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동시] 조정인 시인의 「쌀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새 시집 속의 동시] 조정인 시인의 「쌀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 조정인(시인)
  • 승인 2022.03.0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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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조정인

할머니는 쌀을 일어 물에 담그고
안방으로 들어가 주무신다.

물에 잠긴 한 바닥 쌀은 저희끼리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표정이다.

뭔가를 감춘 듯, 감추지 않았다는 듯

감쪽같이 잠잠한 표정 아래

흰 물새알이라도 감춘 것 같다.
쪼로롱, 새소리라도 들릴 것 같다.

나는 쌀들의 비밀을 들추지 않기로 했다.

 

- 조정인 동시집 『웨하스를 먹는 시간』(문학동네) 중에서

 

 


조정인
시인은 1998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사과 얼마에요』 『장미의 내용』 『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 동시집 『새가 되고 싶은 양파』를 출간한 시인은 “행복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얼마나 사소한 일에 숨어 있는지”(「시인의 말」)를 알려주기 위해 아이들에게 동시로 말을 건넨다고 이야기한다. 제2회 평사리문학대상, 제14회 지리산문학상, 제1회 구지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웨하스를 먹는 시간』으로 제9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 《쿨투라》 2022년 3월호(통권 9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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