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소설로 한국 고전·현대문학을 읽다
[북리뷰] 소설로 한국 고전·현대문학을 읽다
  • 김치성 기획팀장
  • 승인 2024.02.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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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1, 2』

(사)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는 세 번째 기획물인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1: 고전문학편』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2: 현대문학편』 (㈜서연비람)을 출간하였다.

영국의 역사학자 트레벨리언George M. Trevelyan은 “역사의 변하지 않는 본질은 이야기에 있다”고 말하면서 역사의 설화성을 강조했다. 설화의 근간은 서사narrative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소설에서 서사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유령처럼 떠돈다. 우리는 서사가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역사서의 기술에도 많이 사용해 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사마천司⾺遷이 지은 『사기史記』의 상당 부분은 인물의 전기로 채워져 있고, 김부식의 『삼국사기』도 전기를 풍부하게 싣고 있다. 일연의 『삼국유사』는 불교 설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서사가 풍부하게 실려 있다.

한국사를 총체적으로 살펴보려면 정치사뿐만 아니라 경제사·사회사·문학사·음악사·미술사·철학사·종교사상사·교육사·과학기술사·상업사·농업사·환경생태사·민중운동사·여성사·전쟁사 등 한국문화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마침 한국문화사를 소설가들이 소설로 접근하면 어떻겠느냐는 논의를 진행해온 ㈜ 서연비람이 (사)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회 소속 소설가들에게 집필을 의뢰하여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 시리즈의 첫 번째 기획물인 『소설로 읽는 한국여성사 1: 고대·중세편』, 『소설로 읽는 한국여성사 2: 근세·현대편』, 두 번째 기획물인 『소설로 읽는 한국음악사 1: 고대·중세편』, 『소설로 읽는 한국음악사 2: 근세·현대편』에 이어 세 번째 기획물인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1: 고전문학편』과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2: 현대문학편』을 출간하게 되었다.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1: 고전문학편』에는 유시연·은미희 소설가가 집필한 중편소설 2편과 엄광용·정라헬·김민주·정수남·마린·채희문·하아무 소설가가 집필한 7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2: 현대문학편』에는 이 진·박선욱·김종성 소설가가 집필한 중편소설 3편과 정우련·박숙희·김찬기·김주성·김현주·김세인 소설가가 집필한 6편의 단편소설이 들어 있다.

(사)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회 소속의 소설가들이 한국사 속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갔던 최치원·이규보·김시습·허균·김만중·정철·윤선도·김삿갓·박지원, 한용운·염상섭·김소월·최서해·이상·김동리·황순원·최인훈·이문구를 언어라는 존재의 집으로 초대해 그들의 삶과 사상을 탄탄한 문장으로 형상화했다. 권말에 실은 ‘한국고전문학사 연표’, ‘한국현대문학사 연표’는 김종성 소설가가 집필했다.

최치원은 신라시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시인이다. 열두 살 어린 나이에 당나라에 유학하여 빈공과 시험에 합격하고 벼슬을 지낸 그는 이후 절도사 고변의 종사관으로 병영 막사를 따라다니며 각종 문서를 정리하고 썼다. 특히 농민 반란의 우두머리인 황소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그가 쓴 격문은 상대방의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빼어나다. 신라에 귀국한 후 최치원은 개혁안인 시무 10여조를 진성왕에게 바쳤으나 무위로 끝난다.

최치원은 제국 당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으며 천 년 왕국 신라의 쇠락을 몸소 체험했다. 그는 결국 가야산으로 은거에 들어간다. 해인사에 머무른 흔적이 있으며 가야산으로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최치원의 마지막을 아는 이는 없다. 그는 전국을 정처없이 유랑하였던 듯하다.

- 유시연 중편소설, 「최치원」 중에서

 

이문구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어와 향토색 짙은 고유어를 사용함으로써 토속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한학적 소양이 없이는 알기 어려운 어구를 능란하게 구사한다. 농촌의 궁핍한 실상을 다루면서 이들의 삶에 내재 되어 있는 사실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욕설, 과장, 비유, 속담을 사용하는데, 이는 등장인물을 생동감 있게 표출시켜서 골계적인 해학으로 발현된다. 이문구의 문체는 매우 독특하다. 전통적인 우리말 특유의 가락을 살린 의고체의 문장과 토속어를 사용하여 해학과 풍자의 미를 나타낸다. 일찍이 그의 문체를 알아본 김동리는 “이문구는 장차 한국 문단의 독특한 스타일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예언 한 바 있는데, 이에 답하기라도 하듯이 이문구의 작품은 ‘이문구 문체’를 낳았으며 ‘북에 홍명희, 남에 이문구’라는 평을 듣는다.

- 김세인 단편소설, 「이문구」 중에서

 

(사)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위원회 소속 작가들이 한국문학사의 소중한 유산으로 남을 선배 문학인의 삶을 소설로 되살려낸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1: 고전문학편』,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2: 현대문학편』은 앞으로 한국문학사를 써내려갈 청소년들에게도 의미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 《쿨투라》 2024년 3월호(통권 11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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