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Theme] 온라인 공연이 바이러스 시대 대안 되려면
[5월 Theme] 온라인 공연이 바이러스 시대 대안 되려면
  • 장재선(문화일보 선임기자)
  • 승인 2020.04.28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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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병 사태가 전 세계에 언택트(Untact) 문화를 확산시키며 공연계에도 새로운 풍조가 생겼다. 이른바 온라인 공연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 국립 오페라, 베를린 국립 오페라 등 세계 정상급 예술단체들이 과거 작품들을 온라인 서비스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국내 예술단체들도 기존 작품 영상을 온라인 채널로 내보내고, 신작을 관객 없이 공연하며 중계하는 실험을 앞다퉈 펼치고 있다.


 공연은 제작진과 관객이 직접 만나 호흡하며 벅찬 감흥을 함께하는 현장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그래서 영상 작업은 기록용 등으로만 해 왔다.

 물론 10여 년 전부터 공연 영상 작업에 눈을 돌린 단체들이 있긴 했었다. 뉴욕 메트를 비롯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영국 국립극장 등이다. 우리 예술의전당도 이를 모델 삼아 2013년예술의전당의 ‘콘텐츠영상화사업-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을 시작했다. 이런 작업들은 소수의 특별한 시도였다.

 그랬던 것이 이제 내남없이 온라인 영상 작업에 나서고, 집에서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통해 일상적으로 공연을 감상하는 흐름이 생기고 있다.

 국립극장·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등 3대 국공립 공연장은 물론 경기아트센터·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정동극장도 온라인 공연에 합류했다. 국립극단·국립오페라단·서울예술단·서울시
향·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KBS교향악단·국립국악원 등 공공 지원을 받는 예술단체는 공연 영상을 제작하고 중계하는 것을 알리는 홍보 작업에도 열심이다. 크레디아 뮤직앤아티스트 같은 민간 클래식 음악 기획사와 유니버설발레단 등 민간발레단도 동참했다. 이들 단체들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큰 호응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연계를 고사 위기로 몰아넣은 감염병 사태가 역설적으로 온라인 공연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하는 공연은 일부 예를 제외하고 대부분 무료로 제공된다. 이런 소비 습관이 쌓이면 오프라인 유료 공연을 기피하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해 현장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관객이 고품질의 온라인 무대를 접한다면 입소문이 퍼져서 공연장에 직접 오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미 2016년에 뮤지컬 ‘팬레터’ 공연 실황을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생중계했는데 오프라인 관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올해 뮤지컬 ‘마리 퀴리’도 온라인 중계로 호응을 얻은 후에 역시 오프라인 관객이 늘어났다.

 그런데 이처럼 제한 상영이 아니라 상시로 진행하는 온라인 공연이라면 계속 무료로 제공하긴 힘들 것이다. 무대 공연을 진행하며 고품질 영상을 제작하려면 그 인력과 경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객 시각으로 보면, 차별화한 콘텐츠가 아니라면 돈을 내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온라인 영상은 공연에서 볼 수 없는 무대 뒤편 풍경이나 출연자들의 속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들어가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접합 예술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제작자들은 꾸준히 공력을 쌓아야 하고, 체들은 제작을 뒷받침하며 안정적 스트리밍 체계를 갖춰야 한다. 문화 진흥 책무가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유통, 보급 시스템 구축에 애써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이와 관련한 법규 정비를 업계와 논의하고 세제 혜택 등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 무대는 온라인 공연과 협업 혹은 경쟁하면서 관객에게 좀 더 친절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길 바란다. 그렇게 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현장 제작진들이 알기 때문에 여기서 굳이 초들 필요가 없는 지도 모르겠다.

 정부의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에 공연 장르를 접한 국민 비율은 10%대에 그친다. 문화국가를 꿈꾸는 공동체로서는 미흡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남녀 관객 비율은 공연마다 다르지만, 전체적으론 남성이 20%대를 넘지 못한다. 대부분 여자 친구 혹은 아내에게 봉사할 마음으로 따라온 남자들이다. 이런 ‘착한 남자들’뿐만 아니라 공연 자체를 좋아하는 마니아가 늘었으면 한다.

 남성들이 온라인 게임 못지않게 온라인 공연에도 관심을 갖길 바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헛된 소망이다. 인생을 성찰하고 예술을 꿈꾸는 공연이 자극과 선정으로 남성들을 유혹하는 게임에 어찌 상대가 되겠는가. 그래도 온라인 공연이라는 새 흐름이 생겼으니 그것을 들여다보는 데 시간을 내주는 남성들이 늘었으면 한다. 그것이 오프라인 공연장을 찾는 동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물론 공연 예술을 많이 본다고 해서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의 자신보다는 나은 인간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좋은 작품은 심미적 만족감과 영혼의 고양을 느끼게 하고, 세상과 삶을 폭넓게 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일부러 무대를 찾은 시간만큼 타인의 희로애락에 공감하는 폭이 커질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디지털 문명에 기반한 온라인 공연에 대해 말하다보니, 최근 한국어판이 나온 ‘코스모스 후속편’의 우주력이 떠오른다. 우주 나이 138억 년을 인간의 1년으로 압축한 우주력에 따르면, 인간이 디지털로 소통하는 세계를 만든 것은 1초도 안 된 일이다. 인류가 오늘날의 문명을 이룬 시간 전체가 20초쯤 밖에 안 된다. 즉,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 40초 이후에 인간은 자신들의 편리를 한껏 추구하다가 인류세의 종말을 운위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 시대가 온 것은 그 경고의 일종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말하듯, 인류가 우주력의 20초 동안에 엄청나게 망가뜨린 생태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끊임없이 변종으로 나타나는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다가 망할 수밖에 없다.

 그런 본질적인 성찰이 전 지구 차원에서 이뤄져야 이 세계가 희망을 겨우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1초도 안 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온라인 공연이 바이러스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도 그 성찰 속에서만 의미가 있다고 하면 과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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