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회 엘에이 아시아 퍼시픽 필름 페스티벌
35회 엘에이 아시아 퍼시픽 필름 페스티벌
  • 김준철(본지 에디터, 미국특파원)
  • 승인 2019.06.01 0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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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느 곳보다 영화에 대해서 가장 뜨거운 도시 중에 하나가 미국 엘에이일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5월 2일부터 10일까지 엘에이 다운타운 리틀도쿄 일대에서 <제35회 아시안 퍼시픽 영화제> 가 열렸다. 다양한 시사회와 강연회, 심포지엄 그리고 시상식이 개최되었다. 이 영화제는 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비주얼커뮤니케이션협회>에서 주관해오고 있는 행사이다. 이 협회에는 수많은 미국, 아시아지역의 재능있고 탁월한 비주얼 아티스트들과 영화제작자, 공급자, 영화감독, 평론가등 다양한 인사들로 구성되어있고 영화와 미디어를 통하여 보다 더 이상적인 사회를 구축한다는 이념 아래 다양한 문화사업도 진행해오고 있다.

 이번 35회 영화제에는 약 140편의 각종 장르의 영화가 출품되었고 단편(미국, 국제) 장편(미국, 국제) 초청출품작, 영화 음악, 디지털 역사 2019 강연회, 창작적 콘텐츠의 심포지엄 등이 곳곳에서 열렸다. 더욱이 이 영화제는 그간 아시아 국가들에서 수작의 영화들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는데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으며 이 영화제에서 황금 릴을 수상하게 되는 단편영화나 만화단편영화는 아카데미영화제에 후보작으로 선정되는 자격을 가지게 된다.

 이번 영화제에는 3인의 한국인 감독이 작품을 출품하게 되었다. 저스틴 전 감독의 <미스퍼플>, 줄리안 김과 피터 리 감독의 <행복한 세탁소> 그리고 김보라 감독의 장편영화 <벌새>가 국제 극영화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이다. 2년 전 <국>이라는 작품으로 선댄스에서 수상한 이후 이번에 다시 참가한 저스틴 전 감독의 작품 <미스퍼플>은 가라오케 바 도우미가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돌보며 소원해진 가족 간의 관계와 이를 둘러싼 이웃 사이에서 우리 인간관계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세히, 또 각자의 상황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많은 기대와 관심 속에 이 영화는 영화제의 센타피스 칼라에 지정되어 상영되었다.

 줄리안 김과 피터 리 감독이 공동 감독한 영화 <행복한 세탁소>는 뉴욕 플러싱에서 낯선 이국의 이민자로 겪게 되는 문화적 차이와 애달픈 이민자의 삶을 그로테스크하게 잘 묘사한 작품이다. 김보라 감독의 장편영화 <벌새>는 1994년 서울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비극적이고 황당한 처지에 놓은 14세의 한 소녀가 만나야 하는 여러 현실적 세파 속에도 부지런히, 마치 벌새처럼 은사 영지선생과 같이 고뇌 속에서 그 어떤 따스함을 전해주는 인간 드라마적인 영화이며, 이미 베를린 영화제에서 찬사와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화제는 한인 최초 코미디 시트콤에 출연한 마카렛트 조의 데뷔 25주년 축하행사도 열렸다. 그녀의 시트콤 <올 아메리칸 걸>은 대 히트작으로 너무나 많이 알려진 방송극이다.

 컨퍼런스 C-3 심포지엄도 영화제 기간 중 다양한 주제로 여러 곳에서 개최되었는데 한국영화진흥위원회가 주관하는 디지털 배급시대의 독립적 영화제작 등에 관한 토론회가 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되었으며 다양한 양화 관련 주제에 대한 토론회와 심포지엄 C-3 주최 하에 여러 곳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35회 엘에이 아시아 퍼시픽 필름 페스티벌의 폐막전이 5월 9일에 열렸다. 이날, 발표된 Awards를 보면 기대했던대로 참가한 한국 감독들의 작품이 우수한 영화로 선정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우선, 최우수 Grand Jury Award는 Diane Paragas 감독의 장편영화 <Yellow Rose>가 선정되었으며 영화 촬영 및 획기적인 공연에 주어지는 특별 심사위원 촬영상은 저스틴 전 감독의 <미스 퍼플>의 Ante Cheng, <Plus One>의 Maya Erskine, <Yellow Rose>의 Eva Noblezada가 각각 수상했다. Grand Jury Award 중, 국제 장편영화 부문에서는 한국의 김보라 감독의 <벌새House of Humming Bird>가 차지하게 되었다. 올해 LAAPFF에서는 새롭게 두 개의 Filmmakers Awards를 설립하였으며 이 상에는 Peter S. Lee와 Julian Kim 감독이 공동 제작한 <행복한 세탁소Happy Cleaners>가 선정되었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에서 흥미를 끈 Golden Reel Award는 단편 다큐멘터리 <All in Family>의 Hao Wu 감독, Becca Park과 Jun Shimzu 공동 감독한 <Speak Easy, B>에게 돌아갔다.

 폐막식에서 주관사인 비쥬얼 커뮤니케이션스의 사무총장인 Francis Cullado는 “올해 참여한 예술가들과 그들의 영화가 정말 대단했다”고 말하며 “이번 행사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나타내는 훌륭한 상징이며 함께한 모든 영화인들이 그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이라고 평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우리 사회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해주는 것에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앞으로도 한국 영화계에 더욱 다양한 감독과 그들의 작품이 폭넓게 소개되는 기회가 많아지길 소망한다.

 

 

* 《쿨투라》 2019년 6월호(통권 6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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