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공연] 상징과 비유가 춤추는 무대! - 〈천강에 뜬 달〉, 〈쪽빛 황혼〉
[9월 공연] 상징과 비유가 춤추는 무대! - 〈천강에 뜬 달〉, 〈쪽빛 황혼〉
  • 최교익 (연출가, 신한대 교수)
  • 승인 2018.09.01 0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천강에 뜬 달
​Ⓒ 천강에 뜬 달

시대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보려면 예술을 접하면 될 것이다. 예술은 시대정신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당극이 그러하다. 마당극은 동시대성의 고민과 소외된 인간을 통찰하며 시작되었다. 하지만 TV, 영화 매체의 발전과 서양뮤지컬의 대중적 관심은 우리 것을 소외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 이상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단체가 있으니 바로 <마당극패 우금치>이다. <마당극패 우금치>는 류기형 대표를 중심으로 20여 명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이은 폭염으로 지친 이들에게 20여 명의 광대가 시원한 피서를 선물하려고 서울에 상경했다.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은 한창 더운 8월 1일부터 매진이 시작된다. 111년만의 폭염을 뚫은 관객의 선택은 마당극패 우금치의 <천강에 뜬 달>과 <쪽빛황혼>이었다.

<천강에 뜬 달>은 병렬적 서사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서사 중간 춤과 노래, 풍자와 해악이 전통 미의식을 보여준다. 공연 전, 관객석 계단에서 경계를 서는 군인들은 공연이 시작한 뒤, 망루 위에서 시종일관 총을 들고 무대에 있다. 그리고 총부리를 겨누며 극중 인물들의 해산을 촉구한다. 이러한 모습은 강압적인 군사체제의 흉악함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펼쳐지는 수로부인의 재해석은 용에게 납치된 수로부인(세월호 아이들의)의 무사귀환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나타낸다.

Ⓒ 쪽빛 황혼

5·18로 인해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먼저 보내야만 했던 망월할매, 경쟁사회의 일원으로 피해 받고 있는 보험사 직원 정동수. 청소용역 직원으로 갑질사회의 피해자 차미순과 공무원을 포기하고 노가다 중 사망한 그들의 아들 정벼리. 그리고 세월호의 직접적인 피해자 정다리가 주요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세월호의 아픔과 5·18의 서글픔이 공존하는 이야기로 서사의 후미를 장식하지만 황금만능주의로 물들어간 현대를 비판하며 더 나은 세계를 희망한다. 한 가족에 여러 사연을 묶은 것은 우리민족의 하나 됨을 의미하며 슬픈 것을 나누어 아픔을 줄이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쪽빛황혼>은 단순히 노인문제와 효(孝)의 상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주의로 변하고 있는 사회에 더불어 사는 삶, 함께 공존하는 미래를 제시한다. 이야기는 당산나무 앞에서 음과 양의 조화로 펼쳐지는 탄생의 퍼포먼스로 시작된다. 새 생명의 기쁨과 환희는 인류의 시작이며 한 가정에서의 출산, 나아가 개개인의 출발이다. 빌고 빌어 낳은 귀한 아들을 위해 고향을 떠나 아들집에서 살던 노부부는 양심 없는 사회의 피해자로, 해체된 가정에서 인간의 상실감을 당면하며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결말은 전통의 단절로 인해 예상되는 미래라고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의 단절과 비극적 결말을 환기하고 다시 본다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생활양식과 삶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자문하게 된다.

우금치의 공연은 육성 언어로 한정되지 않는다. 소리와 춤, 퍼포먼스와 볼거리가 대사를 대신하고 비유한다.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연신 웃고 또 눈물을 닦아낸다. 관객의 웃음과 눈물에는 30년 우금치의 뿌리 깊은 역사와 20여 명의 단원이 정성껏 빚은 상징이 가슴에 얹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 《쿨투라》 2018년 9월호(통권 51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