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부산국제영화제 리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이모저모
[2018 부산국제영화제 리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이모저모
  • 설재원
  • 승인 2018.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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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복귀한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매서운 태풍에도 불구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018 부산국제영화제는 정상화 원년을 선포하며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영화단체의 보이콧이 전면 해제되면서 더 많은 국내·외 영화인들이 부산을 방문하였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사전 예매율은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늘었다. 이와 더불어 CJ ENM, 롯데, 쇼박스 NEW 등 대형 배급사를 비롯해 많은 영화사가 자체 행사를 개최해 영화인의 만남의 장을 열었다.
  부산국제영화는 메인 극장이 있는 영화의 전당을 비롯해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등 부산 일대에서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고 부대 행사를 진행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79개국 324편이 초청작으로 상영됐고, 전 세계에 처음으로 선보인 월드 프리미어영화가 115편, 해당 국가 외에 해외에서 처음 상영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영화는 25편이었다. 열흘간 해운대에서 펼쳐진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요 행사들을 짚어본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연주가 울려퍼지는 개막식
  2018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의 여배우들은 대체로 검정과 하얀색 계통의 드레스를 많이 선보였다. 레드카펫의 주인공들은 관객과 악수를 하고 하트를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자국 전통 의상을 입은 해외 영화인들도 눈길을 끌었으며 최근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종방한 배우 유연석이 입장할 때에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배우 수애는 변함없이 기대를 충족시키는 드레스 패션을 자랑했으며, 영화 <창궐>의 배우 장동건, 현빈, 조우진, 김성훈 감독이 등장하자 레드카펫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4일 오후 7시,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펼쳐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은 배우 김남길, 한지민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개막과 함께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이자 영화음악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개막식 현장에 울려퍼졌다. 장내는 삽시간에 정적을 이루었다.
  그는 이날 개막식 첫 공연을 맡아 2019년 개봉 예정인 영화 <안녕 티라노> OST 변주곡과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메인 테마곡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를 연주했다. <안녕 티라노>는 2018년 부산 오픈 시네마에 초청된 작품으로, 세계적인 영화음악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참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1983년 제작된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그를 영화음악의 세계로 이끈 작품으로, 사카모토 감독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대피소 위문공연에서 이 곡을 연주하며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고 한다.
  또한 류이치 사카모토는 지난 2017년에는 영화 <남한산성>의 OST에 참여해 영화 팬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그는 이 작품으로 지난 2017년 한국영화 평론가협회상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거장의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선율은 상처받은 부산국제영화제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그는 “한반도에 드디어 평화가 찾아오려고 한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사랑이 생긴다는 건 제가 음악에 참여한 <안녕, 티라노> 작품의 핵심”이라며 “이 세상에서 폭력에 대한 지배가 없어지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막식 후 상영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는 6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나영의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뷰티풀 데이즈>는 굴곡지고 아픈 탈북민 여성의 삶을 잘 표현했으며,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을 세련되게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장호 감독 회고전과 핸드프린팅
  올해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은 1970~8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영화계의 거장’ 이장호 감독이다. 10월 5일 아침부터 12일까지 <별들의 고향>(1974),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어둠의 자식들>(1981), <과부춤>(1983), <바보선언>(1983), <어우동>(1985),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 <시선>(2013) 등 이 감독의 대표작 8편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상영작 전석이 매진되는 쾌거를 이뤘으며, 회고전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에는 김수용, 배창호, 정지영, 김한민 감독 등 한국영화계의 거장 감독들과 신성일, 김희라, 안성기, 나영희, 이보희, 이영호 배우 등 영화인들이 대거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었다.
  그리고 5일 밤 10시, 해운대 노보텔 앰배서더 그랜드볼룸에서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 행사가 열렸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 <별들의 고향>을 시작으로 1970년대와 80년대 한국 청년영화를 선도한 이장호 감독을 다시 조명했다.
  이날 회고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임권택·김수용·이명세·정지영·강우석·배창호·이준익·임순례 감독과 배우신성일·안성기·김희라·나영희·이보희·오광록 등 200여 명의 영화계 관계자가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우며 이장호 감독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드러냈다.
  올해 회고전의 주인공 이장호 감독은 “회고전을 치른 존경하는 선배 거장 감독님과 내 첫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신성일 형님을 모시고 이 자리를 함께해 황홀하다”며 “나이를 모르고 지내다가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잘못과 불행, 고난으로 성장했지만 감사와 축복을 누리면서 살아왔다”며 이 감독은 자신을 ‘NG인생’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후배 영화인들에게는 “돈만 보는 영화를 목표로 하지 말고 작가 정신이 있는 영화 운동을 일으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김수용 원로 감독은 “이장호의 영화는 늘 청년 문화의 선구자처럼 외치고 있었고, 또 그의 영화에는 감성이 풍부하다. 이장호 감독이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길이 기억되길 바란다”고 애정어린 축사를 전했다.
