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경험의 무게가 만드는 기대감: 정상원 LA 한국문화원장
[INTERVIEW] 경험의 무게가 만드는 기대감: 정상원 LA 한국문화원장
  • 김준철(미주문인협회 회장, 본지 미주특파원)
  • 승인 2022.09.01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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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서부터 LA는 여러 문화예술단체의 행사로 바쁜 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LA 한국문화원에 정상원 원장이 부임했다.
코로나의 끝자락이 다시 날을 세우는 시기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일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는 정 원장을 만나 근황을 들어보았다.

준: 역대 문화원장님들과 달리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일을 담당해 오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 네. 저는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에서만 올해로 25년째 근무해오고 있습니다. 주로 문화정책, 순수예술, 콘텐츠와 문화산업 분야에서 오래 일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공연예술과장, 영화진흥과장, 예술교육과장 직을 담당했습니다. 이 밖의 해외 근무 경험으로는 주 인도대사관에서 문화홍보관으로 일한 경험도 있고요. 국무총리실과 《K-TV》라고 하는 한국정책방송원에서 방송보도부장으로 일을 하며 경력을 쌓았습니다. 문체부 재정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문체부 전체업무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문화예술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그야말로 문화예술 운영에 관한 실제적인 근육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LA는 아시다시피 K-팝, K-드라마, K-영화 등을 가장 민감하게 느낄 수 있고 또 알릴 수 있는 요지라고 생각됩니다. 부임하신 지는 얼마 안 되셨지만 느끼신 점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정: 일단 부임 전에 국립외교원에서 글로벌 리더십 과정을 이수하며, 미국과 LA에 대해 여러모로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LA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최대 교민사회가 구성되어있는 한인 최대의 디아스포라 지역일 뿐 아니라 미국 중서부 최대 도시이고 할리우드라는 엔터테인먼트의 메카이기에 이를 한류라는 K-문화와의 연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왔습니다. 또 막상 부임해서 보니 이미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의 한류는 충분히 세계적으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고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준: 문화를 예술을 통해 알리고 예술을 통해 문화를 일깨우는 일이 한국문화원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며 취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지금까지는 팬데믹이라는 위기 속에 문화원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온라인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며 시간과 공간 제약을 넘어 문화 홍보 스펙트럼을 예전보다 더욱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전히 팬데믹의 그늘에 있지만, 또 다른 시도와 접근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정: 앞서 말씀드렸듯 한류의 입지가 공고해졌지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대중문화에 편중된 한류 이외에도 아직 외부에 선보일 한국문화 콘텐츠가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즉, 한류의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 기초예술, 문학을 비롯해서 이곳에 덜 알려진 한국의 문화유산, 기록문화 등 우리의 문화를 하나하나 알릴 필요성을 느끼고 그러한 일에 저희 문화원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할 분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준: K-문화라는 하나의 한류적 흐름이나 호기심을 넘어서는 현 단계에서는 조금 더 스펙트럼을 넓혀야 할 시기라는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이런 한류 대한 뜨거운 반응과 성공적인 성장이 주는 장단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정: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한류의 기여도를 저는 3가지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한류가 희망, 사랑, 인권, 평화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잘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 공간, 언어의 제약을 넘어서 세계와 소통, 공감하고 있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국가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국가가 정치, 경제, 군사 등 하드 파워hard power 쪽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 즉 문화적 공공외교가 그 무게를 더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한류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화는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해왔는데 어느새 한류가 한국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예로 한국수출입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한류콘텐츠가 100불이 수출되면 연관되는 소비재가 241불 수출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돈을 소모하는 문화가 아닌 돈을 벌어들이는 문화예술의 시대에 와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가치를 잘 주시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순수예술이나 전통문화, 한국어와 한식, 뷰티 등으로 한류의 외연을 확장시킴은 물론이고, 일방향적인 문화 전파에 따른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 쌍방향적 문화교류 입장에서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주재국 현지에서 공동제작이나 공동전시, 맞춤형 파트너쉽 행사 등을 기획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고, 마지막으로는 지역적 특성과 여건을 고려한 현지화 전략을 가지고 문화교류 사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준: 상당히 깊은 고민을 하고 계셨고 또 고민에 대한 구체화된 답안도 준비하고 계신 것 같아서 놀랍고 기대됩니다. 그렇다면 원장님 임기 중에 이루고 싶은 로드맵을 들려주시겠습니까?

