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학] 캠프와 여행 그리고 기억으로
[K-문학] 캠프와 여행 그리고 기억으로
  • 김준철(시인, 미주지사장)
  • 승인 2019.10.01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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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미주한국문인협회에서는 8월 24일~25일, 양일간 팜스프링스에 위치한 미라클리조트에서 문학캠프 행사를 가졌다. 초청강사로는 천년의 시작 대표이사인 이재무 시인과 서울대 국문학과 방민호교수를 초빙하게 되었다. 그간의 초대강사에 비해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두 강사와 미 전역에 퍼져있는 미주 문인들의 만남은 90도를 훌쩍 넘는 팜스프링스의 열기를 넘어 더욱 뜨겁게 달구어졌다.

첫 강사로 나선 이재무 시인은 타고난 유머와 재치로 말문을 열었다. ‘시인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주제 하에 시를 쓰는 데 있어서 필수요소와 피해야하는 실수들에 대해 여러 작품을 즉석에서 비교하며 해외에서 한국문학을 하는 참석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이후 이어진 방민호 교수의 강의는 ‘기미년, 상해로 간 사람들’이라는 주제에서 다소 무거움이 있어 걱정했으나 특유의 차분한 말투와 역사와 시간의 다채로운 변화를 이어가며 잊혀진 역사와 민족성을 되내이며 이민자의 삶 속에서 문학을 하는 사명을 일깨워주었다. 두 강사 모두 이전에 없었던 명강연으로 긴 시간 참석자들은 피곤도 잊은 듯 강연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강연 이후, 풀장이 딸린 프라이빗 빌라에서 가진 바베큐파티는 문학에 목말라 있던 미주 문인들에게 그 갈증을 해소해주는 오아시스가 되어주었다.

별빛이 퍼붓는 사막의 밤이 깊어갈수록 오랜 시간 작품으로만 만나던 미주의 문인들이 얼굴을 맞대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흥이 나면 차례로 노래도 부르며 미국에서는 쉽게 가질 수 없었던 문우의 정을 쌓으며 늦은 새벽까지 축제를 이어갔다. 이후, 두 강사는 여러 미주 문인들과 함께 그랜드캐년으로의 2박 3일 문학기행을 떠났다. 짧지만 긴 시간을 강사들과 함께하며 저녁에는 호텔 방에 모여 부족했던 강연을 이어가기도 하고 개인적 문학의 의문을 풀어나가기도 했다. 끝으로 바쁜 일정 속에 미주 문인들에게 최선의 집중을 해 준 두 강사에게 감사를 표한다. 

김준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미주의 여정의 끝에서 조금이나마 의미를 더 담아낼 수 있는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 모두 LA는 처음 방문이셨나요?

이재무  저는 미국에 3번 정도 방문 했었습니다만 LA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방민호  저는 20여 년 전에 제 지도교수였던 박동규교수님의 권유로 사흘정도 급히 시간을 내어 방문한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다른 분들은 여행에도 참가하셨던 것 같은데 저만 혼자 바로 돌아와야 해서 많이 아쉬웠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제 LA에서 미주문인협회 초청 일정이 거의 끝나가고 곧 샌프란시스코 1박2일 일정의 강연을 마치시면 고국으로 돌아가시게 되는데요. 이곳에서의 소감을 들려주시겠습니까?

  우선 한국에서의 문학행사나 캠프는 민심이 변해서인지 요즘은 보통 약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1시간이었던 행사가 20분으로 줄어드는 일도 빈번합니다. 오랜 시간 이루어진 형식에 대한 식상함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곳에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며 한국에서 잃어버린 마음을 LA가 간직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문학의 진정성, 그 향수를 간직하고 지켜내려는 뜨거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맞습니다. 그 뜨거움! 비교적 평균 연령이 상당히 높은데 비해 그 열정은 반비례적으로 높은 것 같습니다. 또한 문학 인구의 양적 증가와 모국어에 대한 열정으로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 프로적 자의식을 찾아가는 모습 또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포 문인 사이의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관계적 밀도가 높아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사람살이를 보여 준 것에 감사하고 이 모습을 잘 지켜 나가주시길 바랍니다.

  잃어버린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LA, 사람살이를 보여준 LA… 참 인상적인 소감인 것 같습니다. 두 분께서는 이미 3차례에 걸쳐 《미주문학》의 계간평을 쓰셨습니다. 두 분이 보신 해외문학, 이민문학에 대한 바람을 말씀해주신다면요?