  <바람 불어 좋은 날> 등 다수의 이장호 감독 작품에 출연한 배우 안성기는 이 감독에 대해 “1980년대 리얼리즘 영화의 선봉장에 선 분이고, 한국영화계의 변화를 이끈 분이며 제가 제대로 배우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분”이라며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도 명작 몇 편을 더 만드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018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에 주인공으로 초청된 이장호 감독은 ‘디렉터스 체어’에 가장 오래 앉은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자정이 넘어서도 이 감독의 회고전을 축하하며,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선후배 영화인들이 오랫동안 줄을 이었다.
  회고전의 밤을 치른 다음날 7일 오후에는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이장호 감독의 핸드프린팅 행사가 있었다. 
  이날 이 감독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캡 모자에 체크셔츠와 청 멜빵바지 패션으로 등장했다.
  7080 청년문화를 선도했던 이장호 감독은 “전성기인 젊었을 때 핸드프린팅을 했어야 하는데 늙어서 하니 어색하다. 그래도 무척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그리고 행사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며 이 자리를 기억해 줄 것을 부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아마 올해의 회고전이 가장 관객이 많았던 것 같다. 회고전의 작품들이 1960년대까지 갔다가 1980년대로 오니 관객들이 조금 더 가깝게 느끼는 것 같다. 그에 더해, 이전엔 회고전 작품의 영화인이 돌아가셨거나, 관계자들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배우들이 꽤 많이 왔다. 영화제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이보희, 나영희, 박정자를 비롯해 김희라, 신성일, 안성기 등이 함께 관객과의 대화(GV)를 진행했다. 태풍이 왔던 지난 6일은 1회차 GV가 다 취소됐었는데, 박정자 선생님이 극장에 와 계셔서 혼자 GV를 하시기도 했다. 회고전을 하면 감독들이 간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점이 좋다. 그리고 좋은 영화들을 만들었던 분들이나 그 영화들을 다시 본다는 것도 의미 있다. 지금 관객, 지금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바람 불어 좋은 날>의 경우 충격을 받은 영화였다.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기준점 같은 작품이다. 그 시기 영화를 하기로 결심했던 장선우, 김홍준 등 여러 감독들이 <바람 불어 좋은 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조이뉴스24》 인터뷰)고 밝혔다. 

  가능성을 발견한 2018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개막식 레드카펫은 스타 배우에 관심이 집중되었다면 폐막식 레드카펫은 아시아 각국의 유망한 감독들과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격려의 박수를 받는 분위기였다. 레드카펫은 이용관 이사장과 오거돈 부산시장이 함께 입장하며 마무리됐다.
  사회자인 배우 권해효·구혜선이 입장하며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사회자 권해효는 우렁찬 목소리로 “영화제의 꽃은 개막식이 아니라 폐막식이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진행된 시상식에서 특별공로상은 한국영화와 지역 영화사에 평생을 바쳐온 고(故) 홍영철 한국영화자료연구원장에게 수여돼 딸이 대신 수상했다. KNN관객상을 받은 <벌새>의 김보라 감독은 수상소감을 통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만든 영화로 6년 가까이 걸렸다”며 “BIFF에서 좋은 관객을 만나 그들의 열정적인 질문을 받으며 영화를 만드는 것이 두려웠던 내가 용기를 얻었다”며 감격해 했다. "
  2018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인 <엽문외전>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견자단의 <엽문> 시리즈의 스핀오프 성격으로 제작됐다. 원화평 감독의 현란한 영춘권으로 홍콩 액션 영화의 재기를 알리며 열흘간의 축제는 끝이 났다.
  이용관 이사장은 결산 기자회견에서 “올해 처음 남포동 등지에서 선보인 커뮤니티 BIFF의 경우 첫 시도였지만 가능성을 발견했다. 관객들에게 고마움과 영화 도시 부산의 자부심을 느낀다”며 내년 부산영화제는 올해의 미비점을 개선해서 더욱 완벽한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정상화 원년을 선포한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양성과 상업적 측면이 적절히 조화된 리스트의 작품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2014년부터 이어온 부진을 끊어내며 과거의 명성을 회복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 《쿨투라》 2018년 11월호(통권 5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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