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토리야마 아키라의 유산: 〈샌드 랜드: 시리즈〉
[리뷰] 토리야마 아키라의 유산: 〈샌드 랜드: 시리즈〉
  • 박재희 인턴기자
  • 승인 2024.04.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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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닥터 슬럼프』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샌드 랜드: 시리즈Sand Land: The Series〉가 디즈니+ 오리지널 작품으로 시청자를 만난다.
물 공급이 거의 사라진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샌드 랜드: 시리즈〉는 탐욕스러운 왕이 사막의 유일한 수원지를 통제하자 황량한 사막 ‘샌드 랜드’ 속 ‘전설의 샘’을 찾아 떠나는 인간 보안관 ‘라오’와 악마의 왕자 ‘벨제붑’, 마물 ‘시프’가 떠나는 여정을 그려 낸다.

이는 지난 2023년 진행되었던 제25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공개된 극장판 〈샌드 랜드〉에서 더욱 확장된 작품으로, 원작 속 토리야마 아키라 스타일의 유머와 메시지까지 그대로 반영하여 과거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지난 3월 20일 디즈니+에서 에피소드 1-7회가 공개되었으며, 이후 매주 1편씩 총 13회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1-6회는 〈악마의 왕자〉 편으로, 극장판 〈샌드 랜드〉에 미공개 컷과 새로운 장면을 추가하여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7-13회는 극장판 이후의 새로운 이야기로 〈천사의 용사〉라는 부제를 통해 악마의 왕자 ‘벨제붑’과 대비되는 새로운 캐릭터, 천사 ‘무니엘’의 등장을 예고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더욱이 이번 작품에는 원작자 토리야마 아키라가 창작한 새로운 스토리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극장판 〈샌드 랜드〉 기반으로 제작된 〈악마의 왕자〉 편은 물론, 새로 제작된 〈천사의 용사〉 편 역시도 높은 퀄리티로 완성되었다.

전설의 샘을 향한 여정 중 등장하는 화려한 전차 액션과 벨제붑의 배틀 장면 등, 원작 만화에서 볼 수 있었던 역동적인 묘사는 지면에서 스크린으로 매체를 옮겨가며 더욱 생동감 넘치게 변모하였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이에 대해 “애니메이션 스태프들이 기존의 『샌드 랜드』가 보다 액션다워질 수 있도록 여러 화려한 장치를 더해 연출에 무게감을 더해주었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원작 『샌드 랜드』는 작은 세계와 느슨한 영웅의 수수하고 평화로운 이야기였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추가함에 따라 게임과 애니메이션 개발 과정에서 화려한 액션 장르로서의 면모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토리야마 아키라 특유의 방식에서는 실현되지 않았을 드라마틱한 전개는 보는 이에게 신선한 놀라움을 선사한다. 그가 ‘중후하다’고 평한 〈샌드 랜드: 시리즈〉의 연출이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원작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직접 창작한 새로운 스토리로 제작된 2장 〈천사의 용사〉 편은 원작을 각색한 1장 〈악마의 왕자〉 편과는 달리 원작 이후의 시점을 다룬다. ‘포레스트 랜드’라는 새로운 세계관과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주인공들의 모험에 동행하는 포레스트 랜드에서 온 소녀 ‘안’과 천계에서 온 천사 ‘무니엘’의 설정 및 디자인을 토리야마 아키라가 맡았다는 사실이 전해져 기대감을 높인다.

한편 과감하고 다양한 실험으로 소년만화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거장 토리야마 아키라가 3월 1일 갑작스레 독자들의 곁을 떠난 가운데, 그가 과거에 연재했던 단편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독자들을 찾아온다는 사실은 슬픔에 잠긴 팬들을 위로해줄 만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원작 만화 『샌드 랜드』는 게임으로도 개발이 완료되었으며, 이번 작품은 게임에 앞서 공개되는 미디어 믹스 작품이다. 4월 출시 예정인 동명의 게임은 사막을 배경으로 벌이는 전투 장면을 예고하여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토리야마 아키라의 개성 있는 화풍을 고스란히 구현한 게임 내의 카툰 그래픽은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토리야마 아키라는 떠났지만 다양한 형태로 재창조되는 그의 작품은 거장의 빈 자리를 메우며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 《쿨투라》 2024년 4월호(통권 11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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