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해외에서 한국영화를 알리기 위한 뉴욕 출신 한국 영화인들의 눈물겨운 고군분투기
[북리뷰] 해외에서 한국영화를 알리기 위한 뉴욕 출신 한국 영화인들의 눈물겨운 고군분투기
  • 손정순 편집인
  • 승인 2024.01.02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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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래, 남종우, 박미나 『코리안 인베이전: 1인치 장벽을 넘어서』

한류문화의 한 축을 이루는 한국영화가 해외 팬들에게는 어떠한 이미지로 비춰졌을까?

2000년대 초반 한국과 미국에 거주하며 해외합작 영화에 참여한 김창래 작가, 박미나 작가, 남종우 프로듀서의 생생한 현장 경험이 담긴 저서 『코리안 인베이전: 1인치 장벽을 넘어서』(도서출판 작가)가 출간되었다. 저자 김창래 작가는 영화감독, 독립출판 기획자이다. 카린 쿠사마 감독의 〈걸 파이트〉 제작부를 거쳐 영화 〈친구〉 조감독을 했으며 〈오로라 공주〉 시나리오 각색을 맡았다. 이후 독립영화 〈렛 미 아웃〉의 시나리오와 감독을 맡았으며, 해당 작품으로 〈달라스 국제영화제〉, 〈마르델 플라타 국제 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저자 남종우 프로듀서는 CJ ENM 영화부문 해외사업본부를 거쳐 현재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크로스픽쳐스에서 프로듀서 및 글로벌 프로젝트팀 부사장으로 재직중이다. 영화 〈오로라공주〉로 프로듀서 데뷔 후 〈두 번째 사랑〉, 〈워리어스웨이〉, 〈만추〉, 〈설국열차〉 등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저자 박미나 작가는 뉴욕 독립영화계에 뛰어들어 주로 조감독/연출부 일을 하면서 영화 프로듀싱도 했다. 영어/한국어가 능숙해서 한국의 합작영화에도 자주 참여했다. 박찬욱, 봉준호, 이명세, 박철수 감독 등 여러 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의 통역도 맡았고 50편 이상의 시나리오, 자막, 트리트먼트 등의 번역을 했다.

뉴욕에서 공부하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영화제작 현장에 참여한 이 책의 저자들이야말로 미국에서 한국 영화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K-무비의 숨은 공로자라고 할 수 있다.

남종우 프로듀서는 프롤로그에서 “처음 이 책의 단초가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면, 본격적으로 이 책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 이후”라고 말한다, “우리는 〈기생충〉의 전무후무한 오스카 수상 이후에 아직도 이 위대한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영향력과 의의에 대해 체계적이며 보다 폭넓은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한 편의 문화콘텐츠에 불과한 〈기생충〉이 전달하는 파급력은 단지 눈으로 보이는 것 그 이상의 어떤 ‘자부심’과도 연결”되기에 “이러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벅차오르는 에너지가 우리로 하여금 〈기생충〉 그리고 이와 관련된 한국영화 발전상의 이야기들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일종의 의무감마저 들게 하였다”고 이 책의 출간 계기를 밝혔다. 이처럼 이 책 속에는 그동안 서구인들에게 비춰진 영화 속 한국인의 이미지와 더불어 극장에서 자막 영화를 보지 않으려는 미국인들의 특성, 그리고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에 영향을 끼친 작품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또한 국제 영화 시장에서 확연히 달라진 한국 영화의 위상과 〈기생충〉, 〈미나리〉, 〈파친코〉가 나오기까지 한국영화가 진화한 과정을 실제 영화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룬다.

김창래 작가는 “영화 역사에서 자막의 역사는 그 탄생과 함께 시작”했음을 언급한다. 국가 간의 문화적 장벽이 허물어진 지금 “자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1인치 장벽을 넘는다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고 강조한다.

남종우 프로듀서는 “〈설국열차〉는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이전에 이미 〈설국열차〉로 아카데미 캠페인을 경험해본 바 있다”며 그가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 및 아카데미 캠페인에 대해 소개한다.

박미나 작가는 “K-문화가 더 이상 컬트가 아닌 대중성을 획득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제 미국에서는 한국적인 것이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Korean flavor’라는 하나의 맛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지금은 한국의 맛이 가장 핫하다”고 말한다.

즉 저자들은 아시안 쿨Asian Cool과 영화 속 한국인의 변천사를 비롯하여 한국영화에 대한 해외 관객의 인식 변화와 한국영화 르네상스, 코리안 뉴 웨이브를 이야기하고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와 봉준호 감독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말한 ‘1인치 장벽’의 높이와 ‘1인치 장벽’의 허들을 넘어서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경험한 해외 합작 프로젝트 제작의 어려움과 〈설국열차〉 탄생기를 전한다.

또한 영화 〈만추〉(2010)의 총괄 프로듀서인 남종우 PD와 한국 조감독으로 참여한 박미나 작가가 시애틀의 촬영현장에서 동분서주했던 제작 후일담 “〈만추〉 메이킹 스토리”는 흥미진진하다. 원작처럼 중국에서 ‘기차’를 배경으로 한 고풍스러운 한중 합작영화를 기획했는데 진행 중에 촬영 허가가 불발되어 ‘미국 시애틀 배경의 탕웨이와 현빈의 버스 여행’으로 설정이 바뀌게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 스태프들이 참여한 〈만추〉에서 안개 낀 장면은 다 CG로 만들었다는 점, 김태용 감독의 숨은 매력과 〈만추〉에 참여한 미국 스탭들의 감동 스토리 등. 긴 여정의 “〈만추〉 메이킹 스토리”가 현장에서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책장을 넘기면 교실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노하우가 텍스트 행간 속에 숨어있다. 해외 합작영화의 제작과정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은 더없이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한국 영화를 알리기 위한 필자들의 눈물겨운 고군분투기는 에필로그 좌담으로 이어진다. 오스카 캠페인, 그리고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의 의미는 물론 실제 해외 합작 프로젝트의 뒷이야기와 더불어 〈기생충〉, 〈오징어 게임〉, 〈파친코〉 이후 한국영화와 한류 문화의 향후 미래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제시한다.

특히 『코리안 인베이전: 1인치 장벽을 넘어서』에는 영화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쉽게 영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영화의 역사’를 정리하여 부록으로 덧붙였다. 그야말로 현장 전문가들의 생생한 영화제작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청춘을 고스란히 한국영화의 진화 과정과 함께한 김창래, 남종우, 박미나 저자의 귀한 이 저서는 K-무비의 제작현장과 영화산업에 대한 연구를 확장하고 한국영화사의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 《쿨투라》 2024년 1월호(통권 11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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