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라이프] 서핑은 여름이 주는 최고의 선물
[제주라이프] 서핑은 여름이 주는 최고의 선물
  • 유혜영(방송작가)
  • 승인 2019.07.01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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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족에게 4년 전쯤 시작한 서핑은 여름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제주도의 파도는 왼쪽 오른쪽으로 아주 좋은 파도가 들어와 숏보드에서 롱보드까지 타기에 적합하다. 간조와 만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문이어서 늘 서핑초보인 두 남자는 간조에서 만조로 바뀌는 물때를 기다리며 여름을 보낸다. 일찌감치 서핑을 포기 한 내가 서핑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지만 짧은 시간 바다가 건넨 이야기는 이렇다. 바다를 품으려면 바람과 바다와 내가 한 몸이 돼야 해. 바람이 주는 말을 기억해야 하고, 파도가 보내는 신호를 받아야 해. 바람에 집착하거나 파도에 집착하거나 자신에게 집착하는 순간, 합주는 끝난다는 것을 잊지마!

 그랬다. 완전한 우주가 그 안에 있었다. 바다는 따뜻하면서 검푸른 두려움이었고, 설렘이면서 회한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서퍼가 되지 못한 이유는 수영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영원한 방청객으로 남게된 나는 서퍼들을 피해 다른 쪽에서 내 나름의 방식으로 느긋하게 패들보드를 탄다. 바다위에서 바다의 냄새를 맡는다. 밀물과 썰물의 냄새가 다르다는 걸 알게되고 제주 멸이 하트모양으로 직사각형 모양으로 달리도록 손장난을 치며 혼자서 웃기도 한다. 다시 모래밭에 앉아 채널에 대기하고 있는 우리 집 두 남자를 본다. 밀려오는 스웰.

 이번에도 파도가 무사히 두 사람을 놓아주기를 바란다. 파도 안에 잠길 때 저 두 사람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그들의 맹렬한 표정 뒤에 따라오는 환한 미소가 대답을 대신한다. 이제 이 중문에는 지난해처럼 수많은 서핑강습 텐트가 지어질 것이고, 곳곳에서 서퍼들이 몰려올 것이다. 여름이 오고 있다.

 부서지는 파도위로 아들이 건넬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빠 이번에 갈까요? 교만함을 버리고 기다림을 배우고 배려한다면 바다는 늘 그렇듯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여기는 제주도. 파도를 쫓는 일이 안전 안에서 행해지기를 바라며 2019년 여름을 손꼽아 기다린다. 지금 내손엔 <바다가 사랑한 서퍼이야기 바바리안 데이즈>가 들려있다.

 

 

* 《쿨투라》 2019년 7월호(통권 6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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