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의 자격
- 가수·배우 임윤아
춤추며 노래하는 것이
평범한 나날을
특별히 빛나게 하는 일임을
진즉 알았기에
푸르렀던 시간들을
무대에 바치고
그 중심의 무게를 견뎠을 것이다
남의 삶을 살며 울고 웃는 연기로
꿈을 꾸는 날들도
예감했기에
스스로 빛나서
주변을 밝게 비추며
중심의 자격을 지켰을 것이다
밝은 빛은 꺼뜨리려는 자들이
득시글대는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하루치 기쁨을 선물하는 일로
이드거니 환할 수 있을 것이다.
시 작 노 트
배우 임윤아와 가수 윤아는 동일 인물이다. 지금은 배우로 더 유명하지만, 한때 세계를 주름잡은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멤버로 이름을 떨쳤다.
윤아가 노래하고 춤을 추는 것을 직관한 적이 있다. 지난 2012년 케이팝 그룹이 파리 공연을 할 때 취재 기자로 동행해서였다. 그 공연의 중심은 그룹 소녀시대였다. 그들이 펼치는 무대의 센터에는 언제나 윤아가 있었다. 만 스물두 살의 윤아는 리드댄서와 서브보컬 역을 능란하게 수행하며 그룹의 중심에서 환하게 빛났다. 멤버 모두가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던 소녀시대에서 그가 센터로서 ‘비주얼’을 담당한다는 걸 뒤에 알았다.
그는 소녀시대로 데뷔했던 2007년에 이미 연기자로도 얼굴을 비쳤다. 〈9회말 2아웃〉이란 드라마였다.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였는데, 역할에 맞는 연기를 함으로써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보였다. 2008-2009년 KBS 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서 주인공 장새벽 역을 맡았다. 시청률 43.6%를 찍은 이 드라마를 통해 그는 드라마에서도 센터로 빛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후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했다.
그는 최근 JTBC 토일 드라마 〈킹더랜드〉에서 열연을 펼쳤다. 가난하지만 씩씩하고 현명한 여성 호텔리어 역할이다. 출생의 상처로 가슴 속이 멍들어 있는 재벌 아들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을 키워간다. 이 드라마는 극의 전개 과정과 결말이 너무도 뻔히 보이지만, 임윤아의 출중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흡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준호와의 케미도 큰 화제였다.
〈킹더랜드〉에서의 윤아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도 그가 한국 연예계 센터로 사랑받으리라는 믿음이 든다. 매사에 변화가 극심한 대한민국, 그것도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늘 환한 빛을 뿌리며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는 드문 별이 되기를 바란다.
장재선 문화일보 선임기자.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들』, 산문집 『영화로 보는 세상』 등 출간.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 《쿨투라》 2023년 8월호(통권 110호) *
