인 캐릭터-〈슈룹〉 | 주찬옥
BL물 속 트랜스 아이덴티티, 그리고 성장-〈시맨틱 에러〉 | 김세연
무시에서 인정까지-〈안나〉 | 정재형
당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우리들의 블루스〉 | 구선경
현실과 판타지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서-〈재벌집 막내아들〉 | 김민정
어느 날 갑자기, 그곳에서 생긴 일-〈지금 우리 학교는〉 | 최정인
역사를 살아낸 얼굴들-〈파친코〉 | 양근애

​문지원 작가 인터뷰
“〈우영우〉는 나에게 격려와 용기 준 작품… | 이은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