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임선기 시인의 「피아노로 가는 눈밭」
[새 시집 속의 詩] 임선기 시인의 「피아노로 가는 눈밭」
  • 임선기(시인)
  • 승인 2022.02.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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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로 가는 눈밭

눈밭을 걸어 피아노로 간다
가는 길에 한그루 나무
인사한다.
조용한 건물 지하 피아노는
땅에 묶여 있다
피아노를 들었다 놓는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저녁 미사를
준비한다
피아노에도 눈밭이 있다
피아노가 눈밭을 걸어갔다 온다
새 한마리 피아노에서 눈밭을 걸어
돌아오는 길에 인사를 한다.
문 닫고 나온다
피아노로 가는 눈밭이 펼쳐 있다

- 임선기 시집 『피아노로 가는 눈밭』(창비)에서

 

 


임선기
시인은 1968년 인천에서 출생하였으며, 1994년 《작가세계》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주머니 속의 시』 『꽃과 꽃이 흔들린다』 『항구에 내리는 겨울 소식』 『거의 블루』가 있으며, 울라브 하우게 시선집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와 막상스 페르민 소설 『눈』 『검은 바이올린』을 옮겼다. 최근 시집 『피아노로 가는 눈밭』을 출간한 시인은 특유의 정갈함과 간결함으로 언어의 원형을 복원하는 광경을 우리의 눈앞에 선연히 펼쳐 보인다 . “어느 날 꿈을 꾸었다. 한번 꿈에서 깨어났으며, 다시 깨어나기 위해 다시 꿈꾸고 있다.”(「시인의 말」)고 말한다. 현재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쿨투라》 2022년 2월호(통권 9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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