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 나비 - 그흔적들
[그림 에세이] 나비 - 그흔적들
  • 김해연(화가)
  • 승인 2019.10.01 0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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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깊은 곳에서 나비가 하나씩 하나씩 자라고 있다는 걸, 아주 어렸을 적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이 지나가고 어느날, 더 이상 그 날개의 얇은- 부딪힘의 부서지는 아우성을 참을 수 없어 붓을 찾아 들었다. 그리고 마당의 뒷문을 열고 나가 마침내 하나 하나 떠나 보내기로 결심했다.

애써 모르는 것처럼, 아니 아예 듣지 못하는 것처럼 감추고서 살았지만, 어느새 그 나비들은 스스로 애벌레의 껍질을 벗고서 당당하고 화려한 날개를 달고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차마 떠나 보내고서 남는 흔적들을 다른 어떤 것으로 채울지라도 그 외로움 쯤이야 하는 뻔뻔함을 드러내보이기로 하였다.

나비가 떠난 후의 흔적을 이제는 오랜 세월의 진액으로 채워진 텁텁한 사랑과 무덤덤한 겸손함으로 덧바르면서, 보내는 슬픔이 아니라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진통의 기쁨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이 진통이 끝나고서 새로운 탄생의 은총을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오늘 지금 내 속 의 나비들을 하나 또 날려 보내고 있다. 

The Butterfly

Life began from such unsuspecting circumstances. She was veiled beneath a thin, silky curtain. As time passed, and days went by, the fragile casing could no longer hide the art within. Like a graceful choreographed ballet, she danced; knocking on the door of her new life. With an effortless push, she burst through and was set free. The metamorphosis is complete... The once unnoticed caterpillar gets ready to spread her new wings for the very first time. Yet as the butterfly flew away to share her beauty with the world, it left a void in my soul. In order to fill the feelings of absence, a new project was begun. This is the embodiment of my spirit; personified onto canvas. I welcome you to this expression of a new chapter, and a new day.

 

 

* 《쿨투라》 2019년 10월호(통권 6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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