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em] 정끝별 시인의 「뒷심」
[K-Poem] 정끝별 시인의 「뒷심」
  • 정끝별(시인)
  • 승인 2022.05.05 0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뒷심

정끝별

모든 그림자는 빛의 뒤편으로 무너진다는데
모든 풀은 바람 뒤로 밀리고 바람 뒤로 눕는다는데
모든 줄다리기는 뒤편을 향해 당겨진다는데
모든 말은 침묵 뒤편으로 고인다는데
모든 사람들은 뒤가 실해야 당당히 설 수 있다는데
모든 사랑은 기다림 뒤편에서 완성된다는데

모든 그림자에게 뒤는 내려앉기 위해 있다는데
모든 풀에게 뒤는 맞서기 위해 있다는데
모든 줄다리기에서 뒤는 버티기 위해 있다는데
모든 말에게 뒤는 숨기 위해 있다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뒤는 돌아보기 위해 있다는데
모든 사랑에게 뒤는 젖기 위해 있다는데

모든 앞에 대항하는 바로 그 심

 


정끝별 시인 1988년 《문학사상》 신인발굴에 시 당선.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에 당선.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삼천갑자 복사빛』 『와락』 『은는이가』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등이 있음. 유심작품상, 소월시문학상, 청마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등 수상.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교수. postellar@hanmail.net

 

* 《쿨투라》 2022년 5월호(통권 95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