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배우 송강호, 한국영화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하다: 7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한 배우 송강호
[INTERVIEW] 배우 송강호, 한국영화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하다: 7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한 배우 송강호
  • 송석주(영화평론가)
  • 승인 2022.06.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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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제공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제75회 칸영화제에서 배우 송강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의 배우가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송강호가 처음이다. 2007년 배우 전도연이 이창동의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근데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그때도 송강호가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밀양〉에서 전도연이 아들을 잃은 슬픔에 망연자실한 어미의 고통을 연기를 했다면, 송강호는 삶의 모든 희망이 사라져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빛을 연기했다. 송강호는 전도연을 구원하는 비밀스러운 빛, 즉 〈밀양〉의 영어 제목인 ‘Secret Sunshine’ 그 자체였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나고, 드디어 송강호도 배우로서 최고 영예인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송강호는 〈브로커〉에서 이혼한 뒤 혼자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년 남성 ‘상현’ 역을 연기했다. 그는 아이를 불법으로 입양시켜 수수료를 챙기는 범죄자이기도 하다. 아이가 보육원에서 자라는 것보다는 좋은 가정에 입양되는 게 더 낫다는 의도지만, 어쨌든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즉 상현은 선의와 악의가 뒤엉킨 문제적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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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많은 기자와 평론가의 지적처럼 〈브로커〉에서 송강호의 비중은 그리 많지 않다. 그는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등과 함께 앙상블ensemble로서의 연기를 펼쳤다.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아닌 중원을 장악해 전체적인 흐름을 관장하는 미드필더로서의 연기를 했다. 영화의 전체적인 어울림이나 통일성을 위한 연기를 보여준 셈이다.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이 더욱 뜻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중이 영화에서 기대하는 송강호의 이미지는 여러 흠이 있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능청스럽고 유쾌한 아저씨다. 〈브로커〉의 상현 역시 그런 사람이다. 달리 말하면 송강호는 전에 없던 비범한 연기가 아니라 가장 ‘송강호다운’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기 하루 전인 지난 27일, 칸에서 그를 대면했다. 송강호는 의자에 앉자마자 “오래 계시니까 좀 어떠시냐. 여기 맛집도 참 많은데…”라며 특유의 유쾌한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그는 “칸에는 2007년에 〈밀양〉으로 처음 왔다. 그때가 15년 전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희한할 정도로 똑같다. 똑같이 설레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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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품을 봐왔다. 한국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양반이다. (웃음) 처음 뵌 것은 〈밀양〉이 개봉했던 2007년이었다. 부산영화제 때 우연히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났다. 그때 저에게 ‘지금까지도 너무 좋았지만, 당신의 연기는 〈밀양〉이 최고였다’고 말씀해주셨다.”

  고레에다 감독뿐만 아니라 박찬욱과 봉준호 감독 역시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들 중 〈밀양〉을 최고작으로 꼽았다. 서두의 언급처럼, 〈밀양〉은 전도연의 영화다. 하지만 많은 영화인이 송강호 연기가 가장 빛난 영화로 〈밀양〉을 추천하는 이유는 우리가 송강호에게 기대하는 모든 이미지가 그 영화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밀양〉에서 송강호는 전도연의 숨이자, 빛이었다.

  “일본감독이라서 시나리오가 정교하고 꼼꼼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니까 빈틈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좋기도 하겠지만 약간 피곤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정반대였다. 여백이 많은 시나리오였다. 감독님은 그 여백을 하루하루 현장에서 채워나가는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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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커〉는 고레에다의 연출력과 송강호의 연기력이 마침맞게 어우러진 수작이다. 현장에서 배우에게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특히 송강호의 의견을 존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송강호가 촬영 장면에 관한 의견을 전달했고, 그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는 게 고레에다 감독의 설명이다.

  “〈브로커〉는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을 아주 냉정하고 냉혹하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영화다. 특히 지금의 여성들이 갖고 있는 삶의 문제를 통해 우리가 사회가 생각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게끔 하는 영화인 것 같다. 그게 나는 참 놀랍고 좋다.”

  〈브로커〉 상영 직전, 레드카펫에서 송강호는 감각적인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화제를 낳았다. 갈수록 얼굴에 빛이 난다는 질문에 그는 “우강동원, 좌아이유인데 이 정도로 노력 안하면 안 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칸까지 왔는데, 한국배우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후배들에게도 멋진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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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을 받기 위해서 연기하는 배우는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한다고 해서 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열심히 좋은 작품을 하다 보면 영화제도 초청되고, 운이 좋으면 또 수상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수상을 하게 된다면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만, 수상을 못한다고 해서 영화가 실패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하루 뒤, 송강호는 한국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손에 거머쥐었다. 그리고 30일 한국에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못다 한 소감을 전했다.

  “이런 결과가 과연 우리 한국영화를 사랑해주신 여러분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한국영화에 성원을 보내주신 대한민국의 영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는 이제 명실상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아니, 상을 받기 전에도 그랬다.

 


 

 * 《쿨투라》 2022년 6월호(통권 9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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