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정용국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임 이사장] “국제무대에서 ‘K-시조’도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인터뷰 - 정용국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임 이사장] “국제무대에서 ‘K-시조’도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 손희 에디터
  • 승인 2024.04.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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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조시인협회 정용국 신임 이사장을 만나다

정용국 신임 이사장 소개와 근황

안녕하세요? 제 27대 (사)한국시조시인협회 신임 이사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계실 이사장님의 간단한 소개와 근황을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으로 재임하신 분들 중에서 저는 등단연차가 가장 짧은 사람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전임 이사장은 등단 30년차 이상의 원로급에 속하는 분들이 차례대로 이끌어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신임 이사장이 된 것은 새로운 세대교체로 신선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협회 회원들의 연차가 타 장르에 비해 조금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제 임기는 우리 협회의 차기 세대를 준비해야 하는 변환기에 속해 있습니다. 취임 초기여서 그간 꾸준하게 기획한, 시조시인협회의 위상을 확립하고 미래를 확장하기 위한 몇 가지 중점 과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시조시인협회의 역사와 활동

일반대중들은 시와 시조를, 한국시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를 동일하게 생각하거나 정확히 구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독자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60년이 된 (사)한국시조시인협회의 역사와 조직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한국시조시인협회는 가람 이병기 선생의 주도로 1964년에 창립된 한국 최고의 전통을 지닌 시조시인들의 대표 단체입니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협회는 전국에 고루 지회를 두고 있으며 시조의 활성화와 세계화를 지향하는 가장 역동적인 시조단체입니다. 2006년 7월 21을 ‘시조의 날’로 정하여 주도적인 행사를 계속 이어오고 있으며 2014년에는 『한국시조시인협회 창립 50년사』와 협회 기관지인 《시조미학》을 발간하였고 2020년에는 『한국현대시조대사전』을 발간하는 등 시조 발전을 위한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만해사상 실천 선양회와 함께 만해축전의 세미나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는 단체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많은 문인단체 중에서도 한국시조시인협회만의 특별한 활동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문학의 전체적인 추세가 인터넷과 다양한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위축된 것이 현실입니다. 학생들이 유년기부터 책 대신 IT기기와 친숙하게 지내며 발생하게 된 일입니다. 협회는 이러한 문학 위축 현상을 직시하며 2015년부터 중앙일보와 연대하여 중앙학생시조백일장과 암송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글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국제 언어로 발전하는 것에 힘입어 외국인들이 한글을 배우는 다양한 한글학당에 시조창작 강좌를 개설하려고 계획 중에 있으며 이 또한 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일입니다.

한류열풍과 K-시조

전 세계적인 한류열풍으로 현재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과 위상도 매우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K-시조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어떠한지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사장님의 솔직한 체감온도가 궁금합니다.

한국문학을 세계에 전파하려는 번역작업은 다양한 장르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입니다. 시조도 지금까지는 그러한 번역사업을 진행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시조는 정형시라는 특수성 때문에 번역으로는 시조의 특장을 잘 전달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한국의 문화는 한글이라는 언어를 중심으로 세계에 인기리에 전파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현재 세종학당은 세계 250여 곳에서 큰 열기로 활성화되고 있으며 유수한 국내 대학에서도 한글 강좌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한글로 표현하는 문학 장르 중에서 가장 한글의 특징과 운율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시조’를 다양한 어학당에서 외국의 젊은 학생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문학의 높아진 위상은 앞으로 한국시조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이사장님의 계획과 또한 임기동안 한국시조시인협회가 지향해 나갈 계획들을 듣고 싶습니다.

시조가 전통문학의 자리를 오래 전부터 지켜오고 있으면서도 문학진흥법에는 시 장르에 포함된 일부로 규정되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부당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2021년 문학진흥법이 개정되어 시조는 독립 장르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법률 개정을 근거로 현재 진행 중인 국립한국문학관에 ‘시조관’을 개설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시조의 차세대를 확보하기 위하여 청소년층을 위한 청년시조 잡지를 발간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잡지 발간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중요한 작업으로는 한국어를 배우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시조창작 교실을 개설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국가기관인 세종학당이나 국내 유수의 대학들이 진행하고 있는 한글어학당과 협력하여 진행할 계획입니다.

시 등단 23년차 정용국 시조시인의 철학

이사장님은 등단 23년차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시조시인입니다. 그동안 시조집은 물론 시조에 대한 평론집과 많은 시집 해설을 집필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문학 입문과 등단 시절이 궁금합니다.

저의 본격적인 문학과의 연결은 서울예대 문창과에 진학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순수와 참여의 대립 상황 속에서 각광을 받았던 조세희, 황석영, 김원일, 윤흥길 선생의 작품을 통하여 시절과 소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경기대학교에 진학하며 김명인 교수님께 많은 가르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졸업 후 법률회사에 근무하면서 점차 업무에 밀려 창작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결국은 직장을 퇴사하고 문창과 동문인 백이운 시인에게서 시조라는 새로운 장르를 배웠고 문단에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협회의 많은 직분을 맡아 수행하며 창작의 길을 걷다가 한국출판문학진흥회가 주관하는 우수콘텐츠 평론 부문에 당선하며 시조 평론을 겸하는 길을 20여 년 걷게 되었습니다. 평론집에는 시조시인들이 여론조사를 통하여 선정한 한국현대 시조집 10권을 집중조명하는 기획물과 2000년대에 전개된 신춘문예의 성향과 흐름을 분석한 평론들이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사료됩니다.
 

