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형언할 수 없는 고독과 무언의 독섬, 그 아우라
[포토 에세이] 형언할 수 없는 고독과 무언의 독섬, 그 아우라
  • 손정순(시인, 본지 편집인)
  • 승인 2019.10.01 0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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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고동처럼 울리는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 세 시다. 어제 강릉에서 출발한 울릉도행 여객선에서 심한 배멀미로 저승길을 오르내렸던 나는 일어나자마자 멀미약부터 챙겼다. 놀이동산의 바이킹보다 높이 여객선 위로 솟구치는 풍랑은 상상을 초월했다. 두려웠던 어제의 그 뱃길이 한 치의 음식물도 위속으로 허락하지 않는다. 눈을 뜬 순간부터 내안에서 일렁이는 ‘불안’이라는 여린 파문은 도동항에 도착할 때까지 심해(心海)를 휘젓고 다녔다. 

잡지발행인들, 3·1운동 100주년 기념 독도 방문 형언할 수 없는 고독과 무언의 독섬, 그 아우라에 압도되다

9월 20일 새벽 4시 30분, 3.1운동 100주년의 의의를 되새기며 한국잡지협회 발행인들(정광영 회장을 비롯한 발행인 26명, 협회 직원 4명)은 ‘독도평화호’에 탑승했다. 하느님이 보우하신 걸까? 도동항에서 출항한 배는 어제와 달리 전혀 미동이 없었다. 파도는 더없이 잠잠했으며 5시 50분 무렵부터는 미미하게 퍼지는 동해 일출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섬이자 우리 땅 동쪽의 시작 지점인 독도 (Dokdo, 獨島)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예측할 수 없는 일기로 울릉도까지 와서도 독도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이들도 다반사인데, 일출까지 볼 수 있다니! 더없는 행운이다. 

새벽어스름이 서서히 걷히자 하늘도 그새 맑아졌다. 7시 15분경, 우리는 드디어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336호인 독도에 도착했다. 독도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렸다. 우리나라 동쪽 끝에 위치한 독도는 오늘도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며, 이곳이 대한민국 영토의 출발지임을 온몸으로 입증하고 있었다. 나의 오른 발이 독도 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갑자기 울컥한다. 오랜 숙제를 이제야 완성한 것처럼, 한때 무정부주의를 꿈꾸었던 내가 오늘 이 순간만큼은 진짜 대한의 사람이 된 것 같다. 저 형언할 수 없는 고독과 무언의 독섬, 그 아우라에 압도되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독도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일본과 어떤 분쟁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노래 가사로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듯이 독도는 울릉도 동남쪽 87.4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일본의 오키시마로부터는 160km의 거리에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산 1-37번지이다. 일반적으로 독도는 여러 차례의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거대한 화산체 중에서 해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 즉 동도와 서도를 포함한 36여 개의 천연바위섬을 일컫는다. 경제적으로도 지정학적인 면에서도 가치가 매우 높은 독도 주변 바다에는 명태, 오징어, 상어, 연어 등 다양한 물고기들과 다시마, 소라, 전복 등 해조류가 서식하며, 상당량의 지하자원이 묻혀 있는 곳이다. 이처럼 독도는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영토이자 자산이다.

일본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공동성명서 발표 이사부 장군의 발자취가 스크린처럼 펼쳐지는 동해

잡지발행인 일행은 먼저 독도수비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께 조화를 바치고 수고하는 독도경비대를 위문했다. 든든한 청년 경비대를 보자 가슴이 뿌듯하고 자긍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최근 일본이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우리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아름다운 독도가 우리의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이며, 역사적으로도 대한민국이 오랫동안 실효지배하고 있는 우리의 영토임을 확인한다.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인접국가로서 서로 돕고 아끼고 사랑할 이웃인지, 서로 불신하고 반목할 대상이 아님을 깊이 인식하고, 일본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한 조치를 결자해지 차원에서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과연 우리의 목소리는 파도를 타고 그들에게 전해졌을까?

100년 전 자주독립과 평화를 염원했던 선조들처럼 우리의 작은 목소리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의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울림이 되길 소망한다.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독도에서 울릉도로 돌아오는 뱃길, 무언지 모르게 뭉클한 마음이 어제 담지 못한 동해의 풍경들을 하나 둘 아로새기게 한다. 우산국을 복속시킨 이사부 장군의 발자취가 스크린처럼 펼쳐지는 동해, 그 푸르스름하고 마알간 품안이 꼭 그대 숨결처럼 설렌다.


TIP 배 승선시에는 신분증 확인이 필요함으로 미리 꼭 챙겨야 한다. 독도를 방문한 사람은 독도 관광 다음날부터 ‘독도관리사무소 홈페이지’에서 독도명예주민증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시 승선권번호가 필요함으로 독도행 배 탑승권은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명예주민증에는 국적과 독도 주민번호, 독도 주소가 기재)

 

 

* 《쿨투라》 2019년 10월호(통권 6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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