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Theme] 청춘, 그래미 트로피를 품다
[3월 Theme] 청춘, 그래미 트로피를 품다
  • 이종성(대중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2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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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CNN

21세기 그래미 시상식에서 찬란한 꽃을 피운 팝 스타들

  2월 10일(월)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부터 생중계된 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등 4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낳으며 세계영화사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우리 영화계는 물론 다수의 국민들이 벅찬 환호와 감동으로 함께 축하하고 기뻐했던 순간들은 오랜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당일 시상식에는 수많은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제를 즐기는 가운데, 할리우드 톱 스타배우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모습으로 객석에 앉아 있던 팝 아티스트가 있었으니 2019년 대중음악계를 장악한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였다.

  2020년 1월 26일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NBA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를 시작으로 2019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전세계 영화인들을 기리는 추모의 시간이 펼쳐졌고, 빌리 아일리시는 공연 초반 큰 무대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다소 긴장된 목소리로 노래했지만 비틀즈The Beatles의 <Yesterday>를 자신만의 곡 해석으로 들려주며 주어진 3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가 오스카 시상식에 초대돼 아주 특별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전달에 열렸던 ‘음악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의 왕좌에 등극했기 때문이지 아닐까 싶다.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등 그래미 시상식의 백미라 할 수 있는 4개의 종합분야General Fields의 트로피가 모두 빌리 아일리시에게 돌아갔다는 뉴스는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첫 공연 소식에 뜨거웠던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세계에서 화제거리가 됐었다.

  62번째로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대중음악사의 이정표가 될 또 다른 역사가 새겨졌다. 바로 한 회의 시상식에서 한 아티스트가 4개의 그래미 본상을 모두 휩쓴 기록이 1981년 23회에서 크리스토퍼 크로스Christopher Cross 이후 무려 39년 만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시상식 당시 불과 만 18세 39일(2001년 12월 18일생)이었던 빌리 아일리시가 주인공이 됐다는 점에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대중적 인지도와 상업적 성공이 아닌 음악성과 작품성을 수상자(작) 선정기준으로 하는 그래미 어워드 투표인단이 자칫 아이돌Idol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10대 신예 아티스트와 그가 세상에 내놓은 노래와 앨범을 2019년 최고의 창작물로 선택한 것이다.

  문득 청춘靑春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일컫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는 청춘.

  18세의 빌리 아일리시가 4살 위 오빠 피니즈 오코넬Finneas O’Connell과 더불어 <Bad Guy>로 세상을 흔들고 있는 지금, 그들은 ‘청춘의 찬란한 꽃’을 피웠고, 두 사람이 빛을 발할 ‘청춘 시대’는 바야흐로 이제부터 시작이다.

 

21세기 그래미가 사랑해 온 청춘의 팝 아티스트는 누구?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1세기에 열렸던 스물 한차례의 그래미 시상식에서 가장 중요한 종합 분야 4개 부문의 본상 주인공이 가려졌다. 총 84개의 트로피 중 37개가 10대 또는 20대 연령대 활동한 솔로 아티스트에게 돌아갔다. (밴드 또는 그룹 수상일 경우는 제외). 확률로 굳이 따지자면 44%에 해당되는 수치다.

  그래미 수상자를 투표로 선정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 중 대체적으로 높은 연령대가 많아 보수적이면서 음악장르에 대한 편향성이 수상 결과에 영향을 미쳐 지속적 논란거리가 되어 왔는데, 젊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성과를 높이 평가해 다수의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수상자를 탄생시킨 점은 의외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빌리 아일리시 외에 청춘의 나이에 그래미 본상을 수상한 21세기의 대표 팝 아티스트는 과연 누가 있을까?

  먼저 최다 본상 수상자 아델Adele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의 앨범 리코딩 작업을 시작한 해를 제목으로 정한 “19”, “21”, ”25”를 발표해 <Rolling In The Deep>, <Someone Like You>, <Hello> 등 스매시 히트곡으로 디지털 음원 및 피지컬 음반 판매량에서도 21세기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뛰어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 중 하나다.

