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_티모시 샬라메] 부국제에서 만난 티미
[특별기획_티모시 샬라메] 부국제에서 만난 티미
  • 해나(본지 에디터)
  • 승인 2019.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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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부산국제영화제

티미(‘티모시 샬라메’의 애칭)가 부산국제영화제 (이하 부국제) 초청으로 한국에 오다니!! 제발 꿈이 아니기를 바랐다. 넷플릭스 영화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 받아, 주인공 헨리 5세 역 티미를 비롯한 감독과 출연진이 내한한다는 뉴스를 접한 날부터 두근두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부국제측에 재차 확인도 했다. 아, 내가 과연 표를 예매할 수 있을까? 인터넷 예매가 시작되는 날, 나의 모든 친구들을 동원했다. 다행히 8일 화요일 저녁 8시 첫 공식 상영표 한 장을 확보했다. 정말 행운이다. 안타깝게도 9일 오전 10시 표는 놓쳤으니 현장표를 목숨 걸고 구하는 수밖에…. 그의 인기와 화제성을 증명하듯 영화 <더 킹 : 헨리 5세>는 온라인 예매 시작 1분 21초 만에 전석이 매진되었다. 

티모시 샬라메는 작은 얼굴에 182cm의 큰 키로 놀라운 비율을 자랑한다. 여기에 뛰어난 연기력까지 갖춰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그는 ‘사기 캐릭터’임에 틀림없다. 티모시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 이후에도 다양한 작품에 꾸준히 출연했다. 티미의 인기를 입증하듯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전에 촬영했던 영화 <미스 스티븐스>(2019)가 뒤늦게 극장에서 개봉을 하기도 했다. <미스 스티븐스>에서 그는 불안하지만 타고난 연기력을 지닌 소년 빌리를 연기했다. <몬태나>(2018)에서는 크리스찬 베일을 따르는 신참 병사 필립 드잘딘 훈련병을 연기했는데 타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그의 제복 핏을 볼 수 있다. <레이디 버드>에서는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는 카이 샤이블레 역을 맡아 묘한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핫 썸머 나이츠>(2019)에서는 겉으로는 조용하고 소심한 소년 다니엘을 연기했고, <뷰티풀 보이>(2018)에서 마약 중독자 닉을 연기하며 퇴폐미의 정석을 보여줬다. 부국제를 찾기 전에 나는 본지 에디터들을 대동하여 9월 14일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개봉한 <뷰티풀 보이>를 관람했다. 극장은 티미의 팬들로 가득 찼다. 두 개의 회고록에 기반한 뭉클한 실화이자 스티브 카렐, 티모시 샬라메라는 두 축의 아우라가 맞붙는 <뷰티풀 보이>는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슬픈 짝사랑, 그 사랑의 무력함을 그린 영화다. 아름답지만 마약 중독으로 인해 부서질 듯 연약한 아들과 그런 아들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아버지가 이 영화에 있다. 부성이 지닌 성스러움에 비해서 정작 아버 지에게 허락된 권한은 그리 크지 않다. 당혹스럽게도 아버지는 자신이 아들을 구원할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과 자유를 동시에 느낀다.

티모시가 연기한 닉은 <이유없는 반항>(1955) 속의 배우 제임스 딘과 닮았다. 그는 논리나 인과관계 보다는 어떤 기운에 가깝다. 많은 디테일이 배제되어 있는 까닭에 영화에 심연으로 존재하는 닉은 배우에게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보여준 매력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의 티모시 역시 인물이 다소 제멋대로이거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상태에서도 관객이 다분한 애정을 품을 수 있게 이끈다. 닉을 둘러싼 탐미적인 묘사 또한 배우의 존재감이 빚어낸 필연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그런데 영화 관람 후 함께 본 동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출연해 우월한 비주얼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평단과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은 티모시 샬라메였기에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 같다. 그의 빛나는 외모만큼이나 연기력도 뛰어났는데…. 부국제에서 티미의 매력을 다시 재발견하길 바랐다.

드디어 새 영화 <더킹 : 헨리 5세>(2019)의 주인 공으로 티미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공식 행사를 앞두고 지난 6일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한 티모시 샬라메는 당일 저녁 부산의 한 치킨집에 방문해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 해동용궁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도 화보의 한 장면같았다. 이후 그는 기자회견 과 레드카펫을 통해 팬들과 만나며 단연 ‘부국제 핫 스타’로 떠올랐다.

