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2년 연속 황금곰상은 다큐멘터리에: 홍상수 감독 은곰상, 김혜영 감독 수정곰상 수상!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2년 연속 황금곰상은 다큐멘터리에: 홍상수 감독 은곰상, 김혜영 감독 수정곰상 수상!
  • 설재원 에디터
  • 승인 2024.02.28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에서 가장 정치적인 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지난 2월 15일(목)부터 25일(일)까지 11일간 열렸다. 반가운 소식으로 올해는 장편 경쟁부문에 한국영화가 없었던 지난해와 달리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가 초청받았다. 또한 작년에 이어 단편 경쟁부문을 다시 찾은 정유미 감독의 〈서클〉, 그리고 포럼에 장재현 감독의 〈파묘〉와 포럼 스페셜에 박수남·박마의 감독의 〈되살아나는 목소리〉, 베를리날레 스페셜에 허명행 감독의 〈범죄도시 4〉, 제너레이션 K플러스에 김혜영 감독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등 여러 부문에 걸쳐 다양한 한국영화가 베를린 영화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영화제는 지난 2019년 6월에 함께 취임하여 5년여 동안 영화제를 이끌어 온 마리에테 리센벡과 카를로 샤트리안 공동 체제에서 치러지는 마지막 영화제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팬데믹 기간에 취임한 두 사람은 영화제를 수습하고, 정상화하는 데 힘썼다. 예술성을 중시하는 두 위원장이 운영한 2020년대 초반의 베를린영화제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꼭 필요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대안영화의 공론화장 역할을 했다.

두 위원장은 임기 동안의 가장 큰 성과로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을 뽑았다. 2021년에는 영화제를 언론과 산업계를 대상으로 3월에 온라인 축소 개최한 뒤,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여름 대면 행사를 진행했다. 후임자는 런던국제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트리시아 터틀Tricia Tuttle이다. 내년부터는 공동체제에서 다시 단독체제로 돌아가는데, 영화제의 기조가 어떻게 변화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여행자의 필요 ⓒ 전원사

 

개막작의 저주를 끊어낸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개막 전부터 떠들썩한 논란이 있었다. 바로 AfD독일을 위한 대안 소속 정치인의 초청문제였다. AfD는 반이슬람, 반이민, 독일 민족주의, 유럽 회의론 등을 강경하게 내세우는 정당인데, 개막을 앞두고 AfD 소속 정치인들을 개막식에 초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생겼다. 베를린영화제에서 정부 제안에 따라 의원을 초청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례였으나, 이민 제한과 대규모 추방, 동성애 혐오, 인종차별적 발언, 심각한 역사 수정주의 등을 서슴지 않는 AfD 소속 정치인 초대는 자유롭고 관용적인 사회와 열린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베를린영화제와 어긋난다는 반발이 크게 일었다. 결국 개막을 일주일 앞둔 2월 8일, 영화제 측은 참석 예정이었던 AfD 정치인 5명의 초청을 철회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러한 바람이 개막 당일 레드카펫까지 이어져 AfD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고, 자유와 관용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올해의 개막작은 킬리언 머피와 에밀리 왓슨이 출연해 화제가 된 팀 밀란츠Tim Mielants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다. 영화제에서 개막작은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이지만, 최근 베를린영화제에서 개막작이 기대를 충족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개막작이 없었던 2021년을 뺀 최근 5년을 보면, 벤 디킨슨의 〈더 카인드니스 오브 스트레인더〉(2019), 필리프 팔라도의 〈마이 뉴욕 다이어리〉(2020), 프랑수와 오종의 〈피터 본 칸트〉(2022), 레베카 밀러의 〈쉬 케임 투 미〉(2023) 모두 인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그동안의 ‘개막작의 저주’를 끊어냈다.

Silver Bear for Best Supporting Performance Emily Watson in Small Things Like These by Tim Mielants
© Ali Ghandtschi Berlinale 2024.

