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 오래된 잔해 앞에서
[고궁] 오래된 잔해 앞에서
  • 이상균(중앙대학교 사회학과)
  • 승인 2024.04.30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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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오래된 고적들 앞에서는 맥수지탄의 정서가 나와야 한다. 그게 오래된 문학의 클리셰라고 믿는다. 포로 로마나를 다녀왔던 많은 서양의 문호들도 그래 왔던 것처럼.

맥수지탄의 정서는 무엇을 담고 있으며, 무엇을 담아야 할까.

종로의 얼굴을 떠올렸을 때, 우리에게 익숙한 구도가 있다. 이순신, 세종대왕, 광화문, 청와대, 그리고 북악산. 이런 오브제들이 일렬로 배치된, 경계를 확정지을 수 없는 무형의 공간을 우린 서울의 얼굴이라고 여겨 왔을지도 모르겠다. '서울'이라는 말 앞에 붙어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 괄호 안에 들어갈 서술어들이 물성을 띠는 장소라고 여기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울의 얼굴이라고 이름 붙인, 경계를 확정지을 수 없는 무형의 공간은 수 많은 지점들이 부딪히는 교차성이 형성되는 장소이다. 이 교차성은 그 무형의 공간을 모순덩어리지만 퍽 예쁘게 만들어진 퀼트 작품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리고 아마도 이 퀼트 작품의 한 가운데, 가장 큰 조각이 이 작품의 제목이 될 것이고 우리는 이 작품의 제목을 아마도 광화문, 내지는 경복궁 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 교차성은 무엇이 부딪혀 탄생한 것일까. 조야한 시선과 가난한 상상력과 빈곤한 언어는 교차성의 지점을 올바로 포착해 내지는 못할 것이다. 먼저는 초역사성으로부터 이 교차성에 대한 단상이 부유하기 시작했다. 부유함의 시작은 2016년 촛불 집회. 광화문 월대의 기능이 확장되어 광장이 된 모습. 망국의 궐지 앞에서 성난 시민들이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울부짖는 모습. 살아있는 권력과 시민들 사이의 완충 지대로 망국의 궐지가 자리한다는 모습. 이 구도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대한민국이 왕정국가이며 임금에게 달려가 궐기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가 구중궁궐 같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파를 탔던 기억이 있었기에, 경복궁에 살아있는 권력을 투영하는 묘한 구도가 형성되었다는 아이러니함이 있다.

 

본 기사의 전문은 추후 공개됩니다.

 


이상균 중앙대학교에서 사회학과 국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쿨투라》 2024년 5월호(통권 11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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