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공연 월평] 환상과 예술, 그리고 달빛 세계 뮤지컬 '달과 6펜스'
[3월 공연 월평] 환상과 예술, 그리고 달빛 세계 뮤지컬 '달과 6펜스'
  • 최교익(신한대 교수, 본지 편집위원)
  • 승인 2019.03.27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업극에 대한 견해는 현 시점 뿐만 아니라 실존 문서에 따르면 시간을 거슬러 일제강점기까지 올라가야 할 것이다. 아래의 견해는 극예술연구회에 대한 신불출(북한 인민배우)이 1937년 1월 『삼천리』에 발표한 평론 중 일부이다.

 

 

 『극예술연구회에서는 상업극이 시대에 대한 여실한 반영이 없으며, 저급화된 영리적 추종과 맹목적 흥행본위에 빠져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들의 견해는, 상업극이 “공과功果는 없어도 범과犯過는 크다”고 하였던 김광섭金珖燮의 설명으로 신불출은 이에 대한 반박으로 “연극에는 예술적 일면도 있지만 사상적 일면도 떠날 수 없는 것이요 흥행적 일면도 버릴 수 없는 것”이며,  “이 삼면각형은 연극의 전면적 형태”라고 주장하였다.』

 

 

극예술연구회는 당시 중앙 연극인들의 집합체였으니 지금으로 따지자면 연극협회 정도가 될 것이다. 극예술연구회의 공세적 태도에 대해 상업극 측의 반박이 지면을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 공식적으로 극예술연구회에 대항하는 상업극측의 반박은 2019년 현 시점에서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정통연극에 대한 신불출의 반박은 80년이 훌쩍 지났고 곧 한 세기를 맞이한다. 시대전후를 떠나 예술연극과 상업 연극에 대한 옳고 나쁨의 규정은 누구도 속 시원하게 말하지 못 할 것이다. (필자가 조연출 당시, 유명한 예술연극 연출자였던 s연출 역시 상업에 대한 갈망은 누구보다도 강했으니 말이다.)

예술은 무엇이고 생활은 무엇일까? 소설 <달과 6펜스>의 ‘배고픈 화가 찰스 스트릭 랜드와 상업적으로 성공한 화가 더크스 트로브 중 참된 삶을 살고 있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예술연극과 상업연극의 흑백논리와 맞물려 있다. 요즘 들어 신불출이 말한 “연극에는 예술적 일면도 있지만 사상적 일면도 떠날 수 없는 것이요, 흥행적 일면도 버릴 수 없는 것”이며, “이 삼면각형은 연극의 전면적 형태”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삼면각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연출이 누굴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남녀노소 모두 감동할 만한 극을 활성화 시킨 연출. 그래서 김광석 노래로 뮤지컬을 만든 연출. 소극장 뮤지컬의 신화는 뭘까? 뮤지컬 <김종욱 찾기>! 지난 2월호의 뮤지컬 <김종욱 찾기> 연출의 새로운 신작! 그 작품은 뮤지컬 <달과 6펜스>!

 

 

 뮤지컬 <달과 6펜스>는 대학로에 위치한 TOM2관에서 예술지상주의 뮤지컬 2탄으로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예술지상주의 2탄”이라는 부제로 소개되는 뮤지컬 <달과 6펜스>는 2016년 초연된 예술지상주의 뮤지컬 1탄 뮤지컬 <광염소나타>를 시작으로 3부작으로 기획된 “예술지상주의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낭독뮤지컬 <어린왕자> 등에 참여하며 폭넓은 감성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아 온 작곡가 ‘다미로’와 낭독뮤지컬 <어린왕자>로 인상을 남긴 작가 ‘성재현’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다.

동명 소설 『달과 6펜스』(작_위리엄 서머셋 모옴)>이 던지는 예술에 대한 질문을 모티브로 하여 소설 속 상징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이 작품은 지난 2월호에 소개된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연출 황두수가 힘을 보탠다. 황두수 연출은 그동안 작업한 뮤지컬 <리틀잭>, 뮤지컬 <김종욱 찾기>,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등의 연출 노하우를 이번 작품에 집중하여 극의 밀도와 사건의 스릴을 흥미롭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뮤지컬 <달과 6펜스>는 ‘달과 6펜스’라는 그림의 공개를 앞둔 미술관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그림을 보고 회상에 잠기는 ‘케이’는, ‘모리스’와 ‘유안’, ‘미셸’ 사이에 있었던 사건들을 떠올린다. 케이에게 모리스를 소개받은 유안이 자신과는 다른 예술 세계를 가진 모리스에게 매료되면서 인물들은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모리스로 인해 유안과 미셸, 케이 세 사람은 각자의 욕망을 자각하고 이로 인해 이들의 일상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100분 내내 현악 3중주와 피아노가 함께하며 서정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넘버들이 연주되는데, 이는 등장인물들의 예술에 대한 순수함과 욕망, 예술을 추구하는 광기와 그 뒤의 좌절 등 섬세한 감정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규범 안에서 키워져 인정받는 화가가 되었지만 모리스를 만난 후 새로운 이상을 갈구하게 되는 순수한 화가 ‘유안’은 배우 ’박한근’과 ‘주민진’이 맡았다. 천재성을 타고나 닿을 수 없는 예술의 경지를 꿈꾸는 광기 어린 화가 ‘모리스’ 역에는 배우 ‘유승현’과 ‘김지철’이 캐스팅되었다.

상반된 성격을 가진 두 배역을 연기할 네 명의 배우가 보여줄 모습이 기대된다. 극 중 ‘모리스’, ‘유안’, ‘미셸’의 곁에 늘 존재하는 ‘케이’는 세 사람의 목격자인 동시에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해 갈등하게 되는 인물로, 여러 작품들을 통해 매번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배우 ‘김지휘’와 ‘유현석’이 맡았다. 배우 ‘김히어라’와 ‘하현지’가 연기할 ‘미셸’은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로 자신조차 자각하지 못한 결핍을 깨닫고 스스로 변화하는 새로운 인물이다.

 

 

 악마적인 천재성을 가진 치명적인 남자 ‘모리스’와 동경과 질투, 연민 등의 감정으로 그를 대하는 각기 다른 세 인물 ‘유안’, ‘미셸’, ‘케이’의 일그러져가는 관계 속에서 ‘예술지상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여줄 뮤지컬 <달과 6펜스>, 대학로 TOM2관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 《쿨투라》 2019년 4월호(통권 58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