시조시인으로서 시조창작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시조가 ‘시절가조’에서 유래한 것과 같이 시절을 대표하는 노래였는데 근래에 와서는 서정을 중요시하면서 시절가조의 분위기가 많이 약해졌습니다. 원래 저는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열성적인 활동을 한 바가 있고 작가회의의 분위기에 따라 참여적 작품에 집중하여 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회 참여적 소재를 작품에 투사해 왔으며 노동, 통일, 환경 등의 사회 문제를 즐겨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길이 정녕 시절가조의 본령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2021년에 출판한 시조집 『동두천 아카펠라』에는 분단과 전쟁이 엄습하고 지나간 동두천의 다양한 모습과 정신들을 수습하여 40편의 시조로 표현하였습니다. 분단과 전쟁을 겪으며 미군이 주둔하게 된 동두천은 반목과 대립의 상징처럼 인식되며 집창촌과 혼혈아들이 방치되었던 슬픈 역사를 간직하게 되었지만 이제 21세기의 동두천은 상생과 평화가 필요한 도시임을 선언하였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단전인 동두천이 무사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평화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조집에 담았던 것입니다.


이사장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정용국의 대표 시조 한 편, 낭송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동지 볕이 묻어나는 박오가리 속살에는
세상 근심 댓 말 가웃 오종종 모여산다
그 누가 돌보지 않아도 의젓하고 착하게

서둘러 지고 마는 겨울 해가 아쉬워도
발길이 끊어져서 마음이 허둥대도
비대면 불신의 시간도 다독여서 가야지

세모의 간절함이 상처로 뒹굴지만
그래도 너를 믿는
그래서 너를 참는

간절한 등불 하나씩 가슴속에 품고 산다

- 제6회 노산시조문학상 수상작, 정용국 시인의 「눈물」 전문

한국시조의 미래와 앞으로의 계획

“동지 볕이 묻어나는 박오가리 속살에” 그 누가 돌봐주지 않아도 “의젓하고 착하게” 세상의 근심 댓 말이 “오종종 모여산다”니 첫 수부터 놀라운 메타포가 느껴집니다. 애잔한 슬픔의 미학을 생의 환한 빛으로 길어올린 가편에서 마음 한 켠이 아련해짐을 느낍니다. 이 순간, 좋은 시조 한 편이 주는 감동을 독자들도 향유할 수 있길 바랍니다. 시조시인이자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으로서 시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미래 시조는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시조가 가장 먼저 구축해야 하는 것은 국내에서 독자층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예전과 달리 모든 장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아무리 볼 것이 많고 영상과 인터넷이 활성화 되었다고 하더라도 문학이 건네주는 카타르시스는 유별나고 극명할 것입니다. 시조가 활성화 되려면 여러 국면에서 협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선 국정교과서에 현대시조가 더 많이 수록되어야 하고 이러한 문제는 국가의 비전과 정책에 보다 많은 수렴의 폭이 확장되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시조 시인들도 개인의 서정과 소박한 시조창작을 넘어 인구감소의 문제, 지구의 환경과 건강한 먹거리, 한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견지하며 건전한 세계문화를 주도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다양하고 폭넓은 시안으로 더 깊고 응축된 소재와 주제의식을 작품에 풀어내어 독자층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사명으로 삼아야 할 시점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시조문학과 (사)한국시조시인협회를 조금 더 깊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사장님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기타 《쿨투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자유롭게 개진해 주십시오.

《쿨투라》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예술을 보다 포괄적인 시각에서 수렴하며 새롭고 진보적 의견을 개진하는 보석 같은 잡지라고 생각합니다. 늘 시조에 지면을 할애하고 깊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도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김구 선생께서 드높은 문화의 발전을 갈구하셨던 의지대로 세계에 우리 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이 널리 휘날리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한글이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시조는 한글의 음보와 정신이 가장 극명하게 반영되는 장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어가 중요한 언어로 중심에 서게 되면 ‘시조’도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들이 시조에 자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사랑과 박수를 보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에필로그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정용국 이사장의 시조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정용국 이사장은 “문학진흥법의 개정을 통해 시조는 독립 장르로 우뚝 서는 입지를 마련하게 되었고, 문단에서도 당당한 지위를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였음을 언급했다. 또한 “시조문학의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동시조를 적극 육성해야 하는 것도 당면과제”라며, 임기 중에 이 두 가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하여 힘쓰겠다고 밝혔다. 국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당당하게 주류문학으로 성장하고 미래를 개척해나갈 K-시조문학을 응원하며, 《쿨투라》도 함께 할 것이다.

 

 


 

* 《쿨투라》 2024년 4월호(통권 11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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