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탄츠올림프] 한국발레, 세계무용콩쿨사의 새 획을 긋다
[2024 탄츠올림프] 한국발레, 세계무용콩쿨사의 새 획을 긋다
  • 김긍수(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영상창작학부 무용전공 교수)
  • 승인 2024.02.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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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탄츠올림프 베를린 국제무용콩쿨이 2월16일부터 19일까지 독일 수도 베를린 폰타나하우스Fontana Haus에서 열렸다. 탄츠올림프에 큰 어려움을 안겨주었던 팬데믹의 여파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느낌이 있다. 특히 발레 최강국인 러시아가 전쟁으로 인해 참가가 제한되는 상황이니 더욱 그렇다. 대회 주최자인 올렉시 베스메르티니Oleksi Bessmertni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그동안 러시아와의 공조를 통해 행사를 크게 진행해왔다.

탄츠올림프는 명칭 그대로 무용올림픽으로 전 세계 지역 예선(탄츠올림프 아시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브라질, 이탈리아, 페루 등)을 통해 선발된 무용수들이 베를린 본선에 참가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실력과 예술성을 갖춘 무용수만이 참가할 수 있다. 한국에도 몇몇 개의 국제콩쿨이 있지만 유럽에서 너무 멀다는 지리적인 이유로 유럽 무용수들이 참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동시에 그러한 이유로 유럽 전역에서 한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베를린에서 열리는 탄츠올림프에는 전 유럽국가 학생들이 참가한다. 물론 심사위원도 유럽의 유명 발레학교 대표와 예술감독, 발레단의 예술감독과 안무자들로 구성된다. 또한 콩쿨을 통해 장학금도 받거나 발레단 진출도 꾀할 수 있고, 기간 내 다양한 선생님들의 마스터클래스를 청할 기회가 있어 여러 스타일을 배울 수도 있다. 특히, 참가자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우정을 쌓을 수 있고, 예술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며 다방면에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국가간 문화교류의 장이 펼쳐지는 탄츠올림프는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지구촌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에서 탄츠올림프 아시아를 통해 선발된 학생 40여 명이 클래식 발레, 컨템포러리, 모던, 군무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 참여하였다. 특히 올해에는 콩쿨 역사상 이변이 일어났다. 본 대회는 CSS(Private School사설학원 부문), CPS(Public School예술학교 부문), MSS(Modern Private School 부문), MPS(Modern Public School 부문) 등으로 나뉘어서 경연한다. 그런데 한국의 예원학교 학생 6명이 한 카테고리 안에서 모두 금상을 수상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심사위원들이 그들에게 모두 10점 만점을 줘서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체적 조건과 테크닉, 예술성, 특히 폴데브라(손 동작의 아름다움)가 좋았다고 평가했고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웠다고 평했다.

슈테피 슈어저Steffi Scherzer 전 베를린 슈타츠발레단 프리마 발레리나는 한국의 학생들이 선보인 아름다운 무대에 감탄하면서 한국에서는 러시아 선생님들이 가르치는지, 어떻게 한국이 이렇게 발전하게 된 건지 계속 질문했다. 나는 한국의 선생님들이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고, 한국 학생들도 놀라운 집중력으로 수업에 임하며 남다른 성취욕을 보여 이처럼 빠른 발전을 가져왔다고 답했다. 이어 그녀는 한국 학생들의 아름다운 의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학생들의 의상은 어디서 만들었고 누가 후원을 하는지, 혹은 의상이 모두 본인들 것인지 등등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나는 학부모님들의 지원과 관심이 큰 점 또한 학생들 성장과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도 말하며 한 가지 에피소드를 덧붙였다.

금상 수상자 이예원.

한국의 학부모는 자녀가 발레를 시작하고 3년 정도만 지나면 거의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게 된다. 그래서 학부모가 선생님 이상으로 자녀들을 직접 관리한다. 맘카페를 통해 다이어트 문제, 진학 문제, 콩쿨 참가 문제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대처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특히 다이어트 문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유럽의 여러 발레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에게 다이어트를 권유했다가 선생님이 구속되고 학교가 폐쇄되는 사태가 번번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얘기이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한국이 빠르게 발레강국으로 성장하고 있고, 저렇게 아름다운 무용수가 탄생하는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비교되는 유럽의 다른 예를 살펴보면, 대표적인 나라가 스위스이다. 로잔발레콩쿨로 유명한 스위스에서는 이 문제로 3개의 큰 발레학교가 문을 닫았다. 그래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로잔콩쿨에 스위스출신 참가자가 없었다고 한다. 이 사안은 유럽에서 가장 큰 문제이고, 유럽에서 앞으로의 발레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영국 로얄 발레학교에서도 최근 학과목 수업 중에 무용수들의 정신건강에 관한 수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수업을 받으면서 받는 스트레스, 치열한 경쟁의식, 무언가 돼야 한다는 압박감 등이 학생들 성장에 저해가되고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하는데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에도 곧 닥칠 문제이고 어찌보면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는데 다만 지금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우리도 이러한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슈타츠발레단 연습실에서 진행된 탄츠올림프 마스터클래스.

아무튼 경연이 끝나고 대회 디랙터가 만나자고해서 보니 6명이 모두 10점 만점인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를 문의했고 나는 결과가 나온 그대로 발표해야한다고 말했다. 같은 10점인데 어떻게 우열을 가릴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 결과는 6명 모두에게 앞으로 무용수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시상식 후 갈라공연에 6명이 모두가 무대에 설 기회를 받았다. 다만 김주안(남자)만이 전날 복통으로 인해 공연에 참가차 못했다. 콩쿨이 끝나고 리셉션에서 모든 심사위원들이 내게 와서 축하의 말과 앞으로 한국과의 교류와 한국방문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욕심 같아서는 모두 한국에 초대해 한국의 발레교육현장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대회든 이변이 발생하지만, 이번 탄츠올림프처럼 한 분야에서 최고상인 금상이 한꺼번에 6명이 나온 것은 세계무용콩쿨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고, 주최측에서도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다. 아마 다른 나라 참가국 선생님, 관계자들도 시기 반 축하 반의 마음으로 지켜봤을 것이다.

매년 성장하는 학생들과 한국발레의 위상을 체감하며 올해도 기분 좋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올해 대회는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러시아/이스라엘-팔레스타인) 속에서 열려서 그런지 이스라엘이 자국의 민속무용을 창작하여 유태인들의 자긍심을 표현하는 군무도 선보인 것도 기억에 남는다. 대회 대표는 마지막 인사말에서 "Show must go on"이라고 했는데, 그 말처럼 이번 탄츠 올림프는 세계가 팬데믹과 전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예술은 계속돼야 한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자리였다. 결국 문화와 예술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치유하기 때문이다.

2024 탄츠올림프 입상 및 장학 결과

금상 : 전성현 최은유 홍수림 이예린 이채원 김주안 이예원 (발레). 김가람 조정익(현대무용)
은상 : 유리아(발레) 민정원(현대무용). 고양예고 군무
동상 : 김준아 이예찬 이서연 이수민(발레)

몬테카를로 발레학교: 전성현
슈타츠 발레학교: 홍수림 이예린

 

사진 제공 백림아트

 

 


김긍수 전 국립발레단 단장겸 예술감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영상창작학부 무용전공 교수.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회장. 사) 백림아트 이사장.

 

 

 

 

* 《쿨투라》 2024년 3월호(통권 11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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