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ICON BTS 가수] BTS - 전 지구에 영감을 준 밀레니얼 아이돌의 서사
[2018 ICON BTS 가수] BTS - 전 지구에 영감을 준 밀레니얼 아이돌의 서사
  • 서영호(뮤지션, 음악평론가)
  • 승인 2018.12.27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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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앨범판매시장 16년 만에 100만 장 시대 회귀, 2년 연속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 아시아 뮤지션 최초 ‘빌보드 200’ 1위(연내 2회), 한국 뮤지션 최초 아메리칸 어워드 수상, 역대 최연소 화관문화 훈장 수여, 한국인 최초 UN 연설, 한국 뮤지션 최초 뉴욕 시티필드·런던 O2 아레나를 비롯한 해외스타디움 투어 공연 등 이 중 어느 하나만으로도 BTS를 올해의 아이콘으로 꼽기에 충분하다. 오히려 음악 분야를 넘어, 그리고 한국을 넘어 문화예술 전반에서 지금의 BTS만큼 놀라운 것은 없다.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는 이들의 새로운 행보와 ‘BTS현상’에 관한 소식은 매번 기대를 뛰어넘는다.

 현재 BTS는 이 시대 가장 매혹적이고 영향력있는 문화상품이자 밀레니엄 세대, 즉 밀레니얼(Millennials)의 메신저이다.

 서구음악의 어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21세기 한국이라는 필터를 거치며 탄생한 케이팝 음악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 화려하고 일사분란한 칼군무와 수려한 외모까지 더해진 종합 패키지로서의 케이팝은 그만으로도 즐겁게 소비할 이유를 준다. 하지만 BTS가 보여주는 콘텐츠는 여기서 보다 확장된다. 음악과 퍼포먼스에서 최고 수준의 것을 보여줌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와 의상 등 모든 요소들이 노래가 지향하는 하나의 콘셉트로 완벽히 수렴한다. 가사에 영감을 주거나 앨범의 모티프가 된 것으로 알려진 책은 역주행으로 베스트 셀러에 오른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물론 철학과 미술쪽 학자들도 BTS현상을 논한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서구인들이 한글로 된 가사를 떼창한다. 이미 해외 유수 매체에서 BTS를 21세기의 비틀즈라고까지 칭송하고 있다. 그들이 불러일으킨 문화적 반향을 고려할 때는 이러한 수식어를 받기에 가히 부족함이 없다.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BTS와 팬덤 아미(ARMY)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새로운 현상들은 과거 비틀매니아들의 열정과 아우성을 넘어서 보다 생산적이고 가치 지향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BTS가 세상을 움직이게 한 것은 밀레니얼로서의 동 세대와의 교감, 그들의 좌절과 성공의 과정을 통해 보여준 진정성, 그리고 그들이 던지는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다.

 지금의 청춘들은 디지털 문명의 탄생과 전개과정 속에서 나고 자랐다. 이들에게 디지털 문명은 이미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관계망과 초연결성은 편리와 효율을 가져다 주었지만 오히려 넘쳐나는 정보와 수없이 펼쳐진 가능성의 지도는 이들을 끝없는 판단과 결정, 선택의 혼돈 속에 몰아넣었다. 세상은 더 좁아졌고 할 일은 더 많아졌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좌표를 정립하고 이정표를 발견하는 것은 늘 두렵고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동시대에 자란 BTS 멤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획사 소속의 가수로서 일종의 홍보 수단으로 데뷔 초기부터 자신들의 생각과 일상을 팬들과 공유해온 BTS는 단순히 미디어 속 연예인이기 전에 나와 똑같이 고민하고 좌절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거의 스타가 신비주의와 신화로 둘러싸인 동경의 대상이며 나와는 다른 세계에 속한 어떤 부류로 여겨졌다면, BTS는 불안과 좌절의 청춘시절을 함께 살아내고 있는 자연인의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팬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새로운 유형의 우상이다. 그렇기에 BTS가 학교와 교육시스템에 대한 비판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철지난 콘셉트’라는 업계의 혹평을 무색케 하며 오히려 아미들을 불러모으는 시발점이 되었다. 애초에 그것은 일종의 콘셉트 같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역사를 통해 무수히 반복된 보편적인 소재의 이야기라도 그것이 진정성을 담고 있는 누군가의 구체적인 자기고백이라면 언제나 울림을 주었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이제 BTS는 팬들과 함께 불안한 세대의 질문과 도전을 공유하는 것에서 나아가 긍정과 희망, 그리고 자기애와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성찰을 제시하는 자신에 찬 메신저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BTS의 서사와 그것이 담긴 그들의 음악이 주는 어떤 영감은 다른 세대에게까지 전이되었다.

 BTS의 서사는 ‘계획된 기획과 결과’의 이야기가 아니라 ‘과정과 발견’의 이야기다. BTS의 서사는 의혹에서 확신으로, 주변에서 중심으로, 소수에서 주류로 이행하는 경이의 과정이다. 그들의 춤은 편 견과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숭고한 몸부림이며 그들의 노래는 치유의 자기고백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흡사 신데렐라 스토리가 안겨주는 쾌감과 감동을 경험한다. 이들이 아시아인이고 영어로 노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들에게 도전과 성공의 서사를 안겨주는 빌미를 제공했을 뿐이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확산되어 전달된 뜨거운 감정의 불씨가 초래한 현상들은, 자신들을 개별화시키고 단절되게 만든 디지털 문명을 오히려 인간다움의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유용한 수단으로 끌어안은 디지털 문화혁명의 사례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연대감과 거기서 경험한 확신과 온기 같은 것들은 그들을 더욱 단단하게 결집시켰다. BTS의 공연장 앞에서 1주일씩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낯선 이들끼리 서로의 눈빛 속에서 나누었을 감정들은 마치 몇 해 전 겨울 우리가 광장에서 경험한 뜨거움과 설렘, 그리고 가슴 벅참과 유사하지 않았을까.

 사실 아직도 놀랍다.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BTS의 출신 국가와 인종과 피부색은 생각보다 더 아무 문제거리도 아니었음에. 한국 다음으로 강력한 팬덤을 보여주고 있는 곳은 놀랍게도, 미국이다. BTS의 월드에는 편견과 분리와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 이들은 새로운 세상의 주인공들이다.

서 영 호 음악가, ‘원펀치’와 ‘오지은서영호’에서 활동. 《쿨투라》 신인상 공모에 ‘영화음악평론’으로 당선. 《쿨투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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