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리뷰] 힐링 낚시 프로젝트
[독자 리뷰] 힐링 낚시 프로젝트
  • 신혜선(1998년생 경기도 시흥)
  • 승인 2019.06.01 0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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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은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 지쳐 있다. 우리에게 숨 돌릴 틈은 짧은 휴가 기간뿐이고 사람들은 급하게 해외로 나서거나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 행을 간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많은 관광지를 보는 것은 좋은 여행 방법이다. 하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여유롭게 노는 것도 삶의 재충전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나름 10년 이상의 민물낚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낚싯대를 가지고 있다거나 채비를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아니지만 붕어, 잉어 등 다양한 물고기를 잡아 왔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따라 전국 방방곡곡으로 낚시 원정을 떠났다. 중학교에 들어간 후로는 학생이라는 신분상 학업에 정진해야 했기에 방학 한정으로 원정대가 꾸려졌다. 그랬기에 여행 장소를 정하는 순간이 가장 신중했고 신이 났다. 이제 수많은 낚시 여행 중 하나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 이야기는 부모님, 반려견 토니와 함께 영종도로 떠났던 작년 여름을 배경으로 그려진다.

 

  낚시터로 가는 길

  영종도는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섬이다. 섬이지만 도로가 연결되어있어 내가 거주하는 경기도 시흥시에서 인천대교를 타면 40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자주 가지는 않았던 곳이라 색다른 느낌이었다. 일요일인데도 고속도로에는 자동차가 많지 않았다. 시원하게 속도 내어 달리는 차 안에서 듀스의 등 추억의 노래를 들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낚시터로 가기 전 영종도의 한 해수욕장에 잠깐 정차했다. 토니는 신나게 모래사장을 뛰어다녔고 나는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며 즐거워했다. 한참 바다를 보며 여름을 만끽하던 우리는 최종 목적지인 만정오토캠핑장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은 캠핑하는 대신 물 위에 떠 있는 수상 가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좌대를 이용했다. 육지와 맞닿아있는 좌대여서 좋았고 비도 오지 않아 두 배로 좋았다. 육지와 이어져있지 않은 좌대는 나에게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거미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인데 비라도 오는 날에는 저수지의 물이 불어나 좌대 아래에 숨어있던 거미들이 모두 위로 기어 올라왔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낚싯대 세팅부터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하는 순간까지 모든 게 순조로웠다. 이제 월척을 낚아볼 시간이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좌충우돌 낚시

  오랫동안 입질만 몇 번 올 뿐 물고기를 잡지는 못했다. 그래도 자리를 잘 선택했는지 큼직큼직한 입질이 와서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곧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물고기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시간이었지만 부모님은 저녁 준비를 한다며 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혼자 앉아 자리를 지키다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어머니를 불렀다. 화장실에 간 새 토니가 물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여보, 이거 먹어도 괜찮은 거야?” 밖으로 나오는 어머니와 화장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내가 엇갈린 사이 토니는 사고를 쳤다. 다행히 물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그릇에 담긴 물고기용 떡밥을 먹어치운 거다. 가족들은 탈이 날까 걱정이 었지만 토니는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입 주변을 핥았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도 강아지와 사람의 떡밥 쟁탈전은 계속되었다.

 

  명상과 월척

  내가 민물낚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특유의 잔잔함 때문이다. 물이 흐르는 걸 보고 있자면 명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 순간에 집중하면 찌가 움직이는 것도 감각적으로 보인다. 일종의 교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걸 느낄 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무조건 물고기를 잡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낚시를 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마음을 느끼기 쉽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낚시터에서 책을 읽는다든지 조용한 노래를 들었다. 덕분에 욕심이라는 마음과는 거리가 멀게 낚시를 배웠다. 그게 지루할 수도 있는 낚시터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깊이 생각할 여지를 만들어주었다. 이날도 하염없이 찌를 바라보며 명상에 잠겼던 나는 몇 시간 만에 드디어 붕어를 잡았다. 월척은 아니었지만(대부분 30㎝는 넘어야 월척이라고 인정해주는 분위기) 상처 하나 없이 반짝이는 붕어였다. 아버지가 사진을 찍어주셨다. 아버지는 항상 나에게 어복이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어찌 되었든 이날의 첫 물고기는 내가 잡았다는 사실.

  민물낚시의 진면모는 아침에 나타난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 잠에 취한 채 밖으로 나오면 새벽에 피어 오른 물안개가 상쾌하게 다가와 잠을 깨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끓여 먹는 라면은 어느 음식 보다 뛰어나다. 캠핑장에서 잘못 지어 삼층이 된 밥이 맛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느낌은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거다.

  나는 휴식을 잃은 사람들이 민물낚시를 경험해보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는 고단한 여행이 아니라 힐링이 필요하다. 여유를 멀리서만 찾지 말자. 새로운 힐링을 원한다면 민물낚시를 해보는 건 어떨까?

 

 

* 《쿨투라》 2019년 6월호(통권 6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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