8일 영화의전당을 찾았다. 길게 줄지어선 팬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야외극장에서 열리는 <더 킹: 헨리 5세> 상영에 앞서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레드카펫을 걸었다. 아, 귀여운 코발트빛 멜빵 바지, 티미와 너무 잘 어울렸다. 야외극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함성은 환희에 가득찼다. 영화도 너무나 잘 빠졌다. 압도적으로 위엄있고 빨려드는 매력이 있는 티모시 샬라메였다. 티모시는 기존의 병약한 미소년 이미지를 벗고 근엄한 헨리 왕의 모습을 완벽히 재현해내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이렇게 깡마르고 왜소하고 어린 미국의 남자배우에게서 카리스마와 품격이 무한대로 뻗어 나와 스크린을 뚫고 관객을 압도하는 신기한 경험을 직접 하고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단순히 맑고 청량한 미소 속에 뜨거운 열망을 지닌 젊은 배우가 아니었다. 역사적 인물로도 유명한 헨리 5세이지만 티모시가 그려낸 헨리 5세는 역사 그 이상이었다.

9일 낮 <더 킹: 헨리 5세>를 한번 더 관람하기 위해 영화의전당 중극장을 찾았지만 길게 줄지어 선 관객틈에 현장표를 살 수 없었다. 프레스로 웨이트 라인에 줄을 서서 GV에 맞춰 겨우 입장했다. 오후 12시 30분께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GV에서 티모시는 흰색 반팔티에 붉은색 스트라이프 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관객을 열광시켰다. BIFF 모든 영화를 통틀어 취재경쟁도 가장 치열했다. 티미는 “한국은 처음인데 정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고 웃었다. 또한 <더 킹>에서의 연기에 대해 “<뷰티풀 보이>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는 제 육감에 따라 연기를 했던 것 같다”며 “이번만큼은 정확한 의도를 가지고 계산된 연기를 해 충분히 캐릭터를 나타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GV 종료 후 티미는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선물 을 가져온 관객은 관계자에게 전달해달라’고 했다. 티모시가 퇴장하려하자 관객석에서는 ‘알러뷰 티모시’라는 외침이 나왔고, 이에 티모시는 손가락 하트로 화답했다. 나도 정성스럽게 쓴 손 편지와 선물을 전달했다. 이날 관객들은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들고 한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연신 플래시를 터트렸다. 왕관을 쓰고 온 관객도 눈에 띄었다. 일부 팬들은 GV가 끝나자마자 야외무대인사가 열리는 영화의전당 야외무대로 이동했다. 하지만 무대가 잘 보이는 앞자리를 비롯한 ‘명당’은 이미 밤새 줄서서 기다린 팬들이 점령한 상태였다.

오후 1시 5분부터 시작된 야외무대인사에도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이내 <더 킹> 배우와 감독이 등장하자 야외무대 천장이 날아갈 듯한 엄청난 환호성이 터졌다. 조엘 에저튼은 “정말 대단하다. 최고의 경험을 하고 간다”며 “오늘 저희가 떠나게 돼서 너무 아쉽지만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맛있었던 한국 음식’을 묻는 사회자의 말에 미쇼 감독은 배를 만지며 “김치로 배 속이 든든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티미는 “나도 그렇다. 내 인생 최고의 치킨을 만났고 정말 흥분된다. ‘한국으로 이사 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덧붙였다. 에저튼은 “한 마디만 하겠다. 비빔밥”이라고 웃었다.

전날 저녁 야외 GV에서 티모시가 에저튼과 포옹한 것과 관련, 사회자가 이번엔 에저튼에게 “티모시를 안아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이에 에저튼은 웃으며 티모시를 안았고, 티모시는 이후 갑자기 통역사와 포옹해 장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휴대전화를 들고 관객들을 촬영한 티모시는 이 자리에서도 “선물을 가지고 왔다면 관계자에게 주시면 다 가져가겠다. 실제로 편지를 다 읽어본다. 저에게 너무 의미있는 선물들”이라고 말했다. 또 퇴장 직전 관객석에 뛰어들어가 인사를 나누고 싸인을 해주는 완벽한 팬서비스를 펼쳤다.  GV와 야외무대인사 내내 티미는 환한 미소로 질문에 답했다. 그는 관객의 뜨거운 호응에도 완벽한 팬서비스로 화답했다. 그의 웃음은 그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한국팬들을 흥분시켰다. 티미와 더불어 가장 두근두근 행복했던 부국제의 시간이었다. 티미도 떠나고 부국제는 끝났지만, 티모시 샬라메의 그윽하고 깊은 눈매가 자꾸만 떠올라 지금 이 순간도 넷플릭스를 켜게 만든다.

 

 

* 《쿨투라》 2019년 11월호(통권 6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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