클레어 키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심각한 인권유린이 벌어졌던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수녀원 사건을 다루고 있다. 막달레나 수녀원은 매춘부, 미혼모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들을 세탁부로 무보수·무휴일의 강제노역을 시켰고, 그 과정에서 폭력도 수반되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막달레나 수녀원 안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보여주기 보다는, 〈존 오브 더 인터레스트〉와 같이 수녀원 바깥 커뮤니티에 더 집중한다. 막달레나 수녀원에서 자행되는 학대를 알게 된 중년의 석탄상 빌(킬리언 머피 분)은 이를 알고도 방치한 지역 사회를 폭로할지 고민한다. 아내 메리(에밀리 왓슨 분)는 살다보면 모른 척 해야하는 일들이 있다고 말하지만, 세탁소 사건에 자신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덧씌덧씌우는 빌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작품의 묘미는 선택을 앞둔 빌에게 드리우는 긴장감이다. 킬리언 머피와 에밀리 왓슨은 불온한 상황 속에서의 절제된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으며, 죄책감과 수치심, 히스테리와 트라우마 등을 미묘하게 녹여냈다.

Cillian Murphy_© Shane O’Connor

〈여행자의 필요〉 은곰상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수정곰상

올해는 총 6편의 한국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우선 올해로 경쟁부문에 일곱 번째 이름을 올린 베를린 터줏대감 홍상수 감독은 〈여행자의 필요〉로 베를린을 찾았다. 2년 전 〈소설가의 영화〉로 은곰상(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홍 감독은 올해 다시 〈여행자의 필요〉로 은곰상(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쥐었다. 심사위원대상은 2등상 격으로 이번 수상은 홍 감독에게 다섯 번째 은곰상이다.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은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제외한 나머지 상은 은곰상에 부제를 달아 수여한다.

홍상수 감독의 31번째 장편영화인 〈여행자의 필요〉는 프랑스에서 온 무일푼 관광객 이리스(이자벨 위페르 분)가 한국에서 이송(김승윤 분)과 원주(이혜영 분)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홍 감독 영화 중 이자벨 위페르가 참여한 세 번째 작품이며, 이 작품에서도 홍 감독의 연인 김민희가 제작실장으로 참여했다.

이리스의 교수법은 영어로 대화하면서 감정과 개인사를 끌어낸 다음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이를 반복시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말하면 그 언어에 정신이 스며든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리스는 술김에 내용을 비틀어 부모에게 증오감을 내비치도록 번역을 달리하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감독이 홍상수임을 고려하면 모두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이 자리에도 당연히 막걸리가 등장하며, 막걸리는 매 끼니 마다 마셔도 되는 순한 술로 묘사된다. 초록빛이 인상적인 이번 작품에서도 홍 감독은 이리스를 감싸는 미스터리를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정유미 감독은 〈서클〉로 단편 경쟁부문을 찾았다. 정유미 감독에게는 〈수학시험〉(2010), 〈연애놀이〉(2012), 〈존재의 집〉(2022)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베를린행이다.

〈서클〉은 교차하는 행인들이 쌓여가며 아이디어와 선입견이 돌고 도는 7분짜리 애니메이션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정유미 감독은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을 설정하여 그 안에서 심플하지만 강렬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또한 연필이 만들어 내는 미니멀한 흑백 톤으로 감정의 폭을 깊이있게 묘사한다. 작품에 표현된 사실적인 대상과 배경은 때로는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며 시간 속 모호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주식회사 투맨필름.

2월 말 개봉하여 극장가에 훈풍을 불러일으킨 장재현 감독의 〈파묘〉는 포럼에 초청받았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을 만들어 온 장재현 감독은 한국에서 드물게 오컬트 장르에 진심인 감독이다. 〈파묘〉는 LA로 이민간 한인 가족에게 닥친 초현실적인 현상과 이 사건을 의뢰받은 지관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형 오컬트의 외피를 지닌 이 작품은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어내듯” 두 가지 이야기가 이질적으로 혼재되어 있다. 특히 미스터리한 긴장감 위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며, 장 감독이 만들어낸 수직의 높이감은 강렬한 압도감을 선사한다.

