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Theme] 한국영화 100년 기념 영화 '100X100'을 접하며
[10월 Theme] 한국영화 100년 기념 영화 '100X100'을 접하며
  • 김시무(영화평론가)
  • 승인 2019.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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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영화 100년이 되는 해이다. 백 년 전인 1919년은 김도산의 신극좌가 <의리적 구토>라는 연쇄극(kino-drama)을 처음 만든 해인데, 우리 영화계는 이 해를 한국영화의 기점(基點)으로 삼고 기념을 해오고 있다. 한국영화100년 기념사업추진위 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100X100>(백 곱하기 백/ hundred by hundred)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현역 감독 100명에게 각각 100초 분량의 영화연출을 의뢰했다. 이 프로젝트의 총괄 감독은 민규동이다. 민감독은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 “한국영화계의 양성 간 균형적인 시각과 환경을 선도하는 발걸음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민감독과 함께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최정화 프로듀서는 “변화무쌍했던 한국영화 100년이란 세월을 100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라며 이 기획의 의미를 설명했다. 민감독은 또한 <100X100>의 포스터에도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는데, ‘100’은 단순히 숫자를 넘어서 하얀 백(白), ‘돌아오다’의 BACK, 가방의 BAG 등 숫자 ‘100’으로부터 연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개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100인의 감독은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독립영화 협회에 등록된 감독들 가운데 1편 이상의 장편영화 를 연출한 감독들로 선정했다고 한다. 이들이 제작한 총 100편의 단편영화들은 제작이 완료된 순서대로 지난 8월 5일부터 오는 10월 18일까지 ‘한국영화 100년기념사업’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매일 2편 씩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다. 강형철 감독이 연출한 <BACK>과 이정향 감독이 연출한 <100원의 무게> 를 필두로 연이어 공개될 이번 100편의 초 단편 영화들은 한국영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특이한 영화체험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작된 순서대로 공개된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010. 윤가은 감독의 <한국영화야 축하해>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한국영화 100년의 의미를 살펴 본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꿈꾸는데, 미래는 희망적이다.

011. 김보람 감독의 <위 약관에 동의합니다>는 올해로 100세를 맞는 영화산업의 불안정한 구조를 풍자하고 있다. 영화를 만들려는 젊은이들은 영화 산업의 리스크가 크다는 것부터 평점 테러와 온갖 악플 테러에 시달릴 것을 미리 동의해야 한다. 영화를 계속해야 하는가?

014. 정가영 감독의 <고백>은 만난 지 100일째 되는 젊은 커플의 연애와 헤어짐을 통해 100억씩 들인 한국영화가 망하는 현실을 개탄한다. 뜨거운 연인 사이처럼 한국영화를 버리지 말고 무한한 애정을 갖자는 얘기다.

015. 모지은 감독의 <100條>는 제작된 영화(영상물)의 실질적 저작권자가 누구인지를 묻고 있다. 영화인들은 대체로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저작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적재산권 법 100조(條)에 따르면, 영상제작자가 저작권을 양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되어있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서글픈 법조항이다.

016. 김한민 감독의 <2039 대한연방>은 1919년 3.1 운동을 소재로 하여 시위대에 쫓기는 일본군 장교가 일장기를 태극기로 탈바꿈하여 도피하는 장면을 다룬다. 조선이 죽고 대한제국(민국)이 선포된 100주년을 스케일이 큰 미장센 연출로 미리 기념한다.

023. 이윤정 감독의 <앞으로>는 지하철을 빠져나온 한 여인이 빨간 드레스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을 역(逆) 모션으로 찍었다. 남들은 모두 뒷걸음질 치는데 그녀만 앞으로 나아간다. 레드카펫을 밟고 싶은 여배우의 꿈일까?

033. 진승현 감독의 <여고생의 영화 100>는 영화를 지망하는 한 발랄한 여고생의 영화에 관한 단상을 그리고 있다. 1919년에 탄생한 우리영화가 성장해 온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도 공존할 것임을 선언한다.

034. 유영의 감독의 <백지>는 땅속에서 새싹이 자라나서 성장한 나무가 웃음보따리를 안긴다는 설정의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고 있다. 

037. 송경식 감독의 <영화 아리랑>에서 감독은 메이크업 담당자였던 98세의 송일근 원로영화인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 한국영화의 산증인인 그 분은 스태프들과 촬영장으로 향하면서 전설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를 흥얼거렸던 기억을 떠올린다.

038. 김인선 감독의 <너의 자리>는 한 여성(김새벽)이 나무에 걸려있는 의자를 발견하고 밤새 그 의자를 생각한다는 얘기다. 결국 그 의자를 집으로 갖 고 와서 깨끗하게 씻는데, 1919년에 제작된 것이었다. 과연 그 자리에 누가 앉을 것인가?

042. 추상미 감독의 <100days>은 자식을 그리는 모정을 다루고 있다. 아프리카 브룬디에서 온 에스텔은 100일 후면 만나게 될 딸을 생각하며 기대감에 차있다. 한편 북한에서 온 아줌마는 고향에 두고 온 아들얼굴을 못 본지 100일째가 되었다고 한숨짓는다. 어머니의 연대에 관한 영화다.

045. 김동원 감독의 <100->는 1962년 남파됐다가 체포되어 27년을 복역한 박희성(1935년생) 노인을 다루고 있다. 그는 당으로부터 소환되지 않았다면 연극영화를 전공하여 일류 촬영감독이 되었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그는 다시 고향인 북으로 가고 싶어 한다.

 

이상 12편의 단편영화들을 무작위로 살펴보았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는 시점에서 이 같은 기념영화의 제작은 매우 뜻깊은 시도라고 여겨진다. ‘100’이라는 숫자를 화두(話頭)로 삼아서 각기 개성과 스타일이 다른 감독들이 한국영화 100년에 걸맞는 소재를 선택하고, 주제의식을 부여하여 100편의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적 의미를 갖는 다고 본다. 100편이 전부 완성되었을 때 그것을 하나의 거대한 장편영화로 편집을 한다면, 영화를 통해서 만나는 새로운 한국영화사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 《쿨투라》 2019년 10월호(통권 6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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