  가장 눈에 보이는 것은 회고 투가 많다는 것입니다. 떠나온 고국에 대한 향수와 기억, 회감의 정서가 물론 서정의 기반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일상을 모티브로 쓰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민 1세대에서 타민족과의 모습을 단순히 그리고 과거를 소재로 삼는 것을 좌시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살아있는 현장성 문학이 취약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야말로 가장 큰 장점이자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제의 나뿐만 아니라 오늘의 나, 내일의 나를 말해야 한다고 봅니다.

  계간지 《미주문학》을 통해 볼 때, 가장 큰 약점은 문장과 구성력, 맞춤법이나 표현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봅니다. 플롯에서 흥미를 뽑아내는 부분이 충분치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작품 안에 담긴 폭과 깊이는 상당히 넓고 깊었습니다. 이것이 미주 문학의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존 한국 문학에서 보이는 시각과 다른, 많은 이민자의 시선들이 발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한 두 분의 여정이 생각보다 깊이 있는 미주, 해외 문학을 관찰하신 계기가 되신 것 같아서 감사드립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이민문학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또 이끌어 나갔으면 좋을지… 바람이 있으시다면?

  미주, 해외의 삶이 독자적이고 동시대적이지만 현대적 삶이라는 것이 자기 삶의 가치를 깊이 인식하고 그것을 문학으로 해석해내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살아가는 이곳의 삶이 곧 문학이고 현장임을 잊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타국에서 꿋꿋하게 살아 낸 자긍심, 자부심을 잃지 마시고 문학으로 승화시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방교수님이 잘 말씀해 주셔서 거기에 굳이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재무 시인께서는 이번 방문, 여정에 대한 평을 조금 더 자세히 해주시면 어떨까요?

  우선 뜨거운 반응과 열정에 놀랐습니다. 또한 뜻밖에 참석하신 분 중에 저희의 애독자가 상당수 있음에 더욱 놀랐었습니다. 1박 2일의 캠프, 2박 3일의 그랜드캐년을 방문한 기 행. 바쁘고 분주한 일정 속에서 끝까지 문학을 대하는 진지함을 보인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강연자로서 크게 고무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늦은 밤, 사막에서의 바베큐파티와 이어진 허심탄 회한 담소는 자유의 나라를 실감시켜 주었습니다. 또한 방교수가 강연주제로 삼았던 “기미년, 상해로 간 사람들”은 같은 강연자였지만 감명 받고 또 크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예기치 않은 우연으로 도산 안창호의 이민 역사 탐방이 되어서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배움과 학습의 현장으로서 더욱 즐거움과 의미가 어우러져 기뻤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방교수님도 하실 말씀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도산 안창호, 3·1절 이후의 문학의 흐름과 그 의미를 이야기 하며 이번 캠프에서 공교롭게도 예기치 않게 그를 곳곳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희가 LA에서 묵은 호텔 옆에 도산 안창호의 이름을 붙인 우체국이 있었고 오고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안창호 인터체인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캠프에서 돌아오는 길에 리버 사이드에 위치한 그의 동상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또한 짧은 한나절의 LA 투어에서는 USC에 있는 그가 처음 구입하여 살았다는 안창호 하우스까지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또 다시금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할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시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이광수 문학에 관한 10여 편의 논문을 더 발전시켜 그의 현대성을 책으로 낼 예정입니 다. 또한 준비 중인 저의 장, 단편 소설 집필에도 힘을 실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와 시간이 허락한다면 저의 연구와 창작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무게를 가질지도 깊이 생각할 것입니다.

  현재 제 위치에서 해 오던 일을, 해야 할 일을 계속하게 되겠지요.  조금 더 큰 줄기로 ‘천년의 시작’이 만들어 갈 그림을 그리게 될 것 같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바라건대 한국 문학에 깊은 의미를 가질 작품을 만들 작가들을 돕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 안에는 이번 여정에서 만난 미주의 좋은 작가들도 포함 될 것이며 개인적인 저의 집필 활동도 포함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쿨투라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시겠습니까?

  한국의 문학은 폭이 좁다. 미국을 보라. LA를 보라. 보편적 시각을 갖지 않고 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는 어렵습니다. 한국문학은 보편성을 갖기 어렵습니다. 많은 방면에서 세계를 자기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를 말할 수 있는, 지금의 나를 나타낼 수 있는 일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글이든, 노래든, 그림이든, 아니면 지금 여러분들이 살아내기 위해서 하고 있는 생업이든 그 어떤 일이든 나를 있게 하는, 존재하게 하는 그래서 그 흔적이 일상의 곳곳에 깊이 배여 들게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이것이 제가 이번 미국 방문 중에 이민 1세대의 많은 선배들의 흔적과 호흡에서 배우고 느낀 것입니다.

  긴 시간 두 분의 말씀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한국에 돌아가셔서 지금보다 더욱 활발한 활동과 의미 있는 집필 활동이 되시길 희망하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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