박수남·박마의 감독의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포럼 스페셜을 찾았다.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와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 강제노역 조선인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독일 베를린에서 첫 선을 보여 더욱 의미 있는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과거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에서 벌어진 뼈아픈 역사를 통해 과거를 짚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수남 감독은 〈되살아나는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80-90년대에 촬영한 16㎜ 필름을 딸과 함께 복원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박 감독은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한 필름들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결심했고, 마침내 모녀 감독은 한일 합작으로 이번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제는 믿고 보는 흥행 보증수표가 된 ‘범죄도시’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는 베를리날레 스페셜을 찾았다. 지난해 〈길복순〉이 초청받은 베를리날레 스페셜은, 예술영화와 독립영화가 주목받는 베를린영화제에서 가장 장르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섹션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감독을 맡았던 허명행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범죄도시 4〉는 전작에 비해 분위기와 정서가 짙은 작품이다. 이번에는 ‘파타야 공대생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필리핀을 주 무대로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쓸어버린다. 마석도(마동석 분)와 새로 등장한 빌런 백창기(김무열 분)의 신선한 액션이 돋보이며, 장이수(박지환 분)는 이번에도 웃음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제너레이션 K플러스에 초청된 김혜영 감독은 첫 장편작품인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로 베를린을 찾았다. 김혜영 감독은 이전에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공동연출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영화가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는 제너레이션 부문은 아동과 청소년의 삶을 다루는 성장영화를 대상으로 하며, 전 연령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K플러스와 14세 이상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14플러스로 나뉘어 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가 초청된 K플러스 부문에는 이지은 감독의 〈비밀의 언덕〉(2022), 권민표 감독의 〈종착역〉(2021),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2016) 등이, 14플러스 부문에는 윤재호 감독의 〈파이터〉(2021), 김보라 감독의 〈벌새〉(2019) 등이 초청받은 바 있다.

이레와 진서연이 주연을 맡고 손석구와 정수빈, 이정하가 출연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고등학생 인영(이레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집세가 밀려 쫓겨난 인영은 자신이 속한 한국무용 예술단에 숨어 살다 깐깐한 예술감독 설아(진서연 분)에게 들킨다. 우여곡절 끝에 같이 살게 되는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함께 성장한다. 제너레이션 부문을 담당하는 세바스티안 막트가 “주인공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삶, 모녀의 관계, 사랑과 상실, 야망, 경쟁과 연대에 관한 모든 것들이 여성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 속에서 펼쳐진다”고 평하기도 한 이 작품은 심사위원단의 호평 끝에 최고상인 수정곰상을 수상하였다.

Generation Kplus Crystal Bear for the Best Film - It's Okay! by Kim Hye-young - Kim Hye-young and head of section Sebastian Markt
© Schore Mehrdju, Berlinale 2024.

황금곰상은 2년 연속 다큐멘터리
마티 디오프의 〈다호메이〉

〈노예 12년〉의 배우 루피타 뇽오Lupita Nyong’o가 이끄는 올해의 경쟁부문 심사위원단은 미국의 배우 겸 감독 브레이디 코벳Brady Corbet, 홍콩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허안화Ann Hui, 지난해 〈어파이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독일의 크리스티안 페촐트, 〈퍼시픽션〉의 스페인 감독 알베르 세라, 이탈리아의 배우 자스민 트린카, 우크라이나의 작가 옥사나 자부즈코로 구성되어 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흑인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은 올해 루피타 뇽오가 처음이다.