  더욱이 아델은 작품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얻으며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작사 작곡자에게 주어는 ‘올해의 노래’상을 각 2회씩 6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석권했고 2009년 51회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상을 받으며 총 7개의 본상을 받았다

  아델은 1988년 5월생으로 만 20세(2009년), 23세(2012년), 28세(2017년)에 그래미 주요 부문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20대를 보낸 21세기 팝 아티스트라고 평하기에 손색이 없다.

  <Don’t Know Why>란 명곡을 남긴 노라 존스Norah Jones(1979년 3월 30일생)는 만 스물네 살이 되기 1개월 전이었던 2003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등 3개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2년 뒤 거장 레이 찰스Ray Charles와의 듀엣 곡 <Here We Go Again>으로 ‘올해의 레코드’ 본상 부문 수상으로 총 4개의 그래미 종종합분야 트로피를 갖게 됐고, 한동안 ‘그래미의 여왕’으로 불렸다.

  한 회 시상식에서 3개의 그래미 본상을 가져간 두 명의 걸출한 영국 아티스트도 있다. 2008년 50회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7년 뒤 거행된 57회 그래미의 최고 스타로 오른 샘 스미스Sam Smith. 그들은 각각 만 25세와 23세가 되기 불과 몇 달 전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최우수 신인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2회 이상 본상 트로피를 가진 아티스트로는 앨리샤 키스Alicia Keys(2002년 ‘올해의 노래’와 ‘최우수 신인아티스트’)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2010년과 2016년 ‘올해의 앨범’ 수상)가 있는데 20대 초반에 최초 수상을 하는 기쁨을 누렸다.

  빌리 아일리시처럼 10대 후반에 그래미 주요 부문에서 트로피를 가져간 아티스트도 있다. 1999년 팝 음악계에 데뷔해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 (1980년 12월 18일생)는 2000년 2월 23월에 열린 4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당시 최대 라이벌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를 누르고 19세 2개월에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부문의 승자로 선정된다.

  한편 뉴질랜드 출신 여성 싱어송라이터 로드Lorde는 2013년 하반기 빌보드 Hot 100 차트 9주 정상을 차지한 곡 <Royals>로 작사작곡가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노래’ 부문에서 트로피를 받았다. 2014년 1월 26일 개최된 그래미 어워드 당시 로드의 나이는 만17세하고 70일이 된 날로 21세기 최연소 본상 수상자로 기록 중이다.

  이외 우리나라에도 다수의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남성 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John Mayer, 존 레전드John Legend, 에드 시런Ed Sheeran도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그래미 본상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인정받았고, 여성 싱어송라이터 메간 트레이너Meghan Trainor와 두아 리파Dua Lipa는 20대 초반에 2016년과 2019년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상을 각각 받으며 팝 음악계를 이끌 차세대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으면서 문득 이런 문장이 생각났다. “청춘은 음악을 관통한다”

 

청춘은 음악을 관통한다

  청춘의 나이에 그래미 트로피를 품은 21세기 팝 스타들의 면모를 훑어 보면서 우리가 동시대에 함께 하고 있거나 함께 했던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아티스트들도 ‘찬란했던 청춘 시절’에 ‘위대한 명곡, 명작, 명반’을 세상에 남겨 놓았다는 것,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우리가 사랑하는 ‘팝의 아이콘’ 비틀즈,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팝의 여왕’ 마돈나Madonna 등 ‘위대한 청춘 시대’을 보내며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켰고 ‘위대한 아티스트’로 영원히 역사 속에 살아 숨쉬고 있듯이 앞으로도 청춘을 관통할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은 보석처럼 영롱한 빛을 뽐내며 시대를 담아낼 것이다.

 

 

* 《쿨투라》 2020년 3월호(통권 6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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