정: 일단 저희 문화원 옆에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거점 세종학당 등 문체부 공공기관들이 입주해 있는 코리아센터가 있는데 이 안에 설치된 전시장이 너무 오래되어 이 공간을 새롭게 리모델링할 계획입니다. 문체부 내에 미디어 아트 활용사업과가 연계해서 예산을 확보하고 현지인들이 방문하여 한국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렸던 한류의 외연 확장의 일환으로 LA 다운타운에 있는 뮤직센터, 뮤직라이브 등 유수한 공연장들과 연계하여 한국의 국립예술단체와의 협업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국립예술단체들의 우수한 레퍼토리도 세계적으로 상당한 수준이며 충분히 더 넓은 곳에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확신합니다. 또한 현지의 다양한 미술관이나 뮤지엄들과 한국의 박물관, 현대미술관 등과의 교류전시의 장을 여는 것 역시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와 병행해서 문화원 활동을 온라인으로 확대하여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고, 이를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홍보하는 활동도 강화해 나갈 생각입니다.

준: 한인 예술인들과 미 주류 예술인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문화원이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뿐 아니라 1세대 한인 예술가들과 2세, 3세 한인 예술가 사이에도 쉽지 않은 벽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역시 문화원이 다리 역할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 대한 새로운 지원이나 행사를 구상하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정: 이곳 LA가 표면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수성 중에 하나가 다인종, 다문화 사회의 표본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750만 해외 동포 중에 미국에 거주하는 교민이 250만 명에 달하는데, 이중 LA 지역교민의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문화를 홍보하는데 세계 어느 한국문화원에도 없는 지원군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함께 힘을 모아 한국문화를 알리고 한국을 홍보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인들이 1세대를 비롯하여 2세대 3세대로 넘어오면서 주류사회에 진출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커넥션을 구축했거든요. 그러한 어마어마한 인적 네트워킹의 가치를 문화원에서 잘 연계한다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겠죠. 이런 부분의 대표적인 행사가 얼마 전에 미주한국문인협회와 공동 주최한 4·29 폭동 작품집 출간을 비롯하여 이번 주에 문화원 갤러리에서 오픈하는 한인 4인 작가전 등이 이러한 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이것이 교민사회의 문화예술을 재조명하는 역할을 문화원이 하고 있다는 거죠. 또한 지난주에 있었던 ‘한국 가곡의 밤’ 행사도 현재 LA 오페라단이나 LA 마스터코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인들을 무대에 모셔 현지 미국인들에게 한국문화와 한인 예술가를 동시에 홍보하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해나갈 계획입니다.

준: 자! 이제 마지막으로 올해 3월 부임하여 업무를 익히시며 시작하셨는데 이런 질문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여쭤보겠습니다. 어떤 LA 문화원장으로 기억되시길 원하실까요?

정: 금년은 한미수교 14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입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은 세계무대에서 정치, 경제, 외교, 군사, 사회문화적으로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 전략적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미중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관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저는 LA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하면서 한국전쟁에서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서부 지역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생각해보고, 한미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 미 해병1사단의 인천상륙작전,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 한국참전 미군 사망자 5만 4천명 중 캘리포니아 출신 2,611명의 전사자 등등. 외교관계의 냉혹함을 인용할 때 자주 언급되는 말 중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다”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어제의 동지를 오늘의 동지, 그리고 미래의 동지로 굳건하게 만드는 것이 외교의 중요한 역할이며, 한미관계를 그렇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저는 문화외교와 공공외교를 통해 이를 적극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LA 문화원장은 한류만을 일방적으로 전파하고 확산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양국이 서로 상생하고 발전하는 가운데 상호이익을 극대화하고 윈윈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이를 통해 양국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는데 기여하는 문화원장이 되어야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상원 문화원장과의 인터뷰를 마치며 문득 시간이라는 무게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이라는 무게가 고스란히 시간이라는 결로 남아있다는 느낌을 그에게서 받았기 때문이다. 반복돼 깊이 팬 노동의 자국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끊임없는 고뇌가 이루어 낸 능숙하고 담백함이 보였고, 단단히 옹이 박힌 근력의 마디 같았다. 그의 계획과 바람들이 LA 한인사회뿐 아니라 더 넓은 곳에서 이루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김준철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과 《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가 있음. 현 미주문인협회 회장 겸 출판편집국장. 《쿨투라》 미주지사장 겸 특파원. 

 

* 《쿨투라》 2022년 9월호(통권 9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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