쟁쟁한 심사위원단이 선택한 올해의 최고작은 마티 디오프Mati Diop의 〈다호메이〉이다. 프랑스계 세네갈 감독인 마티 디오프는 데뷔작 〈애틀랜틱스〉(2019)로 칸영화제 역사상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흑인 여성감독이다. 이 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마티 디오프는 두 번째 장편 〈다호메이〉로 베를린에서 황금곰상을 차지했다. 이는 〈화염의 바다〉(2016), 〈아다망에서〉(2023) 이후 황금곰상을 받은 세 번째 작품이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큐멘터리 작품이 최고상을 받는 이변을 일으켰다.

Dahomey ©Les Films du Bal - Fanta Sy.

마티 디오프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호메이〉는 다호메이 왕실의 유물 26점이 프랑스에서 베냉으로 반환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호메이는 현 베냉 인민공화국의 옛 이름이다. 식민지 시대에 약탈된 다호메이 유물은 파리의 비유럽 박물관인 캐브랑리미술관Musée du Quai Branly(자크시라크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반환된 유물에는 글레레 왕King Glélé과 베한진 왕King Béhanzin 동상, 1892년 프랑스 군인에게 빼앗긴 왕좌 등이 포함되며, 현재 기니만 해안에서 약 65마일 떨어진 옛 왕실 도시인 아보메이에 전시되어 있다.

캐브랑리미술관 지하에서 유물 송환을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유물이 베냉으로 돌아와 전시되는 장면을 보여주고, 마지막에는 문화재 환수를 둘러싼 아보메이-칼라비 대학 학생들의 격렬한 토론으로 끝맺는다. 마티 디오프는 사실과 허구를 섞어 식민지배의 유산과 베냉의 역사와 정체성의 상호작용을 전하며, 예술작품이 공동체의 문화 전체를 하나로 묶는 방식을 매혹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유물은 길잡이 역할을 하며 불안하게 떠돌아다니는 의식이 다시 역사에 뿌리내리게 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들을 굴절시킨다.

〈다호메이〉가 강조하는 것은 한 국가의 헤리티지는 그저 물질적 가치만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살아 숨쉬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존재한다. 시야에서 멀어졌던 유물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와 담론의 장에 오를 때, 오래도록 잊고 지낸 문화 정체성이 부활한다.

Golden Bear for Best Film (awarded to the film’s producers) 2024 Dahomey by Mati Diop produced by Eve Robin, Judith Lou Lévy and Mati Diop – the producers Judith Lou Lévy, Mati Diop and Eve Robin © Dirk Michael Deckba.

은곰상은 심사위원대상에 홍상수의 〈여행자의 필요〉, 심사위원상에 브루노 뒤몽의 〈제국〉, 감독상에 〈페페〉의 넬슨 카를로 드 로스 산토스 아리아스, 각본상에 〈죽음〉의 마티아스 글라즈너, 예술 공헌상에 마르틴 크슐라흐트의 〈데빌즈 배스〉가 차지했다. 주연상은 〈디퍼런트 맨〉의 세바스찬 스탠이, 조연상은 개막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에밀리 왓슨이 차지했다. 지난해 〈플라워 킬링 문〉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마틴 스코세이지는 명예황금곰상을 받았다.

이로써 열하루간의 여정은 막을 내렸다. 첫 흑인여성 심사위원장을 위촉한 올해의 베를린은, 2년 연속 황금곰상을 다큐멘터리 작품에, 그것도 흑인 여성이 만든 작품에 안기는 파격을 선보였다. 한국영화를 살펴보면, 경쟁작이 없어 조금은 아쉬웠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은곰상과 수정곰상 등 본상을 두 개나 수상했고, 수상하지 않은 작품들도 호평 속에 기분 좋은 첫 걸음을 시작했다. 팬데믹으로 영화 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은 2020년대 초반 한국영화는 리센벡·샤트리안 체제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며 한층 더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새롭게 시작될 트리샤 시대에 베를린영화제와 한국영화는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 기대감을 안고 내년 영화제를 기다려 본다.

Berlinale 2024 - all award winners on the stage © Richard Hübner Berlinale 2024.

 

 

 


 

 

 

* 《쿨투라》 2024년 3월호(통권 117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