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밟기
멀리 똑딱선 소리가 빨갛게 울려 퍼지면 흐릿한 안개 속에서
서서히 항구를 가로지르는 임해 7번국도,
그 옆구리에 매단 낯선 지명의 문패가 우리 몸이 통과할 수 없는 내면 속으로 이끌고 간다
오징어 덕장엔 아직 옛 바람 부는데
너덜거리는 평해 민박집 차창으로
젊은 과부의 그물만 바다를 끌어안고 있다
서로 부대끼면서 펄럭이는 저 햇살 속
내 젖은 상심 꺼내 건조대에 말릴 수 있을까
까마득한 생각 너머로 솟구쳐 오르는 千의 갈매기 떼
우수수 꽃잎 지듯 바다로 떨어진다
길은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이어지는 생의 한 이동일까 무얼 만나려 우리 그 풍경 위에 서는가 이 길 다 벗어나 어느 굽이에 또 불붙는 절경 만들며 우리 삶의 한 구비 접게 될는지, 아득하므로 꼬리만 끊어놓고 사는지 어느새 사곡(蛇谷), 차가 뱀꼬리 물고 돌아서자 갑자기 여섯 번째 길 끝 동해와 마주친다 그 바다 또한 해답 없는 질문처럼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 《쿨투라》 2021년 1월호